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선 도시, 옆으로 기대는 사람
하늘을 밀어 올리듯
콘크리트 척추가 곧게 선다.
스무 겹 바람을 등지고
베이지 골격 위로 창들이 질서를 맞춘다.
크고, 높고, 단정하다.
밤이 오면
수백 개 창에 푸른 빛이 켜진다.
얼굴보다 화면을 먼저 비추는 색,
부엌 불 대신 손바닥 위의 빛.
식탁은 여전히 길지만
우리의 말은 짧아지고,
거실의 폭보다
타임라인의 길이를 먼저 본다.
복도엔 형광등이 오래 머물고
엘리베이터 숫자는 무표정하게 오른다.
계단참에서 스친 어제의 인사가
미완으로 남는다.
옥상에 올라 도시를 접는다,
손바닥만 한 하늘을 서로 나눠 들고
경비실 앞 종이컵에 담아
따끈한 차 한 모금씩을 돌린다.
아파트는 위로 서 있지만
우리는 옆으로 기대어 산다.
창과 창 사이 빈 곳부터
동네를 다시 지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