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는 지키되 마음은 내어주지 않는 거리

관계의 피로를 줄이는 적정 온도의 기술

by 두콩아빠

“The mayor and Montaigne have always been two, with a very clear separation. I will perform my duties as mayor faithfully, but I will not let that role invade the deepest parts of my soul.”

— Charles Cotton, The Essays of Montaigne


“시장과 몽테뉴는 언제나 두 사람이어야 합니다. 나는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나,

그 역할이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범하게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십 이후의 인간관계는 쉽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래된 인연이 많고,

완전히 끊을 수 없는 관계도 많습니다.


어느 모임 자리에서 누군가 당신의 선택에 대해 조언을 건넵니다.

겉으로는 염려처럼 들리지만 어딘가 평가의 기색이 묻어 있습니다.

“그 나이에 새로운 걸 시작한다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


그 순간 사람들은 설명하고 싶어집니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그 선택이 얼마나 간절한지.


그러나 돌아오는 길,

마음 한편이 유난히 피곤합니다.


그 피로는 상대의 말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자리에 필요 이상으로

내 마음을 열어두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성숙한 사람이라면

모든 관계에 진심을 다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모든 만남에 같은 깊이로 반응하는 것이 반드시 성숙은 아닙니다.


몽테뉴는 시장이었지만 그 역할이 자신의 영혼 깊숙이 스며들도록 두지 않았습니다.

역할은 수행하는 것입니다.

존재까지 내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무례한 조언에 반드시 논리로 응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짧은 대답과 가벼운 미소가 충분한 답이 됩니다.

침묵은 패배가 아니라 경계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오십의 관계는

모두를 이해시키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의 깊이를 조절하는 일입니다.


모든 자리에서 ‘진짜 나’를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자리에 필요한 만큼만 말하고,

그 자리에 필요한 만큼만 반응하면 됩니다.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는

관계를 식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래가게 하느 균형입니다.


뜨거운 친밀함은 쉽게 기대를 낳고,

기대는 곧 부담이 됩니다.


예의는 지키되

마음은 아껴두는 태도.

그것은 냉정함이 아니라 자기 보존의 방식입니다.


내 마음의 가장 깊은 방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 방을 지킬 때

관계는 오히려 더 단단해집니다.


[아리에르 부티크 : 역할과 나를 구분하는 시간]


‘짧은 대답’을 연습하십시오.

모든 질문에 깊이 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설명하지 않는 선택은 무례가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에너지를 지키는 방식입니다.


관계의 온도를 점검하십시오.

지나치게 뜨거운 관계는 기대를 낳습니다.

적정한 거리는 관계를 지속하게 합니다.

거리는 단절이 아니라 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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