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쭈 야! 팔 부러지기 싫으면 그거 내려놔!
-이 씨 씨 씨팔. 저리 가 오지 말란 말이야.
-내려놓으라고. 이 씨. 볼. 노오 맛.
뚜두둑
-으으아악
칼을 휘두르고 있던 사내의 한쪽 팔이 욕했던 남자의 양팔에 견고하게 결박된 채 등 뒤로 꺾여버렸다.
쩌그랑
동시에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게 내가 뭐라 그랬냐. 팔 아작 난댔잖아. 씨볼아.
-봉 순경.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어?
-그 새끼가 칼을 휘두르기에 여러 차례 투항을 권유했습니다. 아주 부드럽게요.
-......
-서장님 저는 법률과 규정에 따라 범인을 검거했을 뿐입니다.
-지금 밖에서 난리잖아. 경찰이 과잉 진압해서 멀쩡한 사람 팔을 부러뜨렸다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과잉진압이라뇨. 그리고 칼 들고 경찰 찌르려는 놈이 멀쩡한 놈입니까? 목 안 꺾인 게 다행이지.
-뭐, 뭐라고?
-기레기들이 클릭 장사하려고 경찰 팔아먹은 게 어디 한두 번입니까. 서장님까지 왜 이러십니까. 아실만한 분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검거했을 뿐입니다. 팔 부러진 건 그 새끼 팔이 나무젓가락처럼 약해 빠져서 그런 거고요. 아무튼 뒤처리는 서장님께서 해주시리라 믿고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
-야! 야! 봉철! 그냥 가면 어떻게! 책임을...... 우와 짜증 나 뭐 저런 게 들어와 가지고... 청장님한테는 뭐라고 보고를......
그래 대충 눈치챘지? 나는 대한민국 경찰이야. 그것도 파출소 순경.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 철학과를 나왔지만 폼잡고 살고 싶어서 사시 준비를 했지. 그런데 고시공부는 머리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학원비와 책값 마련하려고 고시촌과 알바를 병행하다 결국 시간 다 까먹어버렸어. 함께 시작했던 친구들은 연차로 합격해서 사법연수원에 있다.
1차만 4번 붙었는데 2차 때부턴 공부만 했던 놈들과는 게임이 안 되더라.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는 없고, 없는 형편에 좋은 대학까지 보내 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 민망해서 2차에서 불합격하자마자 아무거나 쳐 본다는 게 경찰. 그나마 중첩된 과목이 있어서.
판검사에서 순경이라... 흡사 롤러코스터 급강하 코스처럼 짜릿해 보일 테지만 뒤통수가 아리아리하다. 아무튼 온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사법시험 불합격했을 때보다도 더 안타깝고 안쓰러운 축하를 받았다.
그건 그렇고 순경 주제에 경찰서장한테 대하는 말투가 거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 냥반 대학 2년 선배다. 법대 재학 중에 사시 합격해서 군법무관 하다가 굴지의 로펌으로 이동, 잘 나가나 했더니 어느 날 관두더라. 제복이 그리웠대나 어쨌대나.
지랄... 내가 보기엔 허세야 허세. 부모 빵빵한 덕에 먹고사는데 지장 없으니까. 목에 힘주고 싶었던 거지. 아마 지방청장쯤 해 먹다가 정치판에 기웃거릴걸. 아무튼 이럴 때 선배 덕 좀 보는 거지.
어쩌다 보니 나이 사십에 경찰이 되었어. 그것도 최 말직 순경으로. 참고로 중앙경찰학교 동기 중에 22살짜리도 있다. 어쩌다 순경이 되었다고 경찰을 졸로 본다고 생각 마. 생각보다 적성에 맞고 할수록 보람도 생기더라. 나쁜 놈들 혼내주고 피해자가 고맙다고 손 잡아 줄 때는 내가 뭐라도 된 것 같더라니까.
그런데 말이야 내가 경찰이라서 좋긴 한데 경찰 조직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군대 코스프레하는 것인지 각 잡기 놀이를 너무 좋아하고, 싸가지를 물 말아먹었는지 계급만 높다 하면 죄다 말 깐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사가 어딨냐며 불공정한 인사방침을 기정 사실화해버리고, 그렇게 되니 누가 어떤 공로로 승진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확실한 건 파출소보다 지방청ᆞ경찰청에서 승진자가 월등히 많다는 거. 현장이 중요하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승진 철만 되면 현장 우대는 엿 바꾸어 먹어버리지, 그러다 보니 파출소는 피해의식에 조직 불신에.....
아무튼 경찰 조직이 좀 그래. 하지만 나는 경찰인 게 좋고 지금은 뿌듯함 단계까지 왔어. 그래서인지 조직의 문제가 더 눈에 밟히는 거 아닌가 싶더라. 경찰 내부 문제는 앞으로도 다룰 기회가 있을 테니 이쯤 하고 경찰이라면 마땅히 세상의 평온을 파괴하는 악당들에게 눈을 돌려야겠지.
조직폭력, 마약사범, 경제범죄, 연쇄살인, 사이코패스 성범죄 등등 저 지구 밖의 별처럼 헤아릴 수 없는 개 호래자식들이... 미안하다. 가끔 수위 조절에 실패할 때가 있으니 양해 바란다. 근데 나쁜 놈들에게는 그에 맞는 호칭이 있어야 하지 않냐? 그렇지?
아무튼 언론을 도배하고 대다수 국민을 충격과 분노로 빠트리는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거, 그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지. 그런데 말이야 나는 파출소 순경이야. 파출소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마약범죄와 폭력배들을 소탕하기에는 구조상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내만 주면 아작을 내줄 수 있는데 말이야.
파출소에서는 범죄를 예방하고 도움을 청하면 무조건 달려가야 하는 일이 우선이야. 즉 이 골목 저 골목 구석구석 순찰을 돌고, 112 신고 출동을 나가는 일 말이야. 모두가 이야기해. 파출소 순경이 제일 중요하다고. 왜냐고? 누구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싶지는 않을 거 아냐. 범죄가 터지기 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 한단 말씀.
그나마도 파출소 순경은 미어터지는 신고 처리하느라 순찰은 잘 못 돈다. 순찰차가 잘 안 보이면 어디 짱 박혀서 퍼 잔다고 삐딱하게 보지 마. 신고 빼느라 뺑이 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래서 애석하지만 기획수사를 통해 일망타진해야 하는 저런 놈들은 강력팀이나 광역수사대에 양보하고 있어.
그렇다면 궁금할 거야. 파출소 순경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 진짜? 알았어. 그럼 다음 시간에 보자고.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