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쓸까, 무엇에 대하여 쓸까 꽤 고민을 했는데,
책상에 앉자마자 내가 쓴 문구는 '사람, 사랑 그리고 삶'이었다.
어느 순간 나에게 들어와 전부가 되어버린 '사랑'이라는 단어는 사실 나 자신을 먼저 아껴주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나의 20대까지는 나만 알던 사랑에서, 남편을 만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랑으로 나아갔고
아이를 만나서 받지 않아도 좋을 사랑을 배웠다. 돌고 돌아 내가 받은 사랑보다 큰 사랑을 주고도 전혀 아쉽지 않은 게 요즘이다.
부모님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사랑이었다. 조부모님의 사랑은 부모님의 사랑과는 결이 다르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독립할 20살까지 곁에서 함께 있었던 조부모님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결혼식에서 조부모님 보자마자 울음이 터진 신부가 바로 나였다. 조부모님의 사랑은 언제나 나를 지지해 주는 단단한 땅이었고, 바다였고, 하늘이다. 그 사랑을 덕분에 마음이 건강한 내가 있다. 약자를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내가 있고,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고 싶은 내가 만들어졌다.
지금 나는 우리 가족의 일상을 사랑하고, 나의 일을 사랑하고, 만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나에게 사랑은 '상대방의 다양한 면을 존중하고, 그 사람을 끝까지 믿어주는 마음'이다.
다시 일을 시작한 지금 가족에서 충전된 사랑을 아이들에게 흘리는 중이다. 내가 아이들의 안전지대가 되어갈 수 있도록.
나만 알던 사랑에서 어떻게 배려하는 사랑으로 갈 수 있었을까.
이것은 온전히 남편 덕분이다. 남편을 만난 후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안정되어 보인다. 편해 보인다. 안색이 좋아졌다'였다. 남편이 행동으로 가르쳐 준 배려하는 사랑 덕분이다. 언제나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그러면 된 거야'라고 말해주는 단단한 나의 편 덕분에 사랑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아이를 만나고, 너를 위해서라면
네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주겠다는 마음.
내가 베푼 선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아도 꽤 괜찮겠다는 마음. 내가 베푼 사랑이 쌓여 너를 지켜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사실 나도 아직 신기하다.
결국 내 삶의 코어 키워드는 사랑이다.
긴 여행을 갈 때도 꼭 가져갔던 책이 사랑에 대한 에세이였고,
오죽했으면 '미움'이라는 감정 또한 사랑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했었으니.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자, 기쁨이자, 성숙하게 해준 것들은 다 사랑이었다.
나만 알던 나의 사랑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사랑을 알게 해준 남자와
받지 않아도 되는 행복을 알게 해준 아이와
이제 함께 살아갈 아이들을 위하여
사랑에 대한 기록을 하나씩 풀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