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네 Sep 14. 2024

같이 여행도 혼자 여행도 지쳤다

“혼자서 그렇게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니 존경스러워!”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친구가 말했다.


“뭐, 한국인들은 미국, 중국 외에 웬만한 나라는 비자 없이 비행기 표만 끊으면 갈 수 있어서 여행을 많이 하기도 하구. 나는 혼자 여행을 좋아해. 시간 맞추기도 힘들고 같이 여행하면 새로운 나라와 도시와 그 사람들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느낌이고 난 그 나라 사람을 관찰하고 소통하는 걸 좋아해서. 현지인들이나 다른 여행자들과 눈도 맞추고 스몰토크도 나누고 하는 게 일상과 다른 이야기니까 좋아. 같이 가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다른 가치는 포기해야 하는 것 같아. 근데 혼자 길게 여행하니까 지치기도 하고 심심해서 이젠 같이 여행하는 게 좋아졌어.” 하고 말했다.


대학원 방학 동안 여행을 하는데 너무 기다리던 시간이었는데 막상 충분히 행복하지 못했다. 주어진 시간이 아까워서 어디든 여행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든 느낌도 있었다. 이 시간을 돌아봤을 때 후회로 남기 싫어서. 학자금 대출로 빚도 있으면서 일단 가진 돈을 다 쓰면서 새로운 나라를 여행하며 행복하던 학생 시절과 비교해서 이제는 잃을 게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모아 놓은 돈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과감하게 나라를 선택하지 못하고 가격과 타협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 앞으로 쓸 돈을 남기며 아껴야지, 하는 나 자신이 안타까우면서도 그래도 이 정도라도 걱정 없이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을 적당히 하며 살게 된 지금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최근엔 여행 그 자체에 지친 것 같다. 많은 곳을 여행해 보며 새로운 것에 노출되어 왔지만 그 감흥이 처음 여행을 하게 될 때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그다지 엄청 새롭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마다 동네마다 자잘하게 혹은 큼직하게 다르긴 달라 그 새로움을 맛보는 건 보장되어 있어서 여행을 끊지는 않을 것이다. 좀 쉬다가 다시 즐겁게 다니게 될 건 맞다.


직장을 다니다 짬짬이 3박 또는 4박으로 여행하다 보면  더 오래 있고 싶은데 아쉽다는 느낌이 크다. 그런데 또 갑자기 시간이 많이 생겨서 비행기표를 끊는 김에 더 오래 있다 오자, 하고 보름 정도 다른 나라에 있다 보면 빨리 집에 가고 싶고 안전하고 포근함을 느끼고 싶다. 지역 별로 이동하는 게 지치기도 하고 온전히 쉬는 기분은 안 든다. 동남아는 집 밖을 나서면 오토바이 떼 때문에 늘 긴장하며 다녀야 한다. 또 너무 마음 놓고 다니다 핸드폰을 소매치기당한 이후에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으로 조심하며 다니니 정신이 피곤하다.


보름 정도 여행하다 보면 생리 전 증후군 또는 생리 기간과 겹치기도 한다. 이번에 중국을 친구들과 여행하는데 하이킹도 하고 동네 산책을 하는데 너무 덥고 지치고 다리가 아프고 피곤이 몰려왔다. 알고 보니 예정일 보다 2-3일 일찍 생리를 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며칠 전부터 몸이 안 좋았던 것이다. 여럿이 여행하는데 몸이 안 좋은 티를 내기도 미안했다. 여행 코스를 준비해 준 친구 부부에게 미안해서 힘든 티를 안 내다가 생리 당일날은 쓰러질 것 같고 도저히 에너지가 없어서 혼자 방에서 좀 쉬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끼리 점심을 먹고 박물관에 가라고 한 뒤 방에서 에어컨을 켜고 쉬었다.


10월 연휴 동안 같이 여행하고 싶다고 동료에게 연락이 왔지만, 평소 같으면 기쁘게 생각하며 비행기를 알아볼 텐데 제안은 너무너무 고맙지만 쉬기로 했다. 최근엔 교수 연구실에 잠깐 갈 일 있었을 때 외국 얘기 예술 얘기 등 공감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엘리베이터나 건물에서 지나치는 외국인 학생들과 가끔 스몰토크를 나누기도 하고 수업 시간에 만나는 학우들의 질문과 대답을 들으며 영감을 얻고 있다. 내 삶에 다시 집중하며 마음의 흐름의 평온을 되찾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살게 하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