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사직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

by 고도리작가

2011년 8월 상당히 격앙된 상태로 과장님에게 처음으로 공무원을 그만두겠다고 밝힐 즈음 나는 블로그를 하고 있었다.

당시 블로그라는 플랫폼이 선풍적인 인기에 파워 블로거들이 블로그를 통해 돈도 벌던 시기였지만 나는 그냥 혼자 일기 쓴다는 마음으로 썼는데 놀랍게도 어디서 검색을 하고 들어왔는지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들어와 공감 댓글을 남기기 시작한 것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

공무원 15년 차인데 아직도 그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람

3개월 된 새내기인데 내가 지금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

공사에 다니는데 여기도 상황은 비슷하다는 사람

난 이미 공무원 사표 쓰고 다른 공부하고 있다는 사람 등등

다들 이구동성으로 모임을 만들자, 공무원 그만두고 싶다는 말 어디다 할 수도 없고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

여기 주인장은 실행을 했느냐? 등등


처음엔 댓글 쓰는 사람도 많지 않고 별로 부담스러운 상황도 아니어서 지금 어떤 상황인지 짧게 답글을 달기도 했는데 어느 때부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떤 분들은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물어보았다.

실행했느냐고...


공무원을 그만두더라도 오직 나 자신만을 생각하며, 오직 내가 하지 않겠다 판단할 때 실행하겠다고 결심했는데 조금씩 쫓기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아주 가끔은


'드디어 제가 사표를 썼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이러고 싶기도 했다.

'내가 말로만 하는 줄 알았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렇게


'나와 보니 역시 이거였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이렇게



그러다가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든다. 내가 Y가 쓴 것이 사표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질병휴직이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Y는 몰랐겠지만 사실 나는 너를 그렇게 압박하고 있었겠구나. 너도 사표 쓰고 자알 사는데 나도 할 수 있어 그러면서...


난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에게 일말의 책임감 같은 걸 느끼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실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실행하면 이 사람들이 나를 대단하다 생각하면서 그중 한 명이라도 나를 따라올까?

주목받고 싶은 건가?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들한테서?



그 후로 나는 오랫동안 블로그에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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