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문제, 돈을 무시할 수는 없다

by 고도리작가

사직과 관련하여 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공무원들은 매달 월급을 받고 매년 2번 명절휴가비와 2번의 정근수당, 상반기에 1번의 성과상여금을 받는다.

6급 이하가 그렇고 사무관 이상은 연봉제를 적용하므로 매달 똑같은 월급을 받아서 좀 재미없다고들 한다.



나는 현재 근무연수 14년 6개월이지만, 호봉은 휴직기간으로 인해 10호봉으로 책정된다.

가장 최근에 받은 8월 월급은 공무원연금 30만원, 건강보험료 11만원, 소득세 기부금 등 이것저것 다 빼고 통장에 떨어진 돈만 320만원 정도

가족수당, 대우공무원 수당, 급식비, 직급보조비, 중요 직무급, 정근수당 가산금, 시간 외 수당 등

각종 수당이 포함된 세후 월급이다.


320만원. 괜찮다.


맞벌이 부부, 두 아이의 엄마, 주 5일 8시간 근무, 21일의 연가

세후 320만원. 괜찮다.

남편도 버니까 사실 내 월급은 그냥 계속 쌓이기만 할 뿐 특별히 쓸 일도 없다.


그 돈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끔 이런저런 경로로 사표 쓰고 다른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것을

하루 이틀 미루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는 취지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구체적인 사정은 모르겠다.

다만, 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었을까?

한편으론 궁금하고, 한편으론 부러웠다.

그러나

내가 하던 일에 마침표를 잘 찍는 것

이건 회사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내가 최종적으로 공무원직의 마침표를 찍는 날을 언제로 할 것인지

이건 내 인생의 중요한 의미이고,

공직에 몸 담았던 내 과거에 대한 예의이고

새로운 인생에 대한 산뜻한 출발을 의미한다.


그 마침표를 찍는 날은 돈과도 관련이 깊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공무원 연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나?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공무원 연금을 받기 위해서 20년 이상 근무해야 했다. 그러다 최근 10년 이상 근무하면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었다.

연금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나의 사직에 대한 결심은 더욱 어려웠을지 모른다.

공무원들은 확실히 사기업에 비해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은퇴 후 죽을 때까지 연금이 나온다는 달콤하디 달콤한 당근이 있기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산다.

아직 늙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엄마는 나이 들어서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온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고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하는 것은 금수저거나 타고난 낙천주의자 아니면 쥐뿔도 없이 건방 떠는 사람

나는 고민했다. 퇴직 후에도 살아야 하니까


결론적으로

내가 마침표를 찍기로 생각하는 가장 유력한 때는 2019년 2월이다.

나의 공직생활 만 15년이 되는 때. 2019년 2월

마침표를 찍는 날로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은가?

10년, 15년, 20년, 25년, 30년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정도면 나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납득할 만한 기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20년으로 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통장에 들어있는 여웃돈이 1500만원 정도

앞으로 내년 2월까지 6개월 동안 받을 월급 1900만원 정도

퇴직수당 2000만원 정도

두 번의 명절수당과 한 번의 정근수당, 500만원 상당의 성과상여금

그래서 그때 퇴직하면 당장 6500만원 정도가 생긴다.


그리고 근무연수 15년으로 산정되는 평생 받을 공무원 연금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공무원연금이 그리 많지는 않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들어가면 공무원 연금액을 현재일 기준으로 대략 산정할 수 있는데

이번 달에 들어가 보니 80만원이 살짝 넘었다.

현재로는 뭐 그리 큰돈은 아니다. 내가 연금을 받는 시점인 60세가 되었을 때 80만원의 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는다.

그냥 나도 공무원연금 수급 대상자이긴 하구나 위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내가 오늘 생각한 잠정적인 퇴사일은 2019년 2월이다.

공직생활 15년이 되는 시점


오늘 이렇게 생각했는데

내일은 또 점정적인 퇴사일이 언제가 될지 사실 나도 장담 못하겠다.

정말 공직사회는 들어오기도 힘들지만 나가기는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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