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의 거리
고등학교 시절, 문학을 가르치던 담임선생님은 매일 아침 시 한 편, 시 한 줄을 우리에게 건넸다. 색지 위에 정성스레 인쇄된 한 줄은 하루의 시작이었고, 내가 지금도 문장을 다듬고 어루만지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여전히 흔들리고 상처투성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함께 나아가고 있다.
어느 저녁, 책을 덮다 인상 깊은 한 줄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친구에게 보냈다. ‘지금 네가 떠올랐다’는 수사는 덧붙이지 않았다. 사진 속 한 줄이 대신 말해 줄 거라 믿었다. 답장은 늦게 왔다. “방금 네가 내 옆자리에 와 앉은 것 같아.” 멀리 있지만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자리가 하나 생긴 느낌이었다. 같은 책을 읽지 않아도, 같은 페이지의 가장자리에 잠시 함께 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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