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버린 AI의 현주소

AI 강국 3위로 가고 있는 한국

by OOJOO

신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의 AI 정책은 세계가 놀랄만큼 빠르고 강력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AI 시장은 단순 테크 기업들의 각축장이 아니라 각국의 정부가 나서서 AI 주권을 강조하면서 패권경쟁의 전쟁터가 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국과 중국은 멀찌감치 앞서 나가고, 그 뒤를 프랑스와 중동 등이 뒤쫒아가는 형세였다. 한국은 사실 2000년대 IT 강국으로 주목받던 잠재력이 무색하게 AI 산업에 있어서는 이렇다할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새정부 들어서면서 한국산 FM(독파모 = 독립된 파운데이션 모델)에 대한 선언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한 노력 그리고 공공 부문에서의 AI 서비스 확대와 제조 AI 육성, AI 바우처 사업을 통한 전국민의 AI 서비스 활성화 등에 대한 공격적인 정책들을 마련하면서 세계 3위 AI 강국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한국의 AI는 어디를 향해서 가고, 앞으로 어떤 기회를 가지게 될까?


❏ 각국의 패권경쟁이 된 소버린 AI

AI 산업은 크게 원천기술과 응용 서비스로 나뉠 수 있다. 원천기술에 속하는 것이 AI 인프라 즉 GPU와 HBM으로 구성된 서버와 데이터센터 그리고 FM(Foundation Model)이다. 데이터센터는 하드웨어이고 FM은 소프트웨어 알고리듬이다. 이 원천기술 위에 Cloud의 다양한 AI 솔루션들과 프로토콜들을 기반으로 AI 어플리케이션이 만들어져 응용 서비스로 구현되는 것이다. ChatGPT를 예로 들면, OpenAI가 임대 혹은 구축한 데이터센터(Microsoft의 DC 혹은 독자적으로 구축한 전용 AI DC)와 GPT라는 FM이 원천기술이고, ChatGPT를 포함해 달리와 소라, Atlas(오픈AI가 개발한 AI 브라우저) 등이 응용 서비스이다.


즉, ChatGPT와 같은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FM이 필수적이다. FM이 있어야 다양한 용도에 맞는 LLM(Large Language Model)을 파생 개발이 가능하다. 그런 FM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프랑스 그리고 일부 나라들이 있다. 그런데, FM의 성능은 기본적으로 파라미터 수로 평가한다. 미국의 AI 기업은 수조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FM을 가지고 있고 중국은 약 1조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외의 국가들은 수백만에서 수천만 수준이다. 그렇다보니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인 FM들을 보유하고 있다. FM이 훌륭해야 다양한 용도에서 사용 가능한 압도적 성능의 AI 서비스와 솔루션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FM(LLM)을 만들려면 상당한 컴퓨팅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AI 주권을 오롯이 지키기 위한 독자적인 한국형 LLM 개발 과정 역시 엄청난 GPU(+HBM)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GPU를 K-LLM 기업에 임차해서 제공하고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5만장 이상의 GPU를 확보할 로드맵을 발표했고, 2025년 경주 APEC 행사에서는 향후 26만장의 GPU를 우선 공급받기로 엔비디아와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외에도 일본, 인도, 아랍에미리트, 대만, 캐나다 그리고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일부 유럽 국가들이 독자적인 LLM 개발을 위한 정부 차원의 투자에 본격 나서고 있다.


왜일까? 그만큼 AI 모델을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해외 AI 기술의 종속성에서 탈피해 자국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특정 산업 분야에 최적화된 AI 주권(소버린 AI)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안보와 보안, 국방 그리고 국가 기간망에 대한 온전한 통제를 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AI 모델에 기초해서 이들 영역의 AI화를 꾀해야 한다. 그래서 자체 LLM 개발과 이를 위한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버린 AI를 위한 LLM 개발은 컴퓨팅 인프라만으로는 가능한 것일까? 추가적으로 2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기술력 즉 역량있는 인재가 필요하고 두번째로는 데이터이다. 컴퓨팅 인프라야 자금만 확보해서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과 협력 그리고 이를 운용할 데이터센터와 전력 등에 대한 준비(물론 이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님)하면 된다. 하지만, LLM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은 하루 아침에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면, 데이터는 자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민관이 수집해온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각국이 AI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image.png 소버린AI의 구축 방식 / NotebookLM으로 생성


그렇게 각국이 자체적인 소버린 AI를 강조하는 이유는 AI가 군사·경제·사회·산업을 모두 결합하는 총체적 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각국의 기술력과 산업 구조와 경쟁력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소버린 AI에 대한 정의와 추진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즉, AI 모델에 대한 기술력 경쟁을 넘어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AI를 ‘보유하고 활용하여 성장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있어 서로 차이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는 A부터 Z까지 온전히 다(Full stack) 독자적으로 구축,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그런 AI의 모든 것을 국가 통제 하에 우방국에게 제공, 판매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미중처럼 할 수는 없다. 일례로 싱가포르는 ‘National AI Strategy 2.0’를 통해 자국이 직접 거대모델을 모두 만들기보다는 공공·금융·물류·도시 운영 등 200여 개 이상의 서비스에 AI를 깊게 녹여 넣는 “AI 운영 허브 국가”를 지향하며, 동남아 역내 LLM 생태계 조성, 평가 샌드박스, 2024년 예산 기준 1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인재 투자로 미·중이 만든 모델과 클라우드를 전략적으로 병행 활용하면서도 자국 데이터와 공공 서비스만큼은 자국 내 인프라와 규제로 통제하는 제한적 디지털 주권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영국은 ‘Pro-innovation approach to AI regulation’ 백서와 AI Safety Summit, AI Safety Institute를 축으로 빅테크를 과도하게 규제하지 않으면서도 AI 안전·윤리·표준을 선도하는 규범국가로 포지셔닝해, 미국·중국처럼 자국 빅테크가 압도적이지 않은 현실을 인정하고 “규제·표준·거버넌스 주도권”을 통해 소버린 AI 영향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프랑스는 2018년 1.5억 유로 1단계 AI 전략 이후 France 2030 계획(총 540억 유로 혁신 투자 중 AI·데이터·HPC 비중 확대)을 통해 9개 AI 클러스터, 건강·제조·교통 등 도메인 특화 AI 전략 그리고 미스트랄 AI 기반으로 유럽형 AI 플랫폼을 유럽 전체에 제공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렇게 “유럽형 AI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를 직접 깔아 미·중 의존도를 줄이는 하드웨어·클라우드 중심의 소버린 AI”를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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