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맨눈으로 은하수 보기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있다. 버킷에 담아두고 이룰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여자친구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은하수 보기였다. 국내에서 은하수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어두운 곳(가장 은하수 보기 좋은 곳)은 고작 3급지 정도이다. 3급지의 가장 특징은 "은하수를 눈으로 보고 찍을 수 있는 곳"이다. 1급지는 맨눈으로 은하수의 형태가 확연히 보이는 곳이고, 주로 호주나 몽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3급지가 한계이며, 내가 갔던 곳은 바로 "정선 타임캡슐 공원"이다.
국내기준 은하수 보기 좋은 월은 3월부터 8월까지이다. 그중에서 4,5월이 가장 좋다. 3월은 은하수가 해가 질때쯤 바로 떠서 애매하고, 8월은 해가 다시 뜰때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6월부터 8월은 여름이라서 비가 내릴 수도 있기 때문에 관측이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우린 이걸 작년 가을에야 깨달았고, 은하수 보기 좋은 시즌이 되면 바로 하기 위해 우리는 올해만을 기다렸다.
또 하나 체크해야하는게 바로 달이 없는 날(삭)이 언제인지이다. 달이 있으면 은하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블로그에서 봐서 삭인 날짜로 맞춰서 갔다. 정확히 삭인 5월 8일에 가고싶었지만, 저땐 전날 (5월 7일)에 비가 많이 내린 후여서 안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우린 5월 9일, 10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그렇게 결정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은하수를 보러 간 곳때문이었다.
은하수가 잘 보이는 일명 은하수 맛집들이 여러군데 있다. 크게 3 군데가 있다. 강릉의 안반데기, 태안 근처 섬, 그리고 내가 갔던 정선의 타임캡슐 공원이다. 강릉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가서, 이젠 잘 안 보인다고 한다. 태안 근처 섬은 안개가 끼는 경우가 있어서 변수가 있다고 했다.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보니, 정선이 강릉보다 잘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국내에서 가장 잘 보이는 은하수 3급지여서 결정했다. 그리고 대전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2시간 40분이었다. 강릉은 여기서 한 1시간 정도 더 걸린다.
대전에서 갈 때는 "정선" 타임캡슐 공원이지만, 위치상 충북 제천에 숙소를 잡는게 편하다. 숙소를 잡아야 하는 이유는 관측시간때문이다. 5월의 경우에는 관측시간이 22시에서 새벽 4시까지이다. 실제로 우리도 23시부터 3시 사십분까지 했다. 다가오는 6월에는 22시부터 2시, 7월에는 22시부터 1시, 8월에는 21시부터 24시까지이다. 만약에 8월에 관측을 한다면, 굳이 1박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 5월달에 간 우리는 새벽3,4시까지 관측을 할 예정이어서 숙소를 제천에 잡았다.
충북 제천에서 저녁쯤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호텔 체크인 하고 쉬다가, 9시에 맞춰서 도착을 했다. 블로그 글에서 우린 두 가지를 인지했다. 첫 번째는 타임캡슐 공원까지 가는 길이 매우 험난하다는 것이었다. 일단 여기서 정말 중요한게 있다. 아래 그림은 네이버맵으로 길을 찾은 것이다. 카페 "안경다리"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꺾으라고 되어있는데, 거기로 가면 안된다. 정확히 말하면 거기로 올라가면 농가로 가는 일방통행길이 나와서 정말 힘들다. 산의 정면으로 가는게 아니라, 산의 뒷면으로 올라가는 느낌이다.
안경다리길이 아니라, 함백슈퍼 지나서 있는 엽기소나무길로 가야한다. 거기로 가야지, 좀 넓은 산길이 나오고, 분기점마다 타임캡슐 공원쪽을 가르키는 표지판이 정말 많은 길이 나온다. 엽기소나무길은 상대적으로 편했고, 이리로 가다보면, 적당한 크기의 주차장이 있다.
두 번째로 타임캡슐 공원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고 했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자리가 많았다. 그리고 화장실도 주차장에 거의 붙어있어서 좋았다. 화장실도 상대적으로 깨끗했고(아마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물도 잘 나와서 잘 사용했다.
