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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민 Oct 24. 2023

"엄마!"를 영어로 번역하면?

그때그때 달라요, 문학번역

질문: "엄마!"를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까?


혹시 "Mom!"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나?


정답은: 그때그때 달라요~


아마 '엄마'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mom일 것이다.

물론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실상 이누가 말했는지에 따라 다양한 번역이 가능하다.

어린아이가 한 말이라면 Mommy!

영국이나 호주 같은 지역의 사람이 한 말이라면 Mum!

경우에 따라, 깜짝 놀랐음을 드러내는 감탄사인 Yikes!나 Oops!도 가능하겠다.


그렇다면 여기서 좀 더 나가서,

질문 2. "보현 엄마!"는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까?


"Bohyun’s mom!"을 떠올렸나?


이번에도 역시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한국에서는 '누구누구 엄마'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남편이 아내를 '자녀 이름+엄마'라고도 부르지만, 지인들(가령 학부모들 사이에서)끼리도 그렇게 부르곤 한다.

전자의 경우, 예를 들어 남편이 “보현 엄마!”라고 불렀다면, 이는 영어로 Bohyun’s mom이 아닌, Honey(여보. 남편이 다정한 성격이라는 가정 하에)—혹은 다른 애칭—나 아내의 이름으로도 바꿔서 번역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외국에서는 Bohyun’s mom과 같은 식으로 누군가를 잘 호칭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직접 이름을 부르거나, 격식을 차려야 한다면 'Mrs.남편의 성' 정도가 더 자연스럽다.


그나저나 자꾸 웬 엄마 타령이냐고?

서론이 길었는데, 문학번역을 설명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

와 같은 인물의 목소리, 말투의 뉘앙스까지 고스란히 살려 번역하는 작업이 바로 내가 하고 있는 일, '문학번역'이다.

나는 정보 전달이 주 목적인 기술번역이 아닌, 감정을 전달하고 감성을 건드리는 문학번역을 한다.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할 때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위와 같은 인물들의 목소리다.

그러니까, 같은 말이라고 해도 성인이 했을 때의 말투, 어린이가 했을 때의 말투가 모두 다른데, 이를 잘 살리는 게 관건이다.

누군가가 육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인물의 말투를 상상하며 번역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위와 같은 내용을 기계번역기에 돌렸을 때 부자연스러운 번역이 나온다.

기계번역에는 목소리가 없으므로.

(방금 구글 번역기를 돌려봤더니, 역시나 Mom, 그리고 Bohyeon’s mom으로 나왔다.)


개인적으로, 번역하던 한국소설의 첫 페이지에서 "뭔데, 너?"라는 짧은 대사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한 기억이 난다.


"진짜 간단한 건데,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하나만 물어봐도 돼?" 하는 지인의 짧은 물음에도 정작 오랜 시간 골똘히 머리를 굴려 고민해봐야만 하는 까닭이다.

그러니, 혹여라도 번역가에게 뭔가를 급히 물어봐야 한다면, 다짜고짜 한 문장만 달랑 물어보기보다는 앞뒤 맥락을 잘 설명해서 물어보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번역가는 다음과 같이 답할 수밖에 없다.

"그때그때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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