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물건 알뜰히 팔아재끼는 간편한 방법들
나는 물욕이 많다.
스트레스는 쇼핑으로 풀고 아무리 피곤해도 자라에만 들어가면 갑자기 없던 힘이 솟구친다. 오랜만에 매장에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옷들이 있으면 보이는 대로 누구보다 빠르게 낚아채서 양팔 가득 집어 든다. 피팅룸에 가져가 전부 다 입어본 후 하나 두 개 정도 겨우 사는 진상이지만, 그래도 아예 처음부터 매장에 안 들어가는 사람보단 지출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물건이 많다.
미국에 올 때는 이민가방 두 개에 큰 배낭 하나였지만 기숙사에서 이사를 나갈 때 박스가 8개로 불었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려니 짐 처리가 걱정이라 어찌할까 고민하다 한번 중고나라 같은 곳에 팔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냥 버릴 뻔했던 물건들을 여태까지 꽤 많이 팔았다.
오늘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중고품을 처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공유해보려 한다.
미국에서 중고품을 파는 방법으로는 크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있을 것이다. 나의 처분할 짐들은 대부분이 옷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는 빈티지샵, 온라인으로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중고나라 같은 앱을 이용하기로 했다.
내가 물건을 처음 팔려고 가져 간 빈티지 샵은 버팔로 익스체인지(Buffalo Exchange)라는 스토어다.
가게에 들어가면 직원이 옷을 사러 왔는지 팔러 왔는지 물어보고, 팔러 왔다고 하면 저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고 알려준다.
난 두 번 정도 갔는데 줄이 생각보다 길어서 깜짝 놀랐다. 퇴근시간도 아니고 바쁘지 않을 만한 시각인데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심하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이 가져온 중고 옷을 사는 직원들에게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아이가 서연고 서성한쯤은 들어가길 바라며 학교 문밖에 서서 서성이는 학부모의 모습 같기도 하고, 공항에서 자신의 짐을 검열하는 직원을 보면서 죄도 없는데 조마조마 눈치 보는 여행객 같다. 그중에는 괜히 분위기를 풀어보려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날씨 이야기를 꺼내보기도 한다. 직원은 아주 친절하게 받아주다 이내 진지하게 옷에 빠꾸를 먹이고 이야기를 건네던 사람은 다시 표정이 굳어진다.
직원들은 사람들이 캐리어에 잔뜩 담아 온 옷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검사해서 브랜드, 불량 여부, 스타일이 독특하고 예쁜지와 소재가 좋은지(이런 것들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놀랐다), 현재의 계절에 맞는지 등의 기준에 따라 살 물건을 정한다. 그래서 기준이 높거나 깐깐한 직원을 만나면 더 빠꾸 당하기 쉽다.
앞서 언급한 기준에 맞는 옷을 가져가려면
1. 브랜드 밸류가 있으면 좋고,
2. 불량이 없어야 하며,
3. 현재의 계절성에 맞아야 하고,
4. 특히나 스타일이 독특하거나 예쁜 것이 좋은데 매장을 둘러보면 이미 기본적인 아이템은 많이 있어서 너무 흔한 아이템은 매물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직원이 친절하게 말해주었... 다는 건 아니고 나에게 “이런 스타일은 이미 우리가 너무 많아.”라고 간단히 말해 준 직원 덕에 캐치할 수 있었다. 소재 라벨도 확인하는데 울이나 캐시미어 등의 고급 소재가 있으면 브랜드가 유명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가격을 쳐 준다.
5. 마지막으로는 운 좋게 기준이 관대한 직원을 만나면 장땡.
험난한 기준들을 거쳐 겨우 합격한 아이들에게 직원들은 그 또한 기준에 따라 단호히 가격을 매긴다. 원래 가격의 약 1/3~1/4 정도를 주는 것 같다. 매장에서 팔 때 정가의 반값 정도는 받아야 수익이 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격이 많이 깎였다고 슬퍼하긴 아직 이르다. 수난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장 크레딧(매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으로 받으면 직원이 부른 가격을 모두 받을 수 있지만, 현금으로 받겠다고 하면 판매 가격의 30%만 돌려준다.
