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세상이 시끄러워서
생각이 흐트러지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땐, 나는 조용히 주방으로 간다.
도마 위에 재료를 올리고
칼을 꺼내 든다.
이건 누굴 위해서라기보다
나를 위해 시작하는 요리.
감자, 느타리버섯, 애호박.
하나씩 손질하다 보면
형태가 정돈되고
색이 가지런해지고
내 마음도 그 흐름을 따라
차분해지기 시작한다.
칼로 재료를 일정한 크기로 자를 때
생각도 같이 정리된다.
불안한 마음의 모서리도
같이 다듬어지는 것 같달까.
냄비에 물이 끓기 시작하고
재료가 차례차례 들어가고 나면
이제 기다림의 시간.
이건 그냥 음식이 아니라
내 영혼을 위한 된장찌개.
사모님의 취향은 생각보다 구수하다.
아이들이 속이 불편하다고 할 때
연하게 된장을 풀어 끓인 국을 내놓는다.
이걸 먹으면 속이 편안해진다고.
몸에 좋은 균이 우릴 보호해줄 거라고.
안심하는 아이들 표정을 보는 게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