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사모님의 소비생활

by 고도리작가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들른 때였다. 아직은 만나면 살짝 어색한 사이라 커피만 사 가지고 나올 수도 없어 어디서 눈썹을 붙였다는 소리를 듣던 차에 괜히 꼬치꼬치 물어보았다.

"예쁘다. 어디서 했어?"

"아는 사람이, 집에서 그냥 소개소개로 하는 거예요."

"그런 건 얼마나 해?"

"한 6만 원? 7만 원?"

"비싸다. 원래 그렇게 비싸?"

"에이, 돈도 많으신 분이"

그녀는 살짝 눈을 흘기며 웃는다.


남편이 삼성 임원이 된 지가 벌써 3년인데 우리 집 사정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서너 명 아는 사람들도 내가 말해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본인들 스스로 알게 된 것이다.

남편이 임원이 되던 해 일간지 한 면에 대문짝만 하게 당시 삼성 임원 승진자 명단을 주룩 게재했는데 회사에서 그 지면 그대로 동판에 각 해당자의 이름을 일일이 볼드체로 새겨 신임 임원들에게 나눠 주었었다.

그 기념품을 볼 때마다 정말 그 회사는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남편이 아끼는 물건이라 테이블 위에 장식해 두었는데 그걸 보고 알게 된 것이다.


임원 사모님이었냐며 농담 반 부러움 반, 살짝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은 것은 그냥 내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그들이 상상하는 임원 사모님들의 소비생활을 벗어나는 나의 소비성향이 괜히 이야깃거리가 되어 내 자유로운 생활이 불편해질까 봐서 이다.

백화점도 좋지만 사실 시골 5일장이 더 재밌는 나의 성향이 괜한 입방아에 오를 필요야 없지 않은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우리 마을에 백화점과 대형마트와 저가형 농산물 마트가 모두 있다.

물론 나는 필요에 따라 세 곳을 모두 가는데 농산물 마트가 아파트 바로 앞이라 걸어가기도 좋고 3만 원 이상 사면 배달도 해줘서 급할 때 자주 간다.

그런데 그곳은 식자재 전문이라는 간판을 붙여놓은 것처럼 주로 식당 하는 분들이 2% 살짝 부족한 식자재를 싼값에 대량 구매하는 곳이다. 한 번은 어떤 엄마가 자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원장이 농산물 마트에서 매번 식재료를 산다고 싼 것만 쓴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여기는 싼 곳이다. 물건도 분위기도 살짝 대형마트보다 2% 부족한.

그런데 가끔 직원들이 상품 홍보한다고 막 떠들어대는데 그 입담이 개그맨 저리 가라 얼마나 재밌고 웃기는지 모른다. 시장 5일장을 구경한 것 같이 재밌고 쇼핑하면서 자꾸 피식피식 웃게 된다. 공산품은 대형마트나 이 곳이나 매한가지. 게다가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는지라 재수 좋은 날 과일은 아주 훌륭한 것을 싸게 살 수 있다.

지나치게 넓은 대형마트가 주는 피로감도 없고 적당한 넓이에 있을 건 다 있으니 딱 내가 필요한 것만 한 두 개 사기 딱 좋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모르고 식자재마트에서 나오는 모습만 보면 나도 그 원장 꼴 나기 십상이다.


물론 나는 일반 월급쟁이보다는 더 많은 돈이 매달 들어오긴 한다. 그래서 꼭 필요한 큰돈 쓰는데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아서 좋고 법륜스님 봉사단체에 넉넉하게 기부할 수 있어 또 좋다. 의미 있고 필요한 돈은 100만 원이라도 쓰지만 의미 없는 돈은 단 천 원이라도 쓰지 않는다.

소비는 그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성향에 더 크게 좌우하는 법이다.


"언니 부자였구나. 언니한테 밥 사달라고 하자."

"돈도 많은 사람이 뭐 이런 걸 가지고"

라고 말들 하는 그녀들에게 한마디 해야겠다.


"얘들아, 내가 무슨 재벌인 줄 알아? 월급쟁이야. 아끼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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