2020년에는 게임을 만들어보자
크리킨디 '게임랩'은 청소년 센터인 크리킨디센터(서울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에서 2019년에 만들어진 게임 개발 모임/프로젝트입니다. 2019년에는 보드게임에, 2020년에는 디지털 게임에 집중해서 청소년들과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는 실험을 이어나갔습니다.
크리킨디 게임랩의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v.0 / v.1
2020년의 크리킨디 게임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가 떠오릅니다. 코로나로 인한 휴관,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의 운영재개, 또 휴관! 5월에는 시작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휴관으로 연기가 되고, 결국 마음을 다잡고 모든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전면 수정했습니다.
첫 번째로 시도한 비대면 프로그램은 '나만의 스토리 게임 만들기' 라는 소규모 게임 제작 워크숍이었습니다.
6월~7월 총 4번에 걸쳐 청소년들과 줌(Zoom)으로 만나서 실시간 수업을 진행했어요.
Twine이라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복잡한 코딩 없이 웹사이트를 구성하는 웹언어 (HTML, CSS)만으로 스토리 게임을 만들어봤습니다.
Twine 게임 처음 들어보셨다고요? 국내에는 많이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외국의 많은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는 Twine을 통해 내러티브/스토리텔링 수업을 진행합니다. 웹페이지와 웹페이지를 잇는 '하이퍼링크'의 등장과 동시에 'Hypertext Fiction'(하이퍼텍스트 픽션)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가 탄생했어요. 우리가 보통 책이나 글을 읽을 때는 쓰여져 있는 글자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페이지를 한 방향으로 넘기며 읽는데, 하이퍼텍스트 픽션은 글자와 글자를 연결해서 갑자기 전혀 다른 챕터로 넘어가거나, 뒤로 돌아가거나 하는 "비선형"적인 방식의 독서를 지향해요. 특히 독자에게 무엇을 클릭할 것인가라는 선택권을 주면서 '읽기'의 주도권을 건네줍니다.
필자가 만들어놓은 이야기 틀 안에서 독자가 선택하게 하고 그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이나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이 게임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어요. 필자는 게임 디자이너, 독자는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죠. 인터넷/웹 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탄생이 만들어낸 새로운 방식의 쓰기와 읽기 - 이런 점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자 학교 수업에서 특히 Twine을 많이 적용하는 것 같습니다. 글로벌 인디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적잖은 Twine 게임을 볼 수가 있어요. 간단하기로 알려진 Twine도 사용하기에 따라 "고퀄"의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디 게임 공유 사이트 itch.io에서 Twine으로 검색해보세요)
게임랩 프로그램에서 첫 번째로 시도했던 건 이렇게 간단하게 텍스트만 가지고 인터랙션을 만들어보는 것이었어요. 짧은 연습 활동인만큼 짧고 간결한 시인 '하이쿠'를 예제 삼아 해봤습니다. 하이쿠는 트위터에 있는 '하이쿠봇'에서 따왔어요. 하이쿠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노션에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1시간, 4회라는 짧은 프로그램이었기에 복잡한 기술적인 설명은 실시간 수업에서 생략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경험하셨겠지만 화면을 통해 소통하는 것이 피로감이 높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노션에 따로 예습/복습 자료로 정리해놓고 참가자들이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게 했습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게임이 궁금하시지 않나요? 올해 게임랩에서 만들어진 모든 게임들을 모은 웹사이트 주소가 글 맨 밑에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세요~!
은평구청에서 올려주신 '나만의 스토리 게임 만들기' 프로그램 소개도 읽어보세요~
게임랩의 두 번째 비대면 실험은 "글로벌"하게 진행되었습니다. 7월1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글로벌 게임잼 넥스트 (Global Game Jam Next)는 매년 진행되는 청소년 게임 제작 행사입니다. 성인 대상인 글로벌 게임잼(Global Game Jam)이 단기간에 팀을 이뤄 게임을 제작하는 것을 중점에 둔다면(48시간 동안 주제에 맞는 게임을 완성) 청소년 버전의 게임잼은 5일간 게임 제작을 배우고, 나머지 5일 동안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경쟁의 요소 또한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 매일 2시간씩 시간을 들여 스스로 학습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협업해서 게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죠.