처음 물건을 파는 사람이라면 현금으로 받을지 크레딧으로 받을지 정한 뒤 신분증명을 할 수 있는 아이디(사진과 expiration date이 적혀있어야 함, 예를 들면 nyc id card나 여권 등)와 핸드폰 번호를 직원에게 말해주면 내 이름과 핸드폰 번호, 그리고 판매한 금액을 등록해준다.
현금으로 받기로 했다면 매장 정문 쪽에 있는 카운터로 가서 다른 직원에게 내 핸드폰 번호를 부르고 아이디를 보여주면 해당 금액을 나에게 준다.
두 보따리 양손에 가득이고 에베레스트 산맥을 오르는 것과 같은 험난한 여정을 거쳐 결국 내가 받은 돈은 약 8불.
거의 대부분의 옷은 도로 집으로 들고 가야 했다. 도네이션 하겠냐고 물었지만 왠지 분하기도 하고 다 팔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겨 그대로 낑낑 메고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 중고품을 팔 수 있는 몇 가지 앱을 다운로드하였다.
내가 다운로드한 앱은 mercari, offerup, letgo, pushmark 네 가지인데 모두 사용해 본 결과 흔한 일반인이 쓰기에 적합하다고 생각되고 내가 올린 물건들이 가장 많이 팔린 두 가지 앱, Mercari와 Offerup을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프로필 및 입금될 계좌번호(통장을 등록하면 수수료가 안 붙지만 카드번호를 등록하면 이체 수수료 $2가 붙는다) 등록, 연락처 검증, 5개 이상 제품 올리기 이 세 가지를 모두 달성하면 셀러로 등록이 된다. 다만 제품을 5개 올리지 않아도 판매가 가능하다.
판매자 등록을 한 이후에는 구매자들에게 리뷰도 받을 수 있고, 답변이나 배송 속도 등에 따라 셀러 뱃지도 하나씩 늘어나는 재미가 있다.
등록해야 하는 정보로는 사진, 제목, 상세 설명, 카테고리, 브랜드, 제품 상태, 색깔, 배송지 우편번호, 무료배송 여부, 가격이 있다. 가격은 내가 임의로 정하는데 나는 대체로 사용 흔적과 시중 가격을 아마존에서 다시 알아본 뒤 그에 따라 정한다.
모두 입력한 후 리뷰하면 대략 이렇다.
물건이 팔리면 action required 항목이 생기고 클릭하면 아이템을 배송할 수 있도록 목록이 생긴다. 목록에서 해당 제품을 클릭하면 배송 라벨이 첨부되어 있다. 나는 보통 배송 라벨을 구글 드라이브로 바로 저장해서 프린트한다.
배송을 하고 나면 confirm shipment를 클릭하고 배송이 완료되면 구매자(buyer) 판매자(seller) 서로에게 평점을 매긴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나면 앱 상에 수익이 잔액(Balance)으로 나오고, 내가 등록한 계좌로 이체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통장 계좌는 이체수수료가 없지만 카드번호로 등록한 경우는 수수료가 붙는다. 그리고 10불 이하의 금액 또한 이체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팔 물건을 웬만큼 다 팔고 나서 최대한의 금액을 이체하는 것이 좋다.
제목, 브랜드, 카테고리, 상세 설명 등 판매자의 포스팅을 세분화해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꼭 필요한 정보들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고, 파는 사람도 손쉽게 전문적으로 포스팅을 할 수가 있다.
무료배송을 하는 경우 판매자가 배송비를 부담하는 방식인데, 아마존에서 무료로 배송해주는 프라임에 등록된 제품들이 더욱 잘 팔리듯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무료배송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다음 번호에 설명하겠지만 배송 방법에 따라 배송비를 줄일 수도 있어서 좋다.
