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불쑥 다가와 다정을 주고 갔던 모든 여자들에게

by 최초록별

살면서 그런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여자가 많은 직장은 다니기 힘들어. 서로 간의 견제가 장난 아니더라고'. 또는 '솔직히 여자들 싸우는 거 보면 남자들보다 더 해, 독기가 무서워' 같은 이야기. 소위 말해 '여적여'.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오래된 프레임 말이다.


가끔 미디어가 세상이 온통 불친절한 사람 투성이라고 소리칠 때면, 나는 그 오래되고 식상한 프레임을 꺼내와 내 짤막한 인생 경험에 이리저리 대입해보곤 했다. 한 명의 여자로서 곰곰이 생각해보자... 내가 정말 많은 여자들에게 상처받았었나? 확실히 이상하고 너무했던 여자도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독하게 괴롭히던 선생님, 이상한 경쟁의식을 불태웠던 동기, 너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달고 살던 사수 등등... 그래 나도 그런 적 있어, 하고 끄덕끄덕일만한 일반적이었던 경험들. 무례한 여자들.


그렇지만 그보다 곱절은 많은 여자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중학교 시절 내게 축구를 알려주었던 이름 모를 선배, 홀로 남은 대학 조별 과제에서 나를 위로해줬던 다른 팀 팀원들, 한라산에서 등산 장비를 나눠주던 언니, 버스 정거장에서 우산을 씌워주시던 할머니... 이름도 모르는 처음 본 여자들부터, 지금은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소중한 여자들까지.


불쑥 다가와 다정을 주고 갔던 모든 여자들에게.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에게나 몇 번은 있었을 법한 다정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은 거창함도 없이 불쑥 와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주고 또 덤덤히 떠난다. 그런 기억을 꺼내 놓고 싶다. 친절한 시민상을 받고, 방송 3사 뉴스에 대대적으로 특보로 나갈 정도는 아니어도,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울림을 준 평범한 여자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선행 이야기는 친절을 주고받았던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도 행복감을 선물한다. 내가 받은 친절이 아니어도 이상하게 마음 따뜻해지곤 한다. 그래서 썼다. 서로 간의 신뢰를 위해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 그래서 우리들의 소속감과 안정감을 높일 수 있도록.


나는 아직도 그날의 친절을 베풀었던 당신의 이름은 모르지만, 당신이 해준 일은 선명히 기억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쓰면서 내가 우연히 받았던 친절을 돌아봤듯이 읽는 당신도 당신에게 있었던 따뜻한 일들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그런 일은 없었다고? 없었어도 좋다. 아마 누군가에게는 당신이 '친절했던 익명의 여자'였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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