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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히읗 Apr 11. 2024

이야기 추천 02. 디아스포라

문예창작과 꼭 가야겠니? <17화>

디아스포라: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한다.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디아스포라 [Diaspora]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나는 '디아스포라'라는 단어를 대학교에 와서 처음 접했다. 그 이후로도 꾸준히 책을 읽고, 논문을 읽고, 영화를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디아스포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한국 문학'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이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할까?

근대의 대한민국은 일본의 지배를 당하고, 6.26 전쟁을 겪었고, 그 외에도 민주주의를 이루어내기 위한 여러 상처들을 겪었다. 이 혹독한 현실 속에서 자의로, 혹은 타의로 조국에 남아있지 못하고 외국행을 택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 조국을 떠난 민족은 과연 행복했을까? 평안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였더라면 '문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민',  '이주자', '교포', '이민 2세대'라는 이름으로 타국에서 살아가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한국인의 외모와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외국에서 그 외모와 문화적 특성은 '다른 것'이 되었고 '차별'과 '핍박'의 원인이 되었다.


조국을 잃거나 스스로 떠나왔다는, 혹은 조국에게 버림받았다는 그 '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 시시때때로 외국에서 받는 '차별'과 '무시'. 


이민자들은 외국에서 살아가면서 이런 감정과 늘 싸워야 했고, 그 감정에서부터 '디아스포라'에 관한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내가 학생들에게 '디아스포라'에 관심을 가지라는 이유 첫 번째는 우리 한국인들이 이민자로 살면서 느낀 애환들을 담은 작품들이 많기도 하고, 우리나라 역사를 더 깊이 있게 알길 바라서였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사는 이민자들을 이해하길 바라서였다. 미국에서 재미교포들이 인종차별을 당하듯이, 일본에서 재일교포들이 조센징이라 욕을 먹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이민자들이 많은 차별과 무시를 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어느새 우리나라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외국의 한국인 이민자'가 주체가 되는 '디아스포라 문학'은 어느새 세계적인 위상을 보이고 있고, 외국의 그리고 한국문학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슬슬 '한국의 외국인 이민자'가 주체가 되는 '디아스포라 문학'이 드러날 때라 생각한다. 


디아스포라 문학은 이민자(혹은 이주자)의 삶과 정체성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성', '타자성', '혼종성', '다문화성'이 존재한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참조


 <가네시로 가즈키 'Go'>

디아스포라 문학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이 것을 경험해 본 이민자(혹은 이주자) 일 것이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장편소설 'Go'가 그러하다(이민진의 장편소설 '파친코'도 비슷한 케이스이나 아직 읽어보지 못하였기에 글에 적지 못하였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재일교포 2세대이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넘어온 재일교포 1세대였고, 가네시로 가즈키는 일본에서 태어나게 된다. 조총련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던 작가는 아버지의 전향으로 고등학교는 일본계를 다니게 되었다. 교포들에게는 매국노라고 욕을 먹고, 일본인에게는 쟈이니치라고 차별을 받으며 살던 가네시로 가즈키는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을 담아 'Go'라는 장편소설을 쓰게 된다.


'Go'는 참 재미있는 작품이다. 디아스포라 문학은 대부분 어두운 분위기를 갖기 마련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서러움, 조국을 향한 그리움과 원망, 사람들에게 받는 차별과 무시. 디아스포라 문학의 주 소재와 감정은 어둡고 우울한 것들 뿐이다. 그렇지만 'Go'는 아주 밝다. 자신의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 친구의 죽음, 애인의 무시, 한국인과 일본인 둘 다에게서 받는 차별과 서러움. 이런 것들을 모두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은 이런 감정과 꿋꿋이 싸워 이겨내며 자기만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Go'로 나오키상의 최연소 작가로, 최초의 재일교포 작가가 되었다. 이후 'Go'는 영화 제작까지 되는데, 이는 '재일교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좋은 작품임을 시사한다. 


디아스포라문학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을 읽길 바란다. 작품이 전체적으로 밝고, 해피엔딩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아주 깊게 잘 다루고 있다.


<작가 딩스의 웹툰 '딩스뚱스'시리즈>

어쩌다 보니 오늘의 추천 작품들은 다양한 장르로,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가볍게 '디아스포라'를 접할 수 있는 것들로만 글에 담겼다.