배송 방법은 크게 usps, fedex, ups가 있는데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usps 나 fedex가 저렴하고 ups가 가장 비싸다. 내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보낼 수 있는 배송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내가 올린 상품들 중 앱에서 권하는 프로모션을 수락(accept)하면 앱에서 자체적으로 물건값을 내리고, 목록에서도 새로 올라온 상품처럼 새로고침이 되는 듯하다(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 꽤 오랫동안 안 팔리던 물건도 프로모션을 하고 나면 팔리기도 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안 팔린다고 해서 바로바로 처분해버릴 필요가 없다.
그래서 환불이나 교환 같은 골치 아픈 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결제 버튼을 누르고 나면 모든 상황이 판매자와 구매자 그리고 앱 운영자에게 공유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보다 신뢰할 수 있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 앱의 단점은,
그리고 아까도 언급했듯이 10불 이하로 번 돈을 계좌로 이체하면 2불 정도의 수수료가 또 붙는다.
말 그대로 많은 정보를 입력해야 하기에 귀찮기도 하고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도 다 적어야 하기에 1, 2번으로 미뤄볼 때 판매자보다는 구매자 중심의 시스템으로 느껴진다.
이건 딱히 단점도 아니고 장점도 아니라서 그냥 미리 마지막 항목에 적어보려 한다.
매 순간 업데이트되는 판매 목록들이나, 내 물건을 구매했던 사람들의 정보들로 미뤄 봤을 때 머카리는 여성의 비율이 오퍼업보다 높은 것 같다. 그래서 옷이나 액세서리, 주방 가전을 팔고 싶다면 오퍼업보다는 머카리에서 팔릴 확률이 높다.
반면 오퍼업은 머카리에 비해 남성 구매자의 비율이 높다. 그리고 가전제품, 전자기기, 자동차 용품 등이 많이 매물로 올라온다.
이런 점을 참고해서 내가 팔고 싶은 물품에 따라 각 앱에 올리시면 되겠다. 내가 쓰는 방법은 그냥 두 군데에 모두 올리고 기다린다.
그렇다면 이번엔 머카리보다는 판매자 중심이고 약간은 아마추어 같은 앱,
판매자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TruYou 가입하기, 프로필 사진 등록, 전화번호 검증, 이메일 검증, 본인 이름으로 된 페이스북이나 sns 검증하기 가 있는데 모두 등록하면 100% 검증된 셀러가 된다.
다만 TruYou는 운전면허증(Driver license)을 사진 찍어 본인 인증을 하도록 하는 시스템인데 난 평생 운전대도 잡아보지 못한 운맹이라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하지만 100%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물건을 팔고 있는 걸 보면 크게 상관은 없는 것 같다.
판매할 물건을 등록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사진 등록하기
제목(title) 정하기
카테고리, 제품 상태, 상세 설명 적기(상세 설명은 옵션사항으로 필수는 아님)
가격 정하기
무게에 따라 배송 가격 정하기
특이점은 오퍼업에는 무료배송이 없다. 구매자가 배송료를 내고 싶지 않다면 판매자의 물건을 가지러 직접 오는 픽업(pickup)을 할 수 있도록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제안을 해야 한다.
다 올라간 목록들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박스를 구해야 한다는 점인데, fedex와 같은 배송을 담당하는 오피스에는 해당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해 유료로 박스를 제공한다. 나는 돈도 아깝고 제품을 들고 가서 박스를 싸는 게 번거로워서 아파트에 경비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파트에서 분리수거된 박스를 이용해서 포장을 하고 배송 라벨을 집에 있는 프린터기로 뽑아서 붙이고 그대로 오피스에 갖다 주기만(드롭 오프, drop off라고 한다)하면 되도록 포장을 한다.
무료 박스를 구하는 방법은 구글에 how to get free boxes라고 검색하면 홀푸드나 월마트 등의 마트에서 가져오기, 분리수거장에서 가져오기, 크레이그 리스트(craiglist)나 앱에서 무료로 나눠주려고(free boxes give away) 올리는 사람들 찾아서 받기 등의 여러 방법이 나와있다.
그럼 모두들 돈도 벌면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운동에 동참하시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총총.
젠(Jenn)
경험하고 사랑하고 소통하는데 재미를 느끼는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