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가이드 Mar 01. 2024

한 자리에 오래 있다는 건

넝쿨하눌가든 오리탕


추워지면 꼭 생각나는 음식이 있어요. 누구는 더운 여름에 보양식으로 먹어야 정석이라고 하지만요.


구수한 된장 베이스 육수와 먹기 좋게 조각낸 오리고기, 돌미나리를 뚝배기에 넣고 팔팔 끓여 들깻가루로 마무리한 오리탕. 날이 추워지고 몸이 으슬으슬하거나 감기 기운이 살짝 있다 싶으면 항상 찾아가 먹는 음식입니다. 

저뿐 아니라 이곳을 찾는 사람은 많습니다. 각자 이 식당을 찾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넝쿨하눌가든 오리탕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이 식당은 길 건너편 하늘채 가든과 함께 도민들 사이에선 오리 전골 메뉴로 오래전부터 유명한 식당이었어요. 오랜 시간 이 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큰길도 뚫리고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예전에는 정말 외진 곳이어서 과장을 조금 한다면 마치 산 속에 들어와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기분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정말 다른 동네가 됐네요.


한 자리에서 오래 장사하면 많은 연결고리가 생깁니다. 아버지와 처음 방문했던 식당에 친구들과 찾아오고, 또 내 아이들과 함께 오고, 시대가 바뀌어도 대를 잇고 찾는 식당은 사람이 끊이지 않고, 또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식당 카운터를 지키던 주인 할아버지는 또 다른 가족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기도 하고요.


요즘은 맛집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식당이 생겼다 없어집니다. 제주에서 소문난 식당을 자주 찾아가지만, 나의 이야기가 엮여 있는 이 식당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깊어지면 재밌어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