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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Apr 11. 2021

메타버스를 경험하는 법

AR과 VR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

10여년 전 아이폰을 처음 손에 쥐고 지도 앱을 실행하고서 새로운 세상이 왔음을 실감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주변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열광했고, 폰보다 더 큰 화면과 편리한 키보드, 마우스를 이용하는 것보다도 모바일 인터넷이 주는 감동이 훨씬 크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이후 정말로 모바일은 웹보다 더 인터넷 사용 시간을 늘리게 만들었고 관련 비즈니스의 성장도 가져왔다. 우버와 배달의민족,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네이버페이 등은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우리가 상상도 못해봤을 서비스들이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바로 메타버스 패러다임이다.



▣ 제3의 인터넷 플랫폼, 메타버스의 개화

세상은 안경을 쓴 사람과 사용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안경을 쓰는 이유는 시력이 떨어져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그렇게 새로운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 헤드셋을 쓰고 만날 수 있다. 일명 VR, AR이라고 부르는 기기를 착용하면 기존과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구글 글래스와 카드보드, 삼성전자 기어VR, hTC의 VIVE,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이 출시되어 메타버스는 어제 오늘의 키워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2021년 들어 메타버스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페이스북이 2014년 3월에 약 2조3천억에 인수한 오큘러스라는 VR 제조업체가 작년에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2 덕분이다. 


퀘스트2는 2019년 출시된 이전 버전인 퀘스트1과 비교해 성능과 편안함은 향상되었음에도 가격은 낮아져 약 30만원대의 저렴한 비용이라 가성비가 뛰어나다. 게다가 페이스북이 오랜 기간 오큘러스 생태계를 마련하는데 투자를 해서 쓸만한 콘텐츠들이 크게 늘어나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SKT가 유통하는 퀘스트2의 초도물량과 2차 판매 물량이 금새 동이 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실제로 기존의 VR 기기들과 비교했을 때 퀘스트2는 무선인데다 PC와의 연결없이 독립적으로 운용 가능하며, 고질적 문제였던 어지러움증이나 무거움, 발열이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 또한, 퀘스트2로 인기 게임이나 VR 영상을 시청하면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마우스를 처음 잡고, 스마트폰을 처음 쥐었을 때보다 더 큰 감동을 토로하는 경험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오랜 기간 사용할 경우 두통이나 매스꺼움, 피로함을 느끼는 경우들도 있다. 기존 제품과 상대적으로 비교할 때 그렇다는 것이고 처음 이 기기를 접해본 사람들 중 일부는 감각의 교란으로 인해 혼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가성비 높은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2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이렇게 새로운 기기를 이용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또한, 메타버스로 구현된 세상, 서비스는 기존의 웹이나 모바일 앱의 서비스와는 무엇이 다를까?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현실계와 인터넷으로 구현된 가상계를 넘은 제3의 신세계라는 점이다. 즉, 또 다른 세계관을 가진 생태계라는 것은 모두 동의하는 면이다. 하지만, 그 구현 과정이나 형태에 대해서는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혹자는 VR이나 AR 등의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로 접근 가능한 방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하드웨어와 무관하게 웹이든 모바일이든 내 아이덴터티를 투영한 부캐를 통해 활동을 하며 아바타를 성장시켜가는 형태를 중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구현 방식이나 접근 방법은 적어도 5년 정도가 지나면 웹이든, 모바일이든, VR이나 AR이든간에 통합될 것임은 자명하다. 경험의 완벽도가 접근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결국 메타버스 세상은 어떤 디바이스나 플랫폼과 무관하게 연결 가능해야 수시로 접근할 수 있고 그 세계의 영속성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에 출시된 린든랩의 온라인 가상현실인 세컨드 라이프가 사실 메타버스의 초기 버전이라 볼 수 있다. 즉, 메타버스는 사실 이미 약 20년 전 인터넷 서비스가 보급되면서부터 존재하던 개념이고 시도되어 오던 것이다. 세컨드 라이프는 게임도 아니고 카페나 블로그 등의 서비스도 아니었으며 웹 기반도 아니었다. 물론 VR 디바이스같은 것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지금보다 훨씬 성능이 떨어지는 컴퓨터와 인터넷 속도로 메타버스가 구현되었던 것이다. 즉, 메타버스는 최첨단 기술이 받쳐주기도 전에 상상이 아닌 실현되어 선보였었다.


너무 일렀던 메타버스, 세컨드 라이프


심지어, 세컨드 라이프가 선보였던 2000년 전인 1995년경에 alpha world, world chat, The Palace 라는 채팅 서비스가 있었는데 이들 서비스 역시 아바타를 통해 가상 공간을 활보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형태로 주목을 받았었다. 비록 세컨드 라이프처럼 오브젝트를 만들어 새로운 장소를 만들고, 쇼핑을 하며 부동산 거래를 하고 취직 등의 경제 활동을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사람과 만나고 이동하며 대화를 하는 초보적 수준의 메타버스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3D 아바타로 채팅을 할 수 있던 알파월드

그런 시도들이 기술의 진화 덕분에 제대로 완성도 높게 구현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크게 3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 포트나이트나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이다. 포트나이트는 배틀로얄 게임이지만, 파티로얄이라는 3D 공간을 통해서 사람들과 만나 채팅을 하고 함께 공연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실제로 포트나이트에서는 유명 가수를 초대해 중력을 벗어난 공간 속에서 공간을 유형하며 춤을 추고 함께 소통하는 새로운 개념의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포트나이트에서 구현된 파티로얄 공간

