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25
-
그 애가 말했다.
엄마, 걱정하지 말라니까. 내가 뭘 한다고 그래.
근래 들어 자주 그 애는 전화를 해와선 옛날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내게 물어왔다. 나도 회상에 잠겨 이야기를 해주다가도 불현듯 불안이 솟구쳤다. 그럼 그 애가 다 꿰뚫어 보듯 이렇게 말했다.
하긴 뭘 해. 얘가 무슨 소리하는 거야.
무슨 소릴하긴. 엄마 무슨 생각하는지 뻔히 보여서 그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리고 딸애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아, 아무튼 걱정하지 마. 괜한 걱정이야. 괜히 쓸데없는 걱정 하느라 잠 못 자고 그러지 마시고 속 편히 주무셔.
그리고 딸애는 알았지? 하더니 내가 어떤 말을 하기도 전에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 오랜만에 하늘이 맑게 갰다. 빨래도 뽀송하게 말랐다. 나는 마른빨래를 한 데 끌어 모아두고 바닥에 앉아 티셔츠는 티셔츠끼리, 바지는 바지끼리, 셔츠는 다림질을 하기 위해 따로 빼두고, 양말이나 속옷은 또 따로따로 정리해 가며 옷들을 접었다. 보송한 천 위로 손가락이 닿는 느낌이 좋았다. 옷에서 섬유유연제 냄새가 풀풀 풍겨 나오고 있었고, 그 향기 사이사이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스며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어디에도 딸애의 옷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