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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오냐 Apr 20. 2018

알바가 봉이냐? -1

#21세_휴학생_k씨 #첫_알바 #오전_카운터만_하기로_했잖아요


대학교 1학년 2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게 됐다.


나는 게으름 뱅이었다. 방학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뒹굴. 몸과 마음이 아주 여유로웠지.

뭐 다들 그렇지 않나? 이미 지나간 시간을 후회해서 무엇하리.

어차피 나는 휴학생이니 학기 중에만 보람차게 보내면 되지 않을까?


허무하게 지나간 방학에 대한 합리화는 이쯤으로 하고, 앞으로 남은 학기를 보람차고 궁핍하지 않게 보내보자.


'오전 알바, 오후 전공 공부'


이것이 바로 후회 없는 휴학 생활을 위한 나의 기초 계획이다.




- 그럼 3월 2일부터 8시 30분에 나와요~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알바를 알아보던 중에 학교 내 서점에서 알바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오전 카운터 알바를 지원했다.

다행히 바로 합격하여 개강날부터 알바를 하게 되었다. 알바는 처음이지만 학교 서점이고 카운터 업무만 하면 된다고 하니 열심히 해봐야겠다.


오전 8시 30분 출근, 오후 2시 퇴근.

오전에는 알바로 돈을 벌고 오후에는 공부를 하겠다는 내 계획에 딱 맞는 알바다. 벌써부터 보람찬 휴학 학기를 보내는 기분이야.



<알바 1일 차>


- 안녕하세요. 저 오늘부터 아르바이트하러..

- 어서 와, 어서 와. 가방은 저기 두고, 카운터지? 바로 알려줄게~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사장님은 학생들이 많아지기 전에 빨리 익혀야 한다며 바로 POS기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새 학기 첫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한 두 명씩 서점에 찾아왔다.


삑-

- 2만 3천 원입니다. 아, 잠시만요. 담아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바코드를 찍고 카드를 긁은 뒤 영수증과 함께 손님께 전달하고 책을 봉투에 담아 건네며 인사하기.

바들바들 대며 카운터 알바에 익숙해질 즈음 오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북적이며 우르르 다녀갔고, 더불어 서툴던 내 손놀림은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변해갔다.


정신없이 계산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2시.


- 수고했어. 잘하네~ 오늘은 이만 퇴근해~


칼퇴다!

오후 책 정리 알바가 도착하자 나는 오전 책 정리 알바인 A와 함께 퇴근하며 짧은 인사를 나눴다.

A는 나와 같은 학번의 휴학생인데, 곧 군대를 가서 알바는 한 달 동안만 한다고 했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니 정신없이 일했는데도 이제 겨우 2시라니! 좋다 좋아.

이제 공부하자!




<알바 2일 차>


서점 문을 열고 간단히 청소를 마치자 학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삑-

- 4만 5천 원입니다. 여기 거스름돈이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어제 개강해서 그런지 오늘도 서점은 여전히 북새통이다. 바쁘다 바빠.


- 얘들아, 간식 먹고 하렴~

- 와~ 간식이다!! 감사합니다.


사장님이 간식이라며 도넛 한 박스와 커피를 사다 주셨다.

아침 일찍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서 출출했는데 신난다. 역시 도넛은 맛있어.


퇴근도 제때 하고 간식도 주고 좋은 알바인 것 같다.




<알바 7일 차>


- k야~ 점심 먹고 하자.


손님이 조금 줄어들자 사장님은 A에게 먼저 점심을 먹고 오라고 한 뒤 나에게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


- k야 오늘 오후 약속 없지?

- 네? 네.


공부를 할 예정이지만.. 약속은 없죠


- 그래? 그러면 오늘 조금만 더 할 수 있을까? 내가 급히 좀 갈 데가 있어서~

- 아 네네. 그럼 혹시 언제까지 하면 될까요?

- 글쎄, 아직 모르겠네. 최대한 빨리 올게.

- 네, 알겠습니다.


그래, 급한 일이 있으시겠지. 하루니까 조금만 더 하지 뭐.


수저를 들기도 전에 연장근무 이야기를 하던 사장님은 이윽고 오후 책 정리 알바 P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잘 모르겠지만, 사장님 말로는 아주 버릇이 없다고 한다. 잠깐 마주쳤을 때 그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리고 난 식사 내내 P에 대한 비난과 가까이하지 말라는 당부를 들어야 했다.


사장님은 식사 후 급한 일 있으면 연락하라며 가셨고 곧이어 P가 왔다. 우려와 달리 P는 굉장히 쾌활하고 좋은 친구였다.


- 아 사장 없으니까 너무 좋다. 이제야 좀 살 것 같아.

- 왜? 사장님이랑 무슨 일 있었어?

- 사장이 처음 하루 이틀은 잘해주는 척하다가 이제는 나를 아예 노예 취급하는 것 같다니까?


P는 사장이 자리를 자주 비우고 은근히 서점의 모든 일을 시키며 막대한다고 하소연했다.


- 내가 예언 하나 해볼까? 사장 오늘 안 돌아올 걸? 조금 기다려봐 곧 문자 온다.


서점 마감은 오후 8시.

설마 설마 했는데 오후 6시에 사장님에게 문자가 왔다.


[k야~ 일이 늦어져서 마감 전에 못 갈 것 같다. P랑 같이 마감 좀 부탁할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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