또한,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는 사용자들이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서 게임을 제작하거나 게임 내에서 필요로 하는 도구나 환경을 개발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이다. 기존 게임과 달리 가상의 공간 속에서 무엇인가 만들고, 거래하며 게이머들과 소통하면서 제2의 삶을 사는 것이나 진배없다. 게임으로 시작되었지만 게임 외의 활동을 하면서 오랜 시간 머물며 사람과 만나고 창작 활동을 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들 게임을 메타버스로 불릴만하다. 실제 로블록스 CEO는 로블록스를 메타버스라 지칭하며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즉, 바스주키 CEO는 “메타버스라는 아이디어를 오래도록 생각해왔다. 우리의 꿈은 메타버스를 현실과 비슷해 보이는 정도를 넘어 현실 그 자체로 느끼도록 발전시키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메타버스의 대표 주자가 된 로블록스는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기업가치 42조원으로 평가받았다. 2020년 2월 시리즈 G 투자를 받으며 평가받은 기업가치가 약 4조원 정도인 것을 비교할 때 1년만에 10배나 뛴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로 만들어진 건물과 세상


둘째. 메타버스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새로운 개념의 입체적인 서비스이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에서 개발한 제페토, SKT의 Jump, 페이스북에서 개발 중인 Horizon, MS의 AltspaceVR 그리고 Spatial 등이 그것이다. 이들 서비스는 VR이나 AR 등의 기기를 통해 접속 가능한 것도 있고, 웹이나 앱을 통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있으며, 모든 플랫폼을 지원하는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서비스가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이 공간을 유형하면서 공간 속의 오브젝트들과 상호 작용하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VR 등의 기기를 이용하면 그 경험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


MS가 인수한 AltspaceVR


이들 서비스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아바타를 통해서 여러 공간을 이동하면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함께 사진이나 문서 등을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한, 공간에 오브젝트를 배치하고 이동시킬 수도 있다. 일부 서비스는 직접 오브젝트를 만들 수도 있으며 향후에는 함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현실에서 누리는 경험들과 같은 활동들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Spatial에서 회의를 하는 모습


셋째. VR이나 AR 디바이스 기반으로 구현된 서비스 플랫폼이다.

앞서 살펴본 두가지의 서비스들이 마치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처럼 PC 웹이나 스마트폰에서 설치해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세 번째 방식은 VR이나 AR 기기에서 제공되는 공간이다. 마치 컴퓨터를 켜면 나타나는 바탕화면과 마우스와 키보드로 조작되는 윈도우처럼 MR 기기를 켜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말한다. 오큘러스 퀘스트2를 쓰고 전원을 켜면 윈도우 바탕화면처럼 3차원 입체적인 공간 속 바탕화면을 만나게 된다. 컴퓨터 바탕화면을 바꾸듯이 가상 공간을 바꿀 수 있고,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듯이 스토어에서 SW를 설치해서 게임을 하거나 3D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물론 Spatial이나 Horizon과 같은 두번째 소개한 서비스들을 설치해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큘러스 퀘스트에서 제공되는 가상공간


MS의 AR 기기를 쓰고 전원을 켜면 지금 내가 있는 현실 공간에 디지털 오브젝트들을 배치할 수 있다. 마치 윈도우 시작메뉴를 호출하듯이 내 좌측 손목을 오른쪽 손가락으로 누르면 시작메뉴가 나타난다. 웹 브라우저를 열어서 벽면에 위치시킬 수 있고, 사진앱을 실행해 사진들을 책상 위에 올려둘 수도 있다. 주방에 Skype 통화앱을 두고, 거실에는 넷플릭스 영화앱을 위치시켜두며, 안방에는 가족 사진 앨범을 침대 머리 맡에 둘 수 있다. 홀로렌즈를 끄고 나중에 다시 켜더라도 집안 곳곳에 배치해둔 디지털 오브젝트들은 사라지지 않고 그 위치에 그대로 존재하게 된다. VR과 달리 AR은 현실 공간에 디지털을 고정시켜둠으로써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하나가 된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MS 홀로렌즈로 설치한 SW들


오큘러스에서 빅스크린이라는 앱을 사용하면 거대한 영화관을 재현시킬 수 있고, 영화관보다 더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넷플릭스나 PC에 저장한 동영상 파일을 재생할 수 있으며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 수다를 떨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화면의 크기가 PC나 TV로는 구현할 수 없을만큼 크기 때문에 실제 영화관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빅스크린을 통해 친구들과 VR 상에서 영화를 보는 화면


MS의 홀로렌즈는 외부 사물을 인식하고 다양한 디지털 오브젝트를 실제 공간에 매칭을 해서 배치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앞으로 컴퓨터나 태블릿 등의 컴퓨팅 장치와 사물 인터넷 기기와 연동될 경우 해당 디지털 기기들을 홀로렌즈를 통해서 제어하고 홀로렌즈로 만든 디지털 오브젝트와 상호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용 중인 컴퓨터 모니터 옆에 세컨드 모니터를 둘 수 있고, 실제 PC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터치해서 조작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홀로렌즈로 PC 옆에 디지털 오브젝트를 두고 작업을 하는 화면


이렇게 MR 기기 기반으로 구현된 플랫폼 그 자체가 메타버스이며, 앞서 살펴본 게임앱이나 메타버스 서비스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 관련 서적 : 3번째 세상 메타버스의 비즈니스 기회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3836950



➤ 필자의 '메타버스 속 비즈니스 기회' 주제의 이러닝 강연

https://www.udemy.com/course/metaverse_jihyunkim/


➤ "NFT의 올바른 이해" 이러닝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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