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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Mar 07. 2024

여행객이 없길래 우진해장국엘 갔어요

요즘 제주에 사람이 없긴 없나 봅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한창인 시간에 무려 우진해장국을 단 15분 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의 집이지만) 언제부턴가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멀리할 수밖에 없던 우진해장국에 가서 고사리 육개장과 녹두빈대떡을 시켜 배불리 먹고 왔습니다. 제주의 향토 음식은 사실 맛있게 차린 음식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의 입맛을 잡기는 쉽지 않은데, 이곳은 여행자들의 입맛을 잡았습니다. 


예로부터 제주에선 고사리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이 있었습니다. 척박한 화산섬은 식재료가 풍부하지 못했는데, 반면 아주 맛있는 고사리를 키워내는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특히 한라산에서 자라는 먹고사리는 굵으면서도 중심이 비어 있어 보기와 다르게 매우 부드럽습니다.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현무암과 화산회토는 습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자란 고사리는 수분을 충분히 흡수해 다른 지역의 고사리와 달리 부드럽고, 조금만 열을 가해도 입 안에서 녹아버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특유의 섬유질이 결대로 흐트러져버립니다.


고사리를 이용한 음식 중에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제주 육개장입니다. 고사리 육개장이라고 부를 만큼 이 음식의 메인 식재료는 고사리입니다. 한라산 먹고사리를 넣고 육개장을 끓이다 보면 부드러운 고사리가 자연스럽게 풀어져 고사리 향이 국물 전체에 골고루 퍼지게 됩니다. 제주 육개장은 고기가 완전히 물러질 만큼 충분히 끓여 만드는데, 흐트러진 고사리가 물러진 고기가 어우러져 더욱 진한 맛을 냅니다.


제주 육개장에서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메밀입니다. 고사리 육개장은 몸국과 함께 돼지고기 육수를 이용하는 제주의 대표적인 경조사 음식이었습니다. 큰일을 치르면서 사나흘 동안 돼지고기 육수를 만들려면 많은 돼지가 필요하지만, 제주에는 그렇게 풍족하게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집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귀한 고깃국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생각했던 방법이 메밀을 국물에 풀어 넣는 것이었습니다. 부족한 고기 육수에 진한 느낌을 주기 위해 넣었던 메밀가루는 국물에 떠오른 돼지기름의 느끼함을 제거하면서 더 담백한 맛을 낼 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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