관측 위치는 크게 두 곳이다. 주차장에서 나무계단이 있는데 거기로 올라가면 큰 공터가 나온다. 오른쪽에는화장실이 있고(밤에는 문을 닫는다.), 왼쪽에는 초승달 조형물이 있다. 그리고 중앙에는 나무 한그루가 있다. 여기에서는 별 사진을 찍기 좋다. 그리고 조형물이랑 같이 찍으면 밝고 분위기 있게 나와서 인생샷들을 많이 건질수 있다. 덤으로 여기서 밤사진찍는 법을 연습해도 좋다.
아래 사진들은 도착하고 나서 찍은 밤 사진들이다. 정말 별이 쏟아졌다. 시각이 이른 때여서 근처 호텔인가 리조트에서(아마 강원랜드라고 한다) 불빛이 계속 나왔다. 눈으로 보기엔 별거 아니지만, 카메라로 담으면 노을이라도 진거처럼 나온다. 물론 그것도 나름 매력 있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또 다른 한 곳은 첫 번째 스팟 근처에 있다. 아까 말했던 나무 계단 왼쪽이 첫 번째 스팟인데, 화장실과 첫 번째 스팟 사이에 또 나무 계단이 있다. 거기를 올라가야한다. 거기를 올라가면, 오른쪽에 카페가 있을 것이다. 물론 밤에는 문을 닫는다. 카페가 모양이 특이해서 알아보기 쉬울 것이다. 카페를 오른쪽에 두고 눈 앞에 큰 화분이 세,네개가 있고 오르막길이 있을 것이다. 거기를 올라가면 두 번째 스팟이 나온다. 그 곳이 바로 은하수 관측하기 정말 좋은 스팟이다. 배추밭이 펼쳐지고 샛길이 있는데, 바로 거기가 촬영스팟이다. 여기서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마음만 앞선 사람들이라서 전문가들과 비교하면 장비도 볼품없었다. 내 휴대폰 카메라인 아이폰 15pro와 고프로 11 그리고 휴대폰 삼각대였다. 아이폰으로 사진 찍을때는 나이트모드로 노출을 30초는 해야지 잘 나온다. 위에 있는 사진들은 배경이 너무 밝아서 10초로만 설정이 되는데, 이는 휴대폰 노출정도를 낮추면 (-1.3부터 잘된다.)그때부터 30초씩 빛을 모으고 사진을 찍힌다. 강제로 30초를 높일수는 없다고 한다. 이때 삼각대를 반드시 연결해야한다.
고프로는 이미 나이트모드로 사진 찍는 모드가 있는데, 거기서 화이트 밸런스가 중요했다. 나중에 비교해보니 화밸이 낮으면 사진이 시원치 않게 나온다. 참고로 고프로 사진 모드 설정값은 다음과 같다.
Shutter : 30s
Output : Standard
WhiteBalance : 5500K
ISO Min : 400
ISO Max : 800
Sharpness : Medium
Color : Flat
관측을 할 때가 되면, 사람들이 은근히 모여든다. 두 번째 스팟에 가서 하늘을 올려보니, 하늘에 뭔가 뿌연 구름이 있었다. 그걸 유심히 보면 은하수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구름보다는 옅지만 맑은 밤하늘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그걸 쭉 따라가다보면 지평선까지 이어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말 멋졌다. 하이라이트 시간대는 새벽 1시부터 새벽 3시가 하이라이트였다. 그때가 가장 밝게 보였다. 그리고 이때쯤부터는 좋은 장비를 가진 전문 사진사들이 집중해서 찍기 시작한다.
우리는 고프로로 찍고, 아이폰으로 삼각대로 찍고 하면서 추운지도 모르고 열심히 찍었다. 아래들이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들이다.
이렇게 열심히 찍고 나서 버킷리스트를 이룬 우리들의 은하수 여행은 끝났다. 정말 대성공이었다.
절대 자동차 헤드라이트 상향등이나 휴대폰 플래쉬를 앞을 향해서 비추면 안된다. 처음에는 우리도 그렇게까지 예민한가 싶었는데, 정말 그정도로 예민했다. 아래 사진들처럼 휴대폰이 담기는 순간이나, 차가 움직이면서 생기는 빛에 대해서 예민하다. 광공해를 피해서 왔는데, 몇명의 무모한 행동이 주위 모든 사람의 사진을 망치기 때문에, 매너있게 다니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