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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성 Jun 11. 2020

저녁시간 플렉스했지 뭐야

직장맘이 저녁 세미나 들을 수 있었던 이유 세 가지


'내 일'에 관심 많은 엄마들이 모인 창고살롱 단톡방이 울렸다. 같이 듣기 좋은 세미나가 있다는 메시지와 신청 링크가 날아왔다. 습관처럼 '당연히 난 안 되겠지'라는 체념 먼저. 흥미로운 내용이었는데 온라인 세미나였다. 당장 오늘 저녁이었지만 온라인 세미나라는 게 마음을 움직였다. 실낱 같은 희망으로 일단 신청해보기로. 공교롭게도 앞선 점심 미팅에서 뭐라도 되겠지작은 시도에 대해 얘기 나눈 터였다.


아이들을 낳고 9to6 직장에 복귀한 후 저녁 이벤트는 무조건 불참이 기본값이었다. 퇴근 후 집으로 출근하는 두 아이 직장맘에게 '저녁 있는 삶'은 허락되지 않았다. 야근 안 하고 칼퇴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집으로 육아 출근 해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곯아떨어져 눈뜨면 다음날 아침이기 일쑤였다. 어쩌다 저녁 밤공기와 사람들이 그리울 때가 돼서야 하루 정도 짬을 내곤 했다. 군인 휴가도 이보다 많지 않을까.


저녁 7시, 이 시간에 세미나 참석이라니. 실화냐.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1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세미나를 모두 들었다. 예상치 못한 작은 성공이었다.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작은 성공에 신이 났으니 직장맘의 저녁 있는 삶을 만든 세 가지를 남긴다.


웨비나로 공간 초월


엄마가 된다는 건 시공간의 제약을 온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경험이다. 시간도 이동의 자유도 모두 내 것이 아닌 것. 그런데 오늘 웨비나로 이 한계가 해소됐다.


오늘 들은 세미나는 슬로워크의 '오렌지라이브 - 캠페인을 품은 브랜드 101'로 웨비나(web+seminar)로 진행됐다. 코로나 시대, 언택트 열풍으로 온라인 모임이나 웨비나가 대세. 나 또한 화상 회의 툴(주로 줌)로 미팅이나 모임을 하고 있는데 웨비나는 처음이었다.


웨비나는 내 얼굴이나 목소리가 공유되지 않는다. 세미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방적인 강연이 주고 채팅 기능으로 의견이나 질문을 남길 수 있다. 그러니까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든 웨비나에 참석 가능하다는 거다!


정해진 장소로 이동할 필요가 없으니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웨비나에 참석했다. 아이들을 씻긴 후 후줄근한 차림이었지만,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대며 주위를 돌아다녔지만 내 얼굴과 소리가 공유되지 않으니 문제없었다. 오른쪽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세미나를 들었다.


일찍 퇴근으로 시간 세이브


하루 8시간 풀타임으로 일하지만 아이들 하원과 저녁 돌봄을 위해 근무 시간을 조정해 일하고 있다.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4시 30분이면 퇴근. 퇴근 시간이면 뒤도 못 돌아보고 뛰쳐나오는 일상이다. (등원은 남편 담당)


퇴근해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니 정확히 6시 55분. 메일을 열어 링크를 클릭해 1분 만에 접속 완료. 지각하더라도 참석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찍 접속이라니. 이때부터 감격은 시작됐다.


재택근무 남편의 협조


저녁 웨비나를 안정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남편. 남편은 3월부터 지금까지 기약 없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6시에 일을 끝낸 남편은 저녁 식사 후 내가 웨비나를 듣는 동안 아이들을 함께 돌봤다. 사무실에 출근했다면 남편은 이 시간에 집에 있을 수 없었다.


남편이 다니는 회사는 외국계 기업인데 코로나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우리 회사는... 아닌가...? (읍읍) 3월 초 코로나 위기가 극심할 때 3주 정도 재택근무를 했었다. 아이들을 집에서 돌봐야 했을 때를 제외하곤 모든 일이 아주 수월하게 되는 바람에 놀라웠다. 이 좋은 걸 왜 계속 안 하는지 의문이다. (읍읍읍)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여러 돌봄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재택근무도, 나의 실험에 동참해준 남편의 배려도 큰 도움이 됐다.


우리 유연 근무하게 해주세요


전에 없던 집에서 저녁 웨비나 참석은 여러 '유연함'의 결과물이었다. 대면 아닌 온라인, 조정 가능한 출퇴근 시간, (남편의) 재택근무. 오늘도 맞벌이 부모에게 필요한 건 '유연근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시공간 제약을 해소하면서 일잘과 돌봄을 조화롭게 해 나갈 수 있는 방법.


워라블, 언택트 시대의 도래. 조직의 업무 방식 변화를 기대하는 게 시기상조는 아닌 것 같다. 비록 단 한 시간뿐이었지만 저녁 시간 플렉스 한 이 느낌적인 느낌. 우리 일도 플렉스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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