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미국 with 친누나,조카. 마지막 날, 3월 6-8일
오늘은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마지막 날이다. 오늘의 미션은 크게 두 가지이다. 아침에 짐을 싸고, 조카와 친누나를 데리고, 조카가 한나절 면접 보는 학교에 데려다 줘야한다. 그리고 내가 박사 합격한 기념으로 저녁을 사는 것이다.
아침에 7시쯤에 일찍 잠에서 깨어 짐을 하나 둘씩 챙겼다. 문득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에 앞으로 자주 방문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친누나와 조카도 여기서 살게 돼니, 여기에 연고가 생긴 것이다. 짐을 싸고 아침에 운전을 하는데, 삶에 대해서 충만한 기분이 들었다. 걱정거리가 없어진 기분이었다. 박사 유학도 붙고, 이 여행도 잘 끝내고, 돈 걱정도 줄어들었고 그랬다. 여행떠나기전에 부모님이 미국에서 애 잃어버리면 큰일난다고 나한테 압박을 했었는데, 이젠 그런 걱정도 끝이다. 곧 있으면 끝날 여행이 좋았다. 아마 박사 유학 결과를 못 들었다면, 합격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마음가짐이 아니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조카가 면접 볼 학교에 도착했다. 주차할 공간을 찾기 위해, 누나와 조카를 먼저 내려다주고, 나는 주차를 하고 나서 카페에 갔다. 근처에 블루보틀이 있어서 거기로 갔다. 몇 가지 굿즈를 사려는데, 애매해서 사지 않았다. 텀블러가 너무 많은 나는 차라리 몇 개의 텀블러는 녹슬거나 찌그러졌으면 싶다. 대부분의 텀블러들이 산지 한 4년쯤이라서 곧 교체할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슬슬 텀블러 바꿀 시즌이네 라고 생각하면서, 미국에 도착하면 텀블러를 많이 사겠다라고 생각했다.
누나는 조카를 데려다주고, 나와 같이 블루보틀에서 공부를 했다. 이번에는 진짜 공부였고, 나도 공부를 했다. 누나와 점심을 가볍게 해결할 겸 카페에서 빵을 좀 사서 나눠먹었다. 나눠먹으면서 옆에 있던 남녀 대화를 들었는데, 둘 다 한국인이었다. 근데 영어와 한국말을 자유자재로 전환하면서 이야기하는게 네이티브 같고 멋있었다. 나도 그렇게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끝날 때쯤 조카를 데리러 학교로 다시 갔다. 비가 역시나 많이 내렸다. 이 동네(northern California)는 참 비가 많이 자주 내린다. LA와 이렇게나 다를 수 있나 싶은데, 차로 6시간 거리이다. 같은 주에 있는데도 이렇게나 넓다니, 미국은 참 크다라는 걸 다시 느꼈다. 조카는 학교에 대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고, 그게 나도 느껴졌다. 학교가 수도원처럼 고풍스러웠다. 딱 봐도 사립학교 같은 분위기였다.
이때가 거의 오후4시쯤이었다. 친누나는 여기서 며칠 시간 보내기보단 누나가 지내던 주로 넘어가서 같이 공항에 가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사정이 바뀌어서 친누나가 샌프란에 며칠 더 있을 예정이라고 했고, 그래서 누나가 지낼 숙소로 갔다. 숙소에 도착해서 조카와 비행기 탈 준비를 했다. 짐을 옮기고, 조카가 비행기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교육받았다. 이건 이럴때 쓰고, 이건 아플때 쓰는 것 등등을 들었다.
그런 후에 Kincaid's fish,chop & steakhouse라는 곳을 갔다. 일명 "박사 합격 턱"을 내러 갔다.
저녁을 먹으러 거의 오픈런을 했다. 날씨도 맑게 개서 더 좋았다.
사진도 왕창 찍고, 바람이 점점 거세져서 밥 먹으러 들어갔다. 메뉴가 많았는데, 누나의 추천은 트리플 그릴드 씨푸드 였나 하는, 새우, 연어, 관자를 구운 요리였다. 그리고 무난한 칼라마리 튀김이랑 조카가 먹을 치즈버거를 주문했다. 세 가지 다 맛이 좋았는데, 가장 베스트는 역시나 그릴드 씨푸드였다. 조카도 치즈버거를 아주 잘 먹어서 보기 좋았다.
저녁을 먹으면서 누나의 인생 계획에 대해서도 더 듣고, 나도 좋은 자극을 받았다. 먼저 간 사람들의 길을 착실히 따라가되, 나만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겠다 라는 다짐을 다시 했다.
내가 당당하게 냈는데, 나중에 숙소에 가서 친누나가 그보다 더 큰 돈을 현찰로 주면서 이거 나중에 쓰라고 해서, 참 고마웠다. 이게 어른인가 싶었다.
숙소에서 빠르게 샤워하고 짐을 들고 공항으로 갔다. 샌프란 시스코 국제 공항에 도착해서 시큐리티 체크까지 끝내고 터미널로 갔다. 상당히 부담이 심했다. 옆에 조카를 태우고, 약 13시간 비행을 해서 한국까지 가야하는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었다.
다행인 점은 내가 닌텐도 스위치를 챙겨서 조카와 놀 수 있다는 것이고, 비행기 내부 디스플레이가 최신형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안에 들어있는 컨텐츠도 많아서, 조카가 어린이영화부터 해서 막 봤다. 그리고 가장 다행인 점은 옆자리 승객이 없었다. 그래서 조카가 발 뻗고 누워서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조카가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는데, 내가 잠들어서 제대로 대처 못 할까봐, 13시간동안 거의 잠을 못 잔채로 있었다.
도착해서 매형한테 조카를 인계하고 나는 자유의 몸으로 대전으로 가는 기차에서 잠들었다. 모든 미션을 클리어해서 기뻤다. 특히 박사 합격소식을 미국에서 들어서 더 좋았다. 친누나와 조카랑 더 친해지게 된 여행이고, 친누나가 어떻게 생각하고 결정내리는지를 알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
미국 여행기가 이렇게 끝났다. 다음에 미국을 갈때는 미국 "여행"기가 아닌, 미국 "생활"기가 시작될 것이다. 치열하게 살면서 균형을 잃지 않는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