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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히읗 Apr 18. 2024

이야기 추천 04. 청소년 문학

문예창작과 꼭 가야겠니? <18화>

청소년 문학이란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청소년들의 문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으며, 주 독자층을 청소년으로 하고 있는 문학을 말한다.


청소년 문학을 '청소년'들만 읽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청소년이 주요 인물로 나타나거나, 청소년의 문제를 다룬 문학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 같은 대중문화 장르로 재창작되기도 하고, 많은 어른들이 같이 읽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첫사랑, 슬픔, 질투, 그리움, 절망, 기쁨.

청소년기는 온갖 감정들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 시기이지만, 아직 몸과 마음이 덜 성숙하여 이런 감정들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시기를 지나고 있는 중인 청소년에게도, 이런 시기를 다 지나온 어른들에게도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흥미와 위안이 되기 마련이다.


오늘 내가 추천하는 건 내가 청소년 시기에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들, 

그리고 이런 청소년 문학이 계속 나왔으면 하는 작품들이다.


1. 헤르만 헤세 '데미안' vs '수레바퀴 아래서'

내 주변만 그런 것일까?

청소년 시기에 꼭 읽어야 하는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라고 이야기하는 어른과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어야 한다는 어른으로 나뉜다.


재밌는 지점은, '데미안'을 좋아하는 사람은 '수레바퀴 아래서'를 안 읽었으며, '수레바퀴 아래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데미안'을 죽어도 안 읽으려 한다. 두 작품을 같이 읽는다 하더라도, 하나는 아주 좋아하는 반면 하나는 아주 싫어하는 극단적인 호불호 현상이 나타난다.  


나는 '수레바퀴 아래서' 선호파다.

어린 시절부터 서른 중반이 넘은 지금까지 내가 읽지 못한 베스트셀러가 두 권이 있었다.

하나는 '데미안'이었고, 다른 하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이었다.

두 작품 다 1년에 2~3번씩 읽기를 시도했지만, 중도포기한 작품이다.

그나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이십 후반이 되어서 그 매력에 빠지게 되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지만, '데미안'은 매년 도전하는데도 불구하고 읽기 싫은 작품이다.


반면, '수레바퀴 아래서'는 내가 좋아하는 문학 작품 중 하나이며, 꾸준히 읽는 작품이기도 하다.

'데미안'이 싫은 이유는 철학적인 내용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수레바퀴 아래서'는 공감할 수 있는 구석도 많고, 현실적으로 등장인물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더 좋았다. 자기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거나 죽는 인물의 모습이 어찌 보면 절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나는 내 길을 잘 가고 있어, 그러니까 나는 괜찮을 거야 라는 희망을 품게 되어서 좋았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오히려 '데미안'을 보면서 밥 잘 먹고 왜 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깊이 하고 살아야 하지, 우울해지겠네 아주, 이런 생각을 하다 읽기를 포기한 편이었다.


재밌는 지점은, '데미안'을 좋아하고 '수레바퀴 아래서'를 싫어하는 친구들은 나와 정 반대의 이유로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기를 포기한다는 점이다.


각자 취향에 맞는 것으로 읽었으면 하는, 정말 색다른 매력을 가진 헤르만 헤세의 두 작품이다.


2. 커티스 시튼펠드 '사립학교 아이들' 

나는 이상하게 미국 명문 사립학교 이야기들이 좋더라. 아니샤 라카니의 '화려한 수업'도 그렇고(이건 청소년 문학은 아니지만 말이다), 제룸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도 그렇고, 커티스 시튼펠드의 '사립학교 아이들'도 좋다


명문대학(주로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모인 상류층 집안의 학생들이 엄격한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경험하게 되는 첫사랑, 이별, 우정, 성적문제와 고민, 그리고 거기에서 피어오르는 무한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좋다. 소설적 묘사로 보면 다들 아주 유복한 환경(묘사만 봐도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 화려한 축제 문화, 즐거운 동아리 생활, 쿨한 친구 관계, 부모님 돈으로 하는 무제한 쇼핑 등)에서 공부(심지어 한국 학교처럼 외우기, 시험, 숙제, 이런 재미없는 것들이 아니라 토론, 리포트 쓰기 등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이었다)를 하는 모습이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가끔 이런 소설을 읽으면서 삐뚤어진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돈 많은 부모님 아래서, 화려한 학교 생활을 하면서 아주 배부르고 등따시게 공부하면서 뭐 저런 고민들을 하고 난리야.'


