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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Aug 24. 2024

호주 백인이 가득한 사누르 산책, 발리 첫인상

사누르, 발리(3)

와, 자카르타 호텔 문 밖을 나와서 발리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딱 10시간이 걸렸다. 무지막지하다. 국내선에는 중정이 있어서 눈이 편안한 초록초록한 뷰가 보여 좋다. 슈퍼에어젯이라는 국내선을 이용했는데, 들어와서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는데 30분씩 1시간씩 계속 연착이 되더니 3시간이 지연됐다. 처음부터 3시간 연착이면 포기하고 내 볼일을 보든지 시간을 보낼 텐데 찔끔찔끔 곧 탈 것처럼 boarding이라고 화면에 뜨길래 화장실을 갔다가 탈 준비를 하러 게이트 앞에 가면 게이트가 바뀌어있고 보딩이 취소된다. 환장한다. 처음엔 화면에서 내 비행기가 사라져서 당황하다가 연착돼서 시간이 정해지면 그 뒤에 뜨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게이트가 한 10번은 넘게 바뀐 것 같다. 똥개훈련도 아니고. 나중엔 요령이 생겨 게이트가 아니라 전광판 앞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 무기한 기다리다가 타게 된 순간이 얼마나 기쁜지.


자카르타에서 발리는 비행기로 두 시간이다. 국내선인데 예약하는 날짜에 따라 10-13만 원이다. 싸지도 않은데 서비스도 별로이다. 나는 자카르타에 지인이 있어 보러 가는 겸 해서 자카르타 in, 발리 out으로 항공권을 끊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자카르타엔 볼 게 없고 수도라고 딱히 구경하고 여행하기 편하고 그렇지 않다. 자카르타를 거쳐 뭐 족자타르타 쭉 해서 기차 타고 발리까지 갈 것 아니면 비추이다.


발리에 도착하니 보랏빛 하늘과 꾸릉꾸릉한 먹구름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제주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 Jeju 입간판과 야자수가 환영해 줄 때 감정과 비슷하게 느꼈다. 아 내가 발리라는 섬에 왔구나! 발리는 따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고 해서 지역 간 이동을 택시로, 택시비를 지불할 마음을 먹고 왔기에 그랩을 부르러 택시 타는 곳으로 캐리어를 끌고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에 택시 기사들이 붙잡으며 호객하는데 그중에 내가 그랩을 부르기 직전 가격이 뜨는 화면을 보면서 자기도 그랩인데 그 가격에 가주겠다고 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그랩 어느 장소에 부를지 고민하고 기다리는 비용보다 그게 나을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다. 그랩에 택시가 두 개 비용으로 뜨는데 천 원 정도 더 비싼 그 그랩 가격으로 한다고 해서 왜 그러냐고 반사적으로 물었더니, 자기들 주차하는 비용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했다.


아저씨는 꽤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발리 택시 기사들은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 사회 문화 종교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사람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평균적인 한국인들에 비해 아주 월등하게 잘한다. 그래서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랩을 타서 기사들하고 대화를 하면서 가면 좋다. 어떤 기사는 대학을 나와서 택시기사를 하는데 왜 다른 더 좋은 직장을 다니지 않냐고 하니 다른 직장을 다니다가 자기가 힌두교를 믿는데 힌두교 가족 행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일하다 말고 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택시기사를 하면 시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그럼 휴가를 내면 되지 않아요? 상사도 힌두교 사람이니 이해해 줄 것 같은데요!”라고 물었더니 한 달에 두 번꼴로 매번 자리를 비우기 힘들고 상사가 힌두교여도 자기 자리에 맞는 또 책임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까지 나온 영어도 훌륭하게 하는 인재가 고작 택시기사를 하며 푼돈을 벌다니, 하는 건 오로지 나의 관점인 것이다.



호텔에 다다라 만난 좁은 골목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길거리에 옷가게며 구경하고 싶은 가게와 헤어 네일마사지 샵들로 가득했다. 날이 밝으면 가게마다 다 들어가서 구경해야지! 하는 흥분감으로 오랜 기다림으로 피곤하고 짜증 났던 마음이 풀렸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옷가게를 힐끗 보니 예쁜 여름옷이 굉장히 많은데 10만 원이 넘는다. 아, 퀄리티도 좋고 예쁘다 했더니 비싸구나. Budget traveller인 나는 못 사겠다. 뭐 아주아주 마음에 들면 큰맘 먹고 사지만 발리에서 기대하는 물가에서는 사기 힘들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여 짐을 두고 손만 간단히 씻고 밖으로 나왔다. 바로 앞에는 아이콘 발리가 보이고 위치가 굉장히 좋다. 조금 아래로 걸어가 보니 8시가 넘었지만 아직 옷가게들이 문을 연데가 있고 마사지 샵도 문을 열었다. 아, 여기 빨래방도 있네. 자카르타에서부터 가지고 온 옷이 있어서 내일은 빨래를 맡겨야겠다. 옷 가게들을 몇 군데 들어가 보면서 시세 파악을 한다. 아 대충 1-2만 원이면 입고 사진 찍을 원피스를 살 수 있겠다. 마사지 샵을 지나가는데 시세를 보니 1시간에 100k, 9천 원이면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다리도 뻐근해서 마사지를 받고 싶은데 늦게까지 하려나, 먼저 맛사~ 하면서 붙잡는 할머니에게 몇 시까지 하냐고 물어보니 11시까지 한다고 했다. 아 그러면 밥 좀 먹고 다시 올게요!


길거리를 걷는데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굉장히 많고 영어를 쓴다. 아니면 초중고생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가 대부분이다. 알고 보니 2030들은 주로 서쪽 짱구나 스미냑 바다에 있고 동쪽인 여기 사누르 지역은 호주 뉴질랜드인 은퇴한 사람들이 장기로 거주를 많이 한다고 한다. 사누르 지역은 물가가 서쪽만큼 비싸지 않고 분주하지 않고 좀 여유롭고 차분한 분위기로 마음에 든다. 찬찬히 걸으며 가게들을 구경하고 현지식을 먹고 바다를 구경하고 자전거를 타고 하기에 좋은 곳 같다.



길을 가다 30-40대로 보이는 백인들이 앉아서 저녁 시간을 즐기는 분위기 있는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길 바깥으로 오픈되어 있는 식당으로 나시고랭을 팔았다. 음료는 음, 망고 주스를 먹을까 하다가 파파야 주스가 눈에 보이길래 왠지 먹어보고 싶어 맛있냐고 물어보니 맛있다고 확신 있게 말하는 반응이 괜찮아 그럼 설탕을 빼고 만들어 달라고 했다. 예쁜 새콤달콤색 진홍색 음료가 나왔는데 달콤하고 맛있다. 파파야주스도 맛있구나? 동남아에 오면 시키는 나의 음료 리스트 1. 망고 2. 코코넛 3. 아보카도에 4. 파파야가 추가되었다.


돌아가는 길에 1시간짜리 발리니즈마사지를 받았는데 시원하고 좋았다. 발리에서 마사지는 베트남보다도 반값이상 싸서 이틀에 한 번 꼴로 받았다. 조물조물 대충 하는 곳도 두 번 정도 있었지만 대개는 시원하고 괜찮았다. 호텔 밑에는 바로 편의점도 있어서 사누르에서 3박 할 동안 먹을 과자와 음료들을 샀다. 견과류도 많이 있는데 말레이시아 산과 섞여 있었다. 카라멜을 입힌 듯 달달한 맛이 나는 땅콩과 캐슈넛을 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산 요거트와 코코넛
다음날 사누르 옷가게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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