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사이의 온도

겨울이 길어도, 손바닥 불씨로

by 김하종

며칠 전만 해도

수도꼭지가 모래를 토해 내고

양동이와 생수병이 줄을 섰다


비 한 줄기 내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하룻밤 새 북풍이 문턱을 들었다


설악 능선엔 하얀 한숨 한 줌 얹히고

기후가 입은 상처가 창틀까지 스며드는 듯

안타까움이 달력 가장자리에 얇게 쌓인다


그럼에도 히터 스위치 앞에 멈춰

돌아온 물소리에 먼저 안부를 묻는다

에어컨 옆 히터가 고개를 들어

집 안의 시간도 앞뒤가 바뀐다


창을 반 뼘 닫고

머그컵을 두 손에 눌러 앉히면

김이 유리를 살짝 지워

방 안의 회색을 걷어낸다


계절이 달력을 건너뛰어도

사람 사이의 온도는 우리가 정한다

겨울이 길어도 손바닥 불씨로

서로의 오늘을 덮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