영화 '미나리'를 다룰 수도 있었지만, 밝고 가볍고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디아스포라' 스토리를 추천하고 싶었다.


현대에는 웹툰이나 웹소설과 같은 '스낵컬처'라고 불리기도 하는 작품들이 사랑받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다, 스마트기기를 통해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은 인쇄작품이나 순수문학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카카오 웹툰(구 다음 웹툰)에서 딩스 뚱스 시리즈는 현재까지 연재되고 있다. '딩스 뚱스 인 아메리카'에서 미국 대학의 연구원 남편과 미국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겪으며 적응해 나가는 웹툰 작가 딩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딩스 뚱스 인 차이나'에서는 남편의 취업으로 중국에 자리 잡게 되면서 생소한 중국어와 문화를 겪으며, 많은 중국 이웃의 정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 세대는 외세의 침략이나 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이다. 우리 세대가 외국에 정착하는 이유는 '직업', 혹은 '거주문제', '그냥 그 나라가 좋아서'이다. 우리 세대는 '미래를 꿈꾸며', '무난하게', '외국어와 문화를 어느 정도 아는 상황에서', '한국의 물건이나 문화를 외국에서도 즐기면서' 외국행을 정하게 된다. 우리들의 이민과 이주는 '타의'에 의해 결정되기보다는 '자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많다.


우리 세대의 외국 이민은 어둡지 않다. 오히려 희망찬 이야기들도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외국인의 동양인 차별도 남아있고, 국가적인 분쟁도 존재하고, 외국인의 문화를 무시하고 자신의 문화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어 그들의 문화와 언어 속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딩스 작가는 자신이 외국 생활을 하면서 겪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웹툰으로 다루고 있다. 외국에서 여자로서 살아가며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는 것은 어떤 기분인지. 외국에서도 불안정한 직업과 경제활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외국에서 만나게 되는 이웃은 어떤 사람들인지. 외국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문화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스스로 '검열'하면서 만화에 그려내고, 우리들은 거기에서 많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


'디아스포라'가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자. 외국에서 지내면서 이야기를 전해주는 많은 작가들이 있다. 

웹툰으로는 '딩스뚱스 시리즈',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그리고 투비컨티뉴드에서 연재가 되었던 '외국물 먹는 여자들' 시리즈를 추천한다.


<대산 청소년 문학상 작품집>

매년 5월 31일에 열리는 대산 청소년 문학상 공모전은 문예창작과를 꿈꾸는 문청들이 가장 열심히 준비하는 공모전이었다. 단편소설로 예선을 치르고 나면 본선은 문학캠프로 진행된다. 나랑 내 친구들은 대산문학상을 타는 것 보다도 문학캠프에 가는 것을 꿈꾸었다. 그곳에 초대되는 것만으로도 어린 문청들에게 큰 명예처럼 느껴졌다.


대산 청소년 문학상 수상집은 대산 청소년 문학상 공모전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 백일장에서 순위권에 오른 작품들이 실리는 책이다. 많은 학생들이 수상하길 바라는 공모전이기도 하지만, 당대 가장 글을 잘 쓰는 청소년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나 또한 자주 읽곤 했다. 


매년 공모전 수상작들을 읽다 보면 매년 반복해서 등장하는 특정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학교폭력(왕따 문제)', '가족 간의 갈등 및 불화', '금전적인 문제', '정체성 및 성장에 관한 고민'도 자주 나오는 소재지만, 언젠가부터 '다문화 가정'에 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청소년 문학은 청소년 작가가 쓰거나, 청소년 독자를 위한 소재나 주제를 다루는 것이다. 대산문학상에서는 다양한 다문화 가정이 소재로 쓰인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타'라는 작품으로 고려인 소녀(청소년)가 한국에 시집오게 되면서 겪게 되는 갈등을 다룬 것이었다. 


아직까지 만나보진 못했지만, 나중에 만나게 될 학생들 중에서도 분명 '디아스포라'적인 존재가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한국은 이제 '외국인 노동자'나 '난민', 혹은 '외국인 이민자'라는 존재를 버릴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이들은 자신의 국적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한국의 국민이 되어 나라의 일부가 되길 선택하기도 한다. 옛날 타국의 교포들이 그랬듯이, 이들 또한 자신의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잊지 못한다.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며 살아가면서 많은 차별을 당하고 설움을 겪는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일원이 된 이들의 이야기에 우리 또한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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