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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킨디센터 Mar 10. 2020

크리킨디 게임랩 v.0

게임 덕후들이 모여 만든 첫 번째 게임

크리킨디 '게임랩'은 청소년 센터인 크리킨디센터(서울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에서 2019년에 만들어진 게임 개발 모임/프로젝트입니다. 2019년에는 약 50명 정도의 청소년이 짧게, 또는 길게 게임랩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게임?


2019년에 크리킨디 스태프들이 힘을 합쳐 게임 방식의 투어를 만들었다. 공간 곳곳에 붙여진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퀴즈가 나오고, 퀴즈를 풀면 다음 공간에 대한 힌트가 나오는 '보물찾기' 형식의 게임이다. 누군가 앞에 서서 기나긴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자기 페이스에 맞게 크리킨디의 공간과 문화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태국에서 온 청소년들이 영문판 QR코드 투어게임을 하고 있다

https://krkd-eunsoo.github.io/krkdtour/  ← 이 링크를 따라가면 QR코드 게임을 볼 수 있다. 단, 플레이는 직접 공간을 돌아보면서 해야 한다!


이 투어게임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청소년 콘텐츠로서의 게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조합인데, 실제로 센터에서 활용 가능한 (그런 의미에서 "교육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을 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자칭 덕후들만 모였다) 크리킨디 게임랩을 조직하고 1년간의 활동을 계획해보았다.



4~5월


청소년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센터의 스태프들이 직접 만들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비전문가인데,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는 게임 개발 과정을 잘 커리큘럼화 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게임랩 1기 공식 모집은 8월로 미루고 '0기' (일종의 베타버전)를 한 번 돌려보기로 했다. 놀이문화와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 '하르'와 함께 4명이 게임랩 활동을 시작했다.


게임랩 모임은 '게임 하기'와 '게임 만들기'로 이루어졌다. 보드게임의 특성상 여러 명이 모여야 할 수 있는데 (1인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 거의 없다) 바쁜 사람들 틈에서 3~4명을 모아 1시간 게임하는 게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마침 4명이 모였으니 (보드게임 최적 인원) 그동안 해보고 싶었는데 못 해본 게임도 마음껏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해본 게임들 - 물론 게임 주제를 정한 뒤 참조 게임으로 선정해서 ("연구목적"으로) 해본 게임도 있다.


이미지 출처(왼쪽부터): 아이스앤더스카이(YES24), 팬데믹(IT동아), 이지혜게임(텀블벅)
슬기로운 생존생활 빙하기편(텀블벅), 닉토포비아(보드엠), 미니 다이버시티(boardgamegeek)





6~7월


게임랩 멤버(하르, 은수, 뭉, 록)들은 처음으로 보드게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완전히 이 세상에 하나뿐인 '오리지널' 게임을 만들기엔 시간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재미있게 했던 게임 중 2개를 뽑아서 먼저 트위킹(tweaking)을 해보기로 했다. *트위킹은 "비튼다"는 뜻으로 기존 제품을 약간 변형/수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트위킹을 하기로 한 게임을 분석했다. (Rules of Play: Game Design Fundamentals 라는 책을 참고해서 게임분석 목차를 만들었다.) 그리고 게임의 수많은 요소 중 한 두가지를 골라서 우리식으로 변형해보기로 했다. 팀을 2개로 나눠서 동일한 주제로 전혀 다른 게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리가 정한 주제는 당시 하르의 관심이었던 '쓰레기 문제'.


쓰레기 시대 프로토타입과 룰북


뭉과 록의 '쓰레기 시대'


'쓰레기 시대'는 아이스앤더스카이라는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한 카드 게임을 트위킹했다. 전체적인 게임 방식은 동일하지만, 스토리와 주제를 바꾸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게임 같았다. 플레이어들은 '세대'라 불리는 3개의 라운드 동안 서로 협력해서 동물의 멸종을 막고 최대의 점수를 득해야 한다. 모든 라운드(3세대)가 끝나면 점수를 합산해서 점수에 따른 결말을 볼 수 있다. 3 라운드가 끝나기 전에 모든 동물이 멸종하면 패배한다.


팬데믹의 게임판


하르와 은수의 '쓰레기 제로'


우리는 룰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팬데믹을 선정했다. 카드 수만 해도 100장이 넘고 캐릭터만 일곱 가지가 넘었다. 주제와 목표만 생각했을 때, 계속해서 확산하는 '전염병'을 '쓰레기'로 바꾸기만 하면 될 것 같아서 무턱대고 골랐지만, 사실은 매우 매우 어려운 도전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목표가 매우 뚜렷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팬데믹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서로 협력해서 4가지의 전염병의 확산을 막고 치료제를 찾는 것이 목표이다. 우리 게임에서는 매 턴마다 네 종류의 쓰레기(핵폐기물, 오수, 플라스틱, 음식물)가 생성되고 플레이어들은 쓰레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쓰레기 제로의 게임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건 리서치였다. 하르와 나는 쓰레기 종류와 캐릭터, 캐릭터의 능력, 돌발상황(랜덤 카드),국가를 무엇으로 정할지 고민하고 토론하며 리서치를 바탕으로 결정했다.우리 게임의 자부심은 현실 데이터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팬데믹보다 정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식물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들은 지도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생성되고, 실제로 핵 발전소가 가장 많은 나라들은 핵 폐기물이 생성된다. 플라스틱 섬도 등장한다. 하지만 데이터를 찾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고, 그 데이터가 어떤 기준에 따라 측정되었는지, 그래서 의미하는 게 뭔지 -- 고민이 되는 게 참 많았다. 단순히 데이터를 찾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을 유의미하게 읽어내고, 게임에 반영하는 것의 어려움을 느낀 순간이다. 예를 들어 우리 지도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장 많은 나라들이 동남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이 플라스틱을 많이 버려서가 아니라 전 세계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하고 처리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데이터상으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장 많은 곳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생산량을 찾아보았지만 찾기가 어려웠다. 오수(폐수)의 경우 하수처리 시설이 부족한 나라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8월


그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보드게임 개발은 생각보다 쉬울 수도, 생각 외로 어려울 수도 있었다. 게임의 규칙을 어떻게 경험화 할 수 있는지, 또는 반대로 내가 누리고자 하는 경험을 어떻게 게임 규칙으로 번역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남긴 과정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이었다. 아무리 정교한 규칙과 예쁜 디자인을 만들어도 플레이어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면 (대부분이 규칙북/룰북을 끝까지 읽는 인내심이 없다) 그 게임은 선택받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8/31에 열린 게임랩 오픈데이


우리의 프로토타입은 8/31일에 진행된 게임랩 오픈데이 (보드게임방)을 통해 공개되었다. 동시에 게임랩 1기 모집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새로운 청소년들과 게임으로 만날 수 있길 기대하며...


9~12월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작성자

은수 eunsoo@krkd.eco
크리킨디센터에서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면서 청소년들과 게임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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