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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히읗 Apr 25. 2024

이야기 추천 04. 동물이나 사물이 화자가 되는 이야기

문예창작과 꼭 가야겠니? <19화>

'너무 흔한 이야기 밖에 생각이 안 나요.'


시간 내에 정해진 양을 완성해야 하는 백일장이나 공모전을 목표로 글을 쓰다 보면 이런 말을 한 번쯤은 하게 된다. '독창적인 글'을 써야 하고, '진부한 글'은 쓰면 안 된다는 것이 무의식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해진 글제가 있는 백일장에서는 진부한 내용의 글이 떠오르기 쉽다. 어쩔 수가 없는 게, 글제를 출제하는 작가들도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기 수월하게 '보통 학생들은 진부한 내용을 떠올리기 쉽고, 글을 잘 쓰는 학생들이 독창적인 내용을 쓸 수 있는 글제'를 내기 때문이다. 


진부한 내용 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아무것도 못 쓰겠다는 학생들에게 나는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화자만 바꿔보렴. 동물이나 사물로.'


수업을 오래 하면서 학생들과 나이차이가 많이 벌어지게 되었다. 세대차이가 생기면서 놀랐던 것 중 하나는 학생들이 '이솝우화'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화에 익숙한 세대였다. 내가 어릴 때는 전래동화, 탈무드, 이솝우화를 많이 읽었다. 


<우화>
 
동물이나 식물을 인격화하여 그들이 만들어내는 유머 속에서 교훈을 드러내는 설화이다. 주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약점을 부각하면서 윤리적 교훈을 전달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우화 [fable] (Basic 고교생을 위한 문학 용어사전, 2006. 11. 5., 구인환)

동물이나 식물, 사물이 화자가 되는 이야기들은 '색다른 시선'과 '독특한 어조'로 이루어져 있어 신선한 느낌을 주어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쉽다. 또한, 직접적으로 하기 힘든 '정치적인 주제'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돌려 말하며 전달하기도 쉽다. 


가볍게 이야기를 전달하되,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것이 우화이다. 

첫 번째로 소개할 이야기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뽑고 싶다.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을 소재로 쓴 '동물농장'은 정치적인 의도를 담고 있는 우화이다. 동물농장에 있는 동물들(주로 돼지, 그다음으로 개, 말 등)이 화자인 이 소설은 작가의 사상(반파시스트, 사회주의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동물들이 인간을 몰아내고, 계급 없이 사는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으나, 결국은 조금 더 지능을 가진 돼지들이 권력을 갖게 되고, 계급이 생기게 되는 것을 보여주며 '계급주의'를 비판한다.


같은 작가의 다른 소설 '1984'에 비하면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소설이 진행되는데, 이는 동물들을 화자로 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구효서 '명두'는 특이하게도 죽은 나무가 화자가 되는 소설이다. 불행을 겪은 여자, 죄를 지은 사람들, 그러면서 많이 아프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 가난하고, 잔인한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나무'는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무당이 되어버린 불행한 여자는, 죄를 짓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고한다. 


'불망!'


'내가 병들어 죽을 거였으면 어쩌자고 애먼 애들을 죽였나? 내가 살라고 애들을 죽였으면 미안해서라도 살아남아야지.'


남편이 죽은 과부를 겁탈하고, 약한 아이를 죽이고 부모가 살아남는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시대였다. 죄를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명두는 전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고, 평생 미안해하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잔인하고, 슬프고, 두려운 이야기를 나무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전달하는 것은 어떤지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이야기다.


'화차'가 더 유명하지만, 나는 미야베 미유키의 '나는 지갑이다'라는 작품을 더 좋아한다. 


나는 '추리'와 '스릴러'라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고, 어려워했는데, 이 책은 쉽고 재밌게 읽힌 편이었다. 


이 책은 '지갑'이 화자인 옴니버스식 단편집이다. 

소설에서는 목격자의 지갑, 범인의 지갑, 형사의 지갑, 범인의 친구의 지갑, 피해자의 지갑, 공범의 지갑, 피해자 가족의 지갑 등등 사건과 관련된 인물의 지갑들이 마치 증인처럼 각자 것과 의견들을 이야기한다. 지갑마다 다른 어조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고, 다각도로 사건을 바라볼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어린 시절, 친구가 추천해 줘서 읽게 된 이 책은 내가 '우화'로서도 '추리, 스릴러'로서도 존경하는 작품이다.


왜 작가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걸까. 만화를 그리는 사람도, 소설을 쓰거나 시를 쓰는 사람도 이상하게 고양이를 좋아하여 키우기도 하고 작품의 소재로 쓰기도 한다.


만화만 봐도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이 많다. 

최근에 나온 작품으로는 '야무진 고양이는 오늘도 우울' 이라거나, '아저씨와 고양이'가 있고, 내가 좋아하는 작품 중에는 엘렌 심의 '고양이 낸시'라는 작품도 있다.  


동화만 하더라도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책 판매 사이트에 검색을 해봤더니 홍민정 작가가 쓴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도 있었다.


시작점을 생각하면 아마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아닐까 싶다. 자신을 인간이라 생각하는 고양이는 인간의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관찰하며, 탐구한다. 고양이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주며, 인간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아직 정독해보지 않았지만, 황정은 '묘씨생' 또한 고양이가 화자가 되며, 인간과 그들의 사회를 관철한다는 점에서 한 번 자세히 읽어보고 싶다. 


작품을 몇 개밖에 소개하지 못했지만, 글을 읽어보면 다들 생각나는 우화가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만화에서도, 시에서도, 심지어 광고에서도. 동물이나 사물이 화자가 되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인간의 사회나 내면 혹은 갈등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어조를 통해 말하는 지를 잘 생각해 보자. 그러다 보면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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