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킨디센터 Mar 11. 2020

크리킨디 게임랩 v.1

게임하면서 게임 만드는 게임랩

크리킨디 '게임랩'은 청소년 센터인 크리킨디센터(서울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에서 2019년에 만들어진 게임 개발 모임/프로젝트입니다. 2019년에는 약 50명 정도의 청소년이 짧게, 또는 길게 게임랩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봄부터 여름까지의 이야기는 이전 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9~11월


드디어 본격적인 모집이 마감되었고 게임랩 1기는 조금 더 체계적인 모습으로, (그렇다고 실험적이지 않진 않았다) 조금 더 많은 청소년들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다.


첫 모임에서는 자기소개와 더불어 만들고 싶은 게임의 주제를 뽑아봤다.


(왼쪽) 만들어보고 싶은 게임, (오른쪽) 관심 있는 주제들


전략을 써서 생존하는 카드 게임. 동식물이 멸종하고, 쓰레기, 젠더, 환경, 기후 문제가 존재하는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브레인스토밍한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니 위와 같은 문장이 나왔다. 여기에 추가로 시사점, 반전, 유머가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게임 설계: 스토리 만들기


캐릭터 만들기 - 총 23명의 캐릭터를 구상하고 투표를 거쳐 6개를 선정했다.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 아닐까? 첫 번째 브레인스토밍에서 우리는 "동식물이 멸종하고, 쓰레기, 젠더, 환경, 기후 문제가 존재하는 도시"라는 배경을 구상했고, 생존이라는 목표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사회에서 살아갈 캐릭터들을 만들 차례였다. 사진에도 보이듯이 우리는 총 23개의 캐릭터를 생각했는데 (실제 사회 구성원들을 반영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라 투표를 해서 최소/최적 인원을 선정하기로 했다.

우선 사진에 나온 화이트보드처럼 각 캐릭터들을 사회적 역할로 분류하고 (정치/권력, 자본, 환경(자원, 생산), 기술, 문화, 기타) 각 카테고리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직업을 뽑았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대표성"을 띄지 못한다는 이유로 배제된 것이 아쉽다. 예를 들어 '사채업자', '조폭', '취준생', '퇴직자', '킬러' 같은 캐릭터 말이다.


스토리 구상에 있어 많이 도움이 되었던 건 지식순환협동조합("지순협")의 바른돌의 보드게임 강의였다. 2019년 한 해 동안 크리킨디센터 진로상상(청소년 진로체험 프로그램)에서 보드게임 수업을 하고 계셨던 바른돌이 직접 만드신 보드게임을 소개하고 깊이 있는 Q&A를 진행해주셨다.


바른돌이 친구들과 만든 게임 'RE:BIRTH'에 대한 설명을 게임랩 참가자들이 듣고 있다




게임 설계: 연구


그렇다. 우리는 "게임하면서 게임 만드는 게임랩"이기 때문에 매번 머리 아픈 회의만 하는 게 아니라 "연구 목적"으로 게임을 해야 한다. 기대했던 것처럼 매번 게임을 같이 하진 못했지만 (게임랩은 2시간짜리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 근데 게임을 하면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간간이 재미있는 게임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 인생게임의 디지털판을 해봤다. (오른쪽) 텀블벅 후원작인 '슬기로운 생존생활: 빙하기편'을 하고 있다.



게임 설계: 스토리와 규칙(플레이 방법) 만들기



우리는 최종으로 선정한 캐릭터 6명: 학생, 기업가, 성직자, 국회의원, 과학자, 어부를 놓고 그들의 배경과 능력, 액션을 구상했다. 처음부터 중요했던 컨셉이 각 캐릭터가 "꼭 대면해야 하는 질문과 상황"을 만들고 플레이어들이 롤플레잉을 하듯이 선택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영향이 가는 구조를 만들어서 딜레마에 놓이게 하는 것이 게임의 묘미라고 생각했다.


이쯤에서 주제를 '환경위기'로 좁혔다. 그리고 게임 진행을 위한 '질문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질문카드는 캐릭터별로 다르고, 캐릭터의 턴에 하나의 질문을 뽑아서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빼곡히 적힌 저 글들이 질문카드의 초안이다.

화폐나, 점수 같은 게임 규칙에 중요한 요소들도 함께 만들어갔다. 사진에 보이듯이 화폐, 능력, 거래, 행동(질문카드 선택지)이 우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플레이어들이 전략을 짤 때 고려해야 할 내용이 되었다.



게임 설계: 첫 번째 프로토타입 제작


(왼쪽) 질문카드의 예시. (오른쪽) 첫 번째 플레이 장면이다

게임랩 멤버 6명이 각자 캐릭터를 한 명씩 배당받아 자기 캐릭터에 해당하는 질문카드를 작성하고, 화폐, 아이템, 점수판 등을 함께 제작했다. 플레이가 되는걸 목표로 만든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다. (내부적으로 만든 v.0이 또 있긴 하다) 이 프로토타입(시제품)으로 크리킨디센터 스탭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게임 설계: 테스트-수정-테스트-수정의 반복


피드백 내용을 취합하고, 수정 보완의 과정을 거쳤다.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는 사진에 보이듯이 너무 돈에 집착하는 경제 게임 같다는 것과 위기감의 부족 (안일한 플레이),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첫 번째, 경제 게임 같다는 문제는 화폐를 최종 점수에 포함하지 않도록 수정했고, 위기감은 '재난카드'라는 랜덤 폭탄 카드를 추가하는 것으로(예.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패널티를 줄이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은 자원을 합쳐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밸런스는 세부적으로 능력과 점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물론 이 외에도 여기에 다 담을 수 없는 수많은 문제가 있었고 하나하나 머리를 맞대고 해결했다!




11~12월


이쯤 되면 우리의 완성품이 궁금해질 텐데, 아직 마지막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랩 알파 테스트 11/30


바로 또래 청소년들의 피드백이다. 무사히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답은 맨 밑에 숨겨놨다)

게임랩 알파 테스트라는 낯선 이름의 이벤트를 열어서 테스터가 되어줄 청소년들을 모집했다. 주로는 게임랩 멤버들의 절친들이었다(하지만 형평성을 위해 전혀 모르는 청소년도 있었다). 이미 테스트-수정-테스트-수정의 반복을 여러 차례 한 뒤라서 이들의 피드백은 우리에게 위기감을 주었다. 만약 반응이 안 좋을 경우, 매우 매우 실망감이 커질 게 분명했다. 게임이란 이렇게 사용자/플레이어를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제작자로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어떻게 하면 재미와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도)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너무 쉬워서 느슨하지 않되, 적당히 머리를 쓰게 해서 집중된, 탄탄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게임 제작 초보들에게는 극복할 관문이 한둘이 아니었다.



완성?



보시다시피 아주 완벽한 '제품'이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꽤 그럴듯하게 내보일 수 있는 우리의 첫 번째 보드게임이 완성되었다. 제작에 있어서는 카드게임 전문 제작소에 카드를 맡긴 것이 큰 터닝 포인트였다... (더 이상의 노가다는 없을 것으로..)


크리킨디 게임랩의 0기, 1기를 함께 해준 하르, 타타, 캑티, 뭉, 록, 동녘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고마움을 전하며 2019년 게임랩의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2020년의 게임랩은 다음편에 계속된다.





청소년들의 솔직한 피드백




작성자

은수 eunsoo@krkd.eco
크리킨디센터에서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면서 청소년들과 게임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21세기의 기로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_#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