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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Apr 23. 2024

인도의 부엌 Indian Kichen

카레. 아니 커리는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랜 것 같아요. 30년도 더 전에 유치원에서 먹었던 점심에서 물컹한 식감의 삶은 당근 맛이 이상했던 기억이 생생히 남아 있으니, 그 당근은 카레에 들어 있던 당근이었고, 카레는 나에게도 역사가 깊은 음식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감동적인 향으로 다가오는 음식은 아니었어요. 그냥, 뭐 먹지? 하다가 딱히 생각이 안 나면 삼 분 만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어요. 라면처럼.


카레. 아니 커리 전문점에서 난이라는 메뉴를 만났던 몇 해 전부터 카레를 커리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쫄깃하면서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그 납작한 요물이 달디단 쌀밥보다 커리의 맛을 몇십 배는 더 다양하게 만들었던 경험을 잊을 수가 없어 지금도 입맛을 다시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를 지배하기 전 제주 섬에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맛집이 생겼습니다. 커리도 열정 넘치는 사장님들에게 인기 많은 주제였어요. 이곳저곳 커리 전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제주 도민이라면 절대 의아할 수밖에 없는 동네에도 생기기 시작하고, 곧 명성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인디언 키친이 공항 근처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279개의 -지금도 계속 늘고 있을- 엄청난 수의 네이버 리뷰를 보유한 인디언 키친(애월 본점)이었지만 같은 동네에 애파소라는 커리집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방문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애파소는 이제 없어졌습니다. 본점에 비해 훨씬 더 집과 가까운 곳에 문을 열었다니 안 가볼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빨간 벽돌입니다. 빨간 벽돌을 좋아한다면 음식도 맛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빨간 벽돌이니깐요. 외부만큼 내부도 깔끔합니다. 로즈마리 향이 가득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로즈마리 잎을 태우며 만들어낸 향이란 걸 알았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접시를 세팅해 주는데 테이블 매트와 조화는 분명 노림수입니다.


인도의 부엌이라 다양한 인도 음식이 있었지만, 강한 향신료를 아직 이기지 못하는 나는 바그다드(제주시 관덕로8길 34)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무난한 커리와 초우민을 선택하고, 당연히 난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라씨도 함께. 무난한 선택이라 무난하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다른 곳보다 커리에서 시큼한 향이 더 느껴져 고소한 난과 잘 어울렸습니다. 가까워서 너무 좋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상큼한 로즈마리 향을 느끼며 시원한 바다를 바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사랑스러운 빨간 벽돌집을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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