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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Oct 05. 2024

안정감을 느끼고 싶거든 결혼 말고 클래식을 들어라

주말에 하루동안 결혼식을 한 시간 단위로 두 탕을 뛰느라 힘들었다. 결혼식은 와 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야 한다는 걸 느낀다. 꾸미고 옷 꺼내 입고 오며 가며 시간 들여 가서 앉아있는 것만 해도 하루를 다 쓴다. 몸을 타고 스르륵 흐르는 지고트 원피스를 입으려고 했는데 칠부라 약간 추울 것 같았다. 그래서 무릎길이의 하이웨이스트 펜슬라인의 스커트에 세트로 맨몸에 딱 달라붙는 자켓 느낌의 상의를 입었다. 약간 남색빛이 도는 검정색 지짐이 소재에 단추가 데이지 꽃처럼 생겨서 발랄하면서 허리춤에 가는 벨트로 여성의 라인을 예쁘게 살려준다. 지고트 정장을 좋아한다. 큰 회의가 있을 때 이 옷을 입고 회사에 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예쁘다고 해준다. 하의는 66, 상의는 55로 샀는데 오랜만에 꺼내 입었는데 잘 맞아서 좋았다. 거울을 봤는데 확실히 맵시가 나는 옷이다.


맨발에 구두를 신었는데 지하철역에서 내려 예식장을 향하는데 뒤꿈치가 쓰라리다. 다홍색 스웨이드 구두 한 짝을 벗어서 확인해 본다. 이미 다 까져서 피가 났다. 대일밴드 두 개를 챙겨 왔는데 조금 걷다가 힘없이 떨어졌다. 스타킹 신기는 아직 덥고 슬링백을 신기엔 10월이라 계절감이 안 맞을 것 같아서 선택한 구두는 아쉽게도 실패였다.


코스 요리가 나오는 고급스러운 예식장에서 시간이 없어 스테이크를 포기하고 친구 결혼식으로 향한다. 한 10분 정도 늦을 것 같다. 편의점에서 결국 1700원에 밴드를 사서 두 겹을 이어서 까진 곳에 이어 붙이니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식기도 아름답고 뮤지컬 라이브 음악으로 신부가 등장하는 호텔급 장소의 고급스러운 결혼식과 버진로드의 꽃도 조화이고 좁고 짧으며 자리가 협소해 대부분의 하객들이 서서 봐야 하는 결혼식. 빈부차이가 느껴지는 결혼식이어도 신랑신부가 행복해 보이는 건 매한가지다.


한 네시가 되어 처음으로 끼니를 하게 되었다. 두 번째 결혼식에서 밥을 먹으며 같은 테이블에 앉은,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대화를 했다. 두 명은 결혼해서 어린애가 있고 나랑 다른 친구는 미혼이다.


“여자가 능력 있으면 혼자 사는 거 적극 추천이야. 너희는 결혼하지 마. 특히 애는 낳지 마.” 하고 한 친구가 말했다. 심지어 친구는 초등학교 교사다.


“아 맞아, 너 산후 우울증 심했다며. 근데 여자 나이 서른 다섯 이후엔 또 아기 낳을 때 안 좋다고 하니 역산해서 보면 뭔가 조급해져.“ 라고 내가 말했다.


“애기를 굳이 왜 낳으려고 해. 애기 낳으면 진-짜 힘들어. 너 지금 행복하잖아. 굳이 왜 하려 해!” 하고 그 친구가 말렸다.


“그래도 40-50대를 상상해 봤을 때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혼자라면 가족도 없이 너무 외로울 것 같아. 그리고 계속 사랑을 하고 싶은데 여자가 애를 낳을 수 없으면 가치 없게 볼 것 같아서 연애 대상을 찾을 수 있을까?” 하고 말했더니,


“에이. 안그런 사람도 많을거야. 아니 왜 그리고 사랑과 연애의 끝이 결혼인데? 연애하면서 인생 즐기며 사면되는데! “라고 친구가 말했다.


“난 이제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 너희는 그렇게 다 해보고 나보곤 왜 하지 말라구해!” 하고 말했더니, 다른 친구가 아이를 타이르듯 말했다.


“결혼하고도 외로워. 난 우리 남편하고 애기라도 없으면 무슨 대화를 하나 싶어. 할 말이 없던데? 애기 때문에는 매번 싸우고. 진짜 힘들어. 나 없으면 애기 이도 안 닦이고 진짜 사소한 거로 싸운다니까. 안정감을 찾고 싶다는 이유로 결혼할 생각을 하지 말고 차라리 클래식을 들어.


요즘에 친한 동료랑 친구가 결혼할 좋은 상대를 찾으라고 자꾸 푸시하는데(나를 생각해주는 쪽으로) 한편으로 결혼을 말리는 친구들이라니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일까. 진짜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면 평생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포기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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