올해는 크리킨디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게임잼 넥스트의 한국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지만 디스코드라는 게이밍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22개국, 400여명의 청소년들과 직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었어요!
오프닝을 무사히 마친 후 참가자들(게임잼에서는 Jammer(재머)라고 불러요)은 https://ggjnext.org/ko/the-jam-ko/ <-- 이 웹사이트에 접속했습니다. 매일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 학습하고, 디스코드 채널에서 다른 재머, 멘토들과 과제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았습니다.
게임잼의 커리큘럼은 크게 1. 영상(유튜브, 한글 자막 제공), 2. 학습지(pdf), 3. 질문(웹사이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누구나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만 있다면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유튜브, pdf, 웹사이트 같은 디지털 자원을 이용해서 만들어졌죠. 한국 게임잼을 준비했던 크리킨디센터 스탭과 멘토들이 열심히 번역 작업을 진행해주어서 가능했어요! 이제 이 학습자료는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 되었습니다. 전세계의 청소년들이 같은 자료를 보고 공부를 한 셈이 되네요!
물론 이 모든 것들 - 특히 비대면 방식은 일종의 학습/교육 실험으로 봐야할 것입니다. 우리도 번역을 하면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자료가 많았어요. 바로 옆에서 봐주는 사람없이 청소년들 스스로 시간을 내서 학습을 지속하는 것도 꽤 큰 도전이었지요.
게임잼 기간에는 줌(Zoom)을 통한 온라인 게임 진로 특강 시리즈도 진행 되었습니다. 보드게임 작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게임을 만드는 게임 기획자들이 청소년들과 만나 게임 제작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 해주었죠. 실제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해서 그런지, 질문도 많고 참여도도 높았습니다~
첫 주가 그렇게 흘러가고, 둘째 주가 되었을 때는 본젹적인 게임 제작을 위한 키노트가 준비 되어있었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의 제작진 중 한 명인 실리아 호덴트 박사의 영상 메시지가 끝나고 재머들이 게임을 제작할 주제를 발표했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Connection' 연결이었는데요, 코로나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의 '연결'이란 어떤 것일지 한 번 떠올려 보게 하는 주제였던 것 같아요. 재머들이 만든 게임들을 보면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이라는 주제를 해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게임 링크는 글 맨 아래에 있어요!)
모르는 사람 - 심지어 한 번도 얼굴을 본 적도 없는 또래 청소년들과 단시간에 팀을 이뤄서 공동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은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웠을 수도 있어요. '연결'이라는 주제와 맞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목표를 정하고, 역할을 나누고, 누군가 잠수타지 않을까 서로 챙기고, 맡은 일들을 빠짐 없이 수행하고, 제출 기한에 맞게 작업한 게임을 제출하는 것. 이 모든 것을 각자의 일상 속에서, 서로 만나지 못하는 랜선 관계로 진행하는 것은 더욱 힘든 도전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끝내 5개의 팀이 전부 게임을 제출할 수 있었어요! ���
2020년 글로벌 게임잼 넥스트에는 총 75개의 작품이 제출 되었습니다. 한국 재머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국가의 청소년 재머들의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어요! 다음 글로벌 게임잼 넥스트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부디 코로나 위기가 종결되어서 서로 얼굴 마주보며 플레이테스트, 프로토타이핑 할 수 있길!
https://itch.io/jam/ggj-next-20/entries (itch.io에 올려진 2020 글로벌 게임잼 넥스트 작품들)
자 그럼 이제 2020년 크리킨디 게임랩에서 만들어진 게임들을 플레이하러 가보실까요?
작성자
은수 eunsoo@krkd.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