질투가 날 때도 있었지만 사립학교 생활을 하는 주인공의 일상을 읽다 보면 한국에서 살아가는 나랑도 비슷한 부분이 많기에 공감을 갖고 재미있게 읽게 된다.


'사립학교 아이들'의 주인공은 어찌 보면 평범하고, 유복한 환경을 가진 학생도 아니고, 공부도 잘하는 편이 아니고, 인기가 많은 편도 아니었다. 이 것만 봐도 나랑 비슷하지 않은가! 평범하고, 유복하지 않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고, 인기가 많지도 않다. 그렇지만 특별해지길 원하고, 부자인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고, 인기가 많아지길 원한다. 질투하고, 우울해하고, 친구와 감정적인 갈등을 겪으면서 극복하고 성장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픈 사건들을 겪기도 하지만, 극복하고 어른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위안을 얻었다.


특히, 주인공의 룸메이트이자 동양인(심지어 한국인으로 나온다)이자 동성애자인 친구의 이야기가 좋았다. 이 시대 당시엔 한국에서 '청소년'과 '동성애'소재를 다룬 작품이 적었을뿐더러 금기에 가까운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렇지만 성정체성이나 애정에 대한 고민은 어느 청소년이나 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좀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3.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내내 학교 권장도서였던 작품이었다.

심지어 중학교 때는 국어 시험문제로 나오기도 했다.


어린 시절 겪는 '죽음'과 '상실'의 아픔, 그리고 그 아픔을 겪고 성장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것.

이 것을 이렇게 잘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어린아이들이 읽기에 아주 적절한 명작이라 생각한다.


4. 김려령 '완득이'

소설로도, 영화로도 성공한 작품은 적다.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어서 뒤에 나온 작품이 망하거나, 원작을 훼손시켜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는 원작인 소설과 영화 둘 다 성공한 케이스라 볼 수 있다.


2000년대에 나온 작품이었지만, 나는 이 작품이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완득이'는 어찌 보면 문제아 학생이 좋은 스승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에는 '차별'에 관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완득이의 어머니는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이며, 아버지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식을 사랑하는 평범한 부모이며, 열심히 일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둘 다 작품 속에서 '차별'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자식인 완득이 또한 이러한 차별적인 요소들을 부끄러워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받아들인다. 소설에서 나오는 선생님 또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아버지와 싸우기도 한다. 세상과 맞서 싸우면서 꿋꿋이 살아가는 이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다문화'와 '장애인' 차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청소년 소설에서는 쉽게 다루지 않는 문제(다문화 가정, 외국인 노동자와 장애인 차별)를 청소년 소설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이야깃거리(주인공이 겪는 갈등과 성장)와 함께 보여준다는 것이 좋았던 작품이다. 


이외에도 개인적인 취향으로 두 가지 더 추천을 하자면, 우선 해리포터 시리즈가 있다. 해리포터와 함께 성장한 세대인 나로서는 좀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기도 하다. '혼혈왕자'의 경우는 청소년의 심리와 갈등이 다른 시리즈에 비해 많이 들어가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할 정도다. '마법', '판타지', '영국', '청소년 소설', '영화화된 작품', '완결작',  '베스트셀러' 이 키워드에 맞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해리포터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괜찮다.


두 번째로, 에쿠니가오리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도 좋아하는 작품이다. 김난주+에쿠니 가오리 조합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 10명의 소녀가 펼치는 잔잔한 일상 속 내적 갈등이 담긴 이야기도 좋았다. 에쿠니 가오리의 경우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김난주 작가의 경우는 더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추천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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