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특수고용노동자의 하루
폭우 예보 알림이 먼저 온다.
“오늘은 안 오셔도 돼요.”
문 안으로 한 발 빼는 소리가
비보다 빠르다.
현관 바닥은 마른 대로 반짝이고,
에어컨은 구름을 실내에 매달아 둔다.
점심시간이 되면 초록 불빛이 엘리베이터를 가득 채운다.
옥수수 찌는 냄새가
아파트 복도 끝까지 퍼진다.
문이 열리자마자 뜨거운 수증기가
내 유니폼을 순식간에 자기 편으로 만든다.
신분증에 덧칠해진 색은
계절처럼 나뉜다.
“많이 덥죠?” 하며 웃고는,
밖을 모른 채 걸어 나간다.
초인종 불빛이 한 번 켜졌다 꺼지면
하루가 일당으로 접힐 때,
나도 반쯤 구겨져 내버려진다.
선풍기 앞에서 컵라면 뚜껑을 반쯤 접는다.
국물은 뜨겁고, 시간은 미지근하다.
밥을 먹으러 나간다는 말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드나든다.
슬리퍼 덮개를 신발에 씌우며
마음속을 가라앉힌다.
문턱은 낮아도 눈높이는 늘 높다.
보고서는 그늘에서 자라고,
내 이름표는 그림자에서 마른다.
명찰의 글씨 크기로 하루의 무게가 갈린다.
해가 기울면 소금꽃이 등판에 핀다.
젖은 천은 기억이 빠르고,
마른 웃음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나는 오늘도 문과 문 사이를 지난다.
누군가의 안을 돌보고 나오지만,
내 이름 붙일 방 한 칸은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