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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거 Jul 17. 2022

기획자는 왜 데이터와 친해야할까?(Feat. 쏘카)

데이터, 데이터 또 데이터!

나의 본격적인 커리어의 시작은 쏘카(SOCAR)였다.


쏘카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다.

그럼 왜 자동차 제조사도 있는데, 쏘카였을까?


처음 쏘카에 입사했을 나이는 20대 중반, 소위 금수저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BMW(Bus, Metro, Walk)를 즐겨 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BMW 매니아였는데, 쏘카는 나에게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쏘카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쏘카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익숙함은 회사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해주었다.


사실 쏘카를 입사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유사한 경력은 없었고, 중고신입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쏘카에서도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보았던 것일까? 아니면 나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졌을까. 정말 운좋게도 쏘카에 입사하여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또래의 누구나라면 이름을 알고 있는 회사에 처음 입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쏘카에서 데이터의 늪에서 허덕이게 되었다.


1. 나는 데이터를 본적이 없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이동이 만들어지고 있는 쏘카는 정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매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데이터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확인하며,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였다. 의사결정 하나하나에도 데이터는 필수였고, 데이터에 기반한 근거가 없는 기획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데이터를 볼 줄 몰랐다. 그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일을 해야하고 하고싶다고 느껴질 때, 데이터를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허접한 실력으로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허점 투성이었다. 나름 열심히 분석한다고 했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데이터를 본다는 것은 어쩌면 사업적인 머리(?)가 있어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떤 분석이 필요한지 생각할줄 알아야 했다.


2. 나는 데이터를 제대로 추출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무작정 데이터를 뽑아 놓고 들여다 본다고 답을 주지는 않는다.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얼마나 잘 분석했는가가 될 수 있지만 사실은 데이터를 추출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데이터가 목적에 맞게 제대로 추출되어야 필요한 분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추출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SQL을 활용해 데이터를 추출해본 경험은 없다. 지금까지 누군가 만들어놓은, 혹은 신규입사자를 위해 만들어져 있는 교육자료를 바탕으로 공부를 해야 했다.


사실 쿼리를 짜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쿼리를 입맛에 따라 요리조리 바꾸면 내가 원하는 쿼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또 얼마나 잘 짜여진 쿼리를 통해 내가 정말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추출하는가였다.


이는 곧 데이터를 얼마나 잘 다룰줄 아는가를 판가름 하는 결정적인 기술(?)이 된다고 생각했다.


3.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아이디어의 근거를 만드는 일이다.

열심히 데이터를 추출해야 했다면 이제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해야 한다. 내가 이 데이터를 왜 추출했는지, 그럼 이 데이터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말이다.


한번은 핸들러(Handler, 쏘카의 차량 탁송 플랫폼)의 핸들(탁송 플랫폼의 탁송 건)의 건당 단가를 낮추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을 찾아야 하는 기획안을 작성하게 되었다. 단가를 낮추는 일은 회사의 지출을 줄이는 부분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반대로 핸들을 하는 핸들러(사용자)에게는 단가가 낮아지는 것으로 불만의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공급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선과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선을 찾아야만 했다. 핸들에는 여러 특성(미션)을 가진 핸들이 존재했는데 각 핸들에 따라 단가 체계가 상이했다. 난이도에 따라 단가가 달라진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이처럼 다양한 체계가 존재하는 가운데 특정 핸들에 대해 단가를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핸들에 대한 단가 분석이 필요했고, 단가 변동에 따른 지출 감소 규모와 핸들러의 수익 변화에 대한 분석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 적절한 수준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조금 더 낮추면 회사에서 더 큰 지출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낮아지는 단가로 인해 핸들러의 불만과 이탈이 우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기획은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기획안 작성에도 도움이 되었다.


4. 데이터를 보는 것, 끊임 없는 공부

데이터를 많이 볼수록, 또 다양하게 볼수록 데이터를 보는 관점도 다양해지고 보다 폭넓은 혹은 예리한 분석도 가능해지는 것 같다.


위의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데이터를 볼 줄 몰랐지만, 쏘카에서의 우여곡절은 나에게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실력을 만들어주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한 나의 노력은 성공적이었고, 이 시점에 가장 크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물론 단가가 낮아지면서 핸들러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또 고민하였다.


이처럼 데이터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만히 놓고 본다면 그저 수많은 문자로 조합되어 있는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하나하나 뜯어본다면 그 속에서 예상치 못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데이터를 다룬다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하고 가공하여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의 데이터를 보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왜 이런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또 이런 분석을 내놓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추출했는지 등 말이다.



데이터를 처름 접한다면 겁먹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는 해야할지 감이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추출에 실패했다고 낙담하지 말자. 데이터 추출을 잘못해서 혼날까봐 겁먹지 말자. 잘못된 분석으로 실수를 할까봐 두려워하지 말자. 내가 현재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하고, 혹은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면 누군가는 꼭 거쳐야하는 과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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