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을 좋아한다.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하면 가끔 우울한 성격의 소유자로 오해받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은 산토리니하면 떠오르는, 바다 언덕 위 하얀 건물에 포인트로 찍은 쨍한 파란색이다. 어느날 무근성 골목에서 이 낭만적인 색이 눈에 띄었다. Dear, My BLUE.
디어마이블루는 작은 서점이다. 스스로 대안서점 Alternative Bookshop 으로 소개한다. 내가 알고 있는 형태의 대형서점, 독립서점 말고 또 다른 대안이 필요한 서점이 필요한가? 질문이 떠오르며 이곳이 궁금해졌다. (디어마이블루가 추구하는 대안서점의 의미는 나중에 대표님으로부터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독립서점보다 대형서점을 좋아한다.
제주에 독립서점이 이곳 저곳 생기는 걸 보면서 호기심이 생겼다. 라이킷을 첫경험으로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찾기도 힘든 서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서점마다 너무나도 다른 큐레이션을 경험하는 재미와 대형서점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신선한 책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서점은 너무 조용했고, 책을 고르는 동안 고요를 깨는 방해꾼이 된 것 마냥 (서점이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보다 편한 대형서점에 더 자주 가게 됐다.
디어마이블루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이곳의 블루도 글루미하지 않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공간은 사랑스러웠고 대표님은 반갑게 맞아 주셨다. 한결 편해졌다.
평소 읽고 싶은 책의 장르에 확고한 취향은 없다. 기분에 따라 책을 골라 읽게 되는데, 한 권씩 완독하지 않고 여러권을, 기분에 따라 돌아가며 읽기도 한다. 마치 티비 채널을 돌리 듯 책을 돌려 읽는 고약한 습관도 갖고 있다. 이곳에 책은 다양하진 않지만 (다른 서점에 비해) 신기하게도 모든 책이 내 채널에 집어 넣고 꺼내 읽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대표님의 선택 능력에 믿을을 보내며 언젠가 직접 추천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짧지만 오랜만에 휴가가 생겼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휴가에서 온전히 내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진 않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2박 3일의 시간 동안 틈을 이용해 읽을 책이 필요했다. 나는 디어마이블루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넉넉치 않은 시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길지 않은 대화에서 내 니즈를 눈치 채고 바로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추천해 주신다.
탁월한 추천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가끔 추천을 받을 계획이다. 내가 대안서점 디어마이블루를 이용하는 방법일 것 같다. 그동안 대형서점, 독립서점을 이용하면서 하지 못했던, 그러나 필요했던 나의 대안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