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 핀테크 2.0
금융의 역사는 기술과 함께 지난 50년간 혁신해왔다. 1970년대 메인프레임 시대부터 시작된 전산화는 지점 중심의 전통 금융을 비대면 디지털 세상으로 이끌었다. 2010년대 핀테크 붐은 모바일 결제와 오픈뱅킹으로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하며 산업 지형을 바꿔놓았다. 그런데, 2026년을 앞둔 지금의 쟁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개방성과 연결성 그리고 신뢰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이다. 오픈뱅킹과 API 중심 아키텍처는 데이터와 서비스를 묶어주었고 클라우드와 마이크로서비스는 민첩한 서비스 혁신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특히 AI는 초개인화와 자율화를 실현시켜주고 블록체인은 국경과 시스템 경계를 넘는 정산과 자산 유통의 질서를 재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보안은 한층 정교해지고 보편화된 해킹이라는 위협을 실시간으로 제압해야 하는 상수로 부상하고 있다. 혁신과 보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쫒아야 하는 2026년의 핀테크 2.0을 전망한다.
▣ 기술 혁신과 함께 해온 금융의 전산화
1970년대부터 은행의 본사와 각 지점간 온라인망이 구축되면서 업무 전산화가 본격화되었다. 당시 금융 시스템은 본점 중앙 서버와 각 지점을 연결하는 송수신 회선 중심의 메인프레임 방식이었다. 본사를 중심으로 각 지점에서 거래 전표 처리와 예금과 대출 자료 집계, 대차대조 등의 내부 회계 업무들이 집계되어 업무 자동화를 꾀했다. 이후 1990년대 이후 인터넷 보급과 통신망 고도화가 병행되면서 인터넷 뱅킹, 자동화기기(ATM), CD/ATM 네트워크 통합 등이 가속화됐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 은행권이 차세대 시스템 전환을 진행하며 실시간 업무 처리를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구축은 금융의 전산화에 큰 마중물이 되었다.
2000년대 이후로는 온라인·모바일 채널 기반의 금융 소비가 본격화되면서 금융기관의 전산 시스템은 점점 분산형 구조, API 중심 구조로 진화했다. 덕분에 오프라인 은행 지점이나 ATM 기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웹에서 홈뱅킹과 쇼핑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단, 웹에서의 결제는 공인인증서 기반으로 작동되면서 인증을 위한 다양한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사용이 가능하다보니 사용 상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간편결제의 등장 덕분에 결제의 편의성이 극대화되었다. 철옹성같던 금융업에 비금융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가능해졌고 덕분에 더 편리하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2019년 금융위원회의 오픈뱅킹 API 플랫폼 도입은 핀테크 기업과 은행이 동일한 API 인프라를 공유하도록 했다. 이는 여러 은행 계좌 조회·이체가 하나의 앱에서 가능해지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 덕분에 지금 토스나 카카오페이, 기업은행 앱과 현대카드 앱에서 다른 은행계좌의 잔액과 이체 그리고 증권계좌의 자산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같은 기술혁신에 있어 은행과 핀테크 기업은 때로는 경쟁, 또 때로는 협업하는 경쟁자이자 협력자이다. 그런데, 더 나은 금융 혁신은 결국 기존의 레거시 시스템이 보다 많은 것을 열어주어야 가능한 것이다. 만일 기존 자체 레거시 시스템에만 얽매일 경우 혁신 속도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레거시 시스템 유지비용과 전환 비용 사이의 갈등 속에 있다. 대형 은행이 이미 차세대 또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전환 작업을 일부 진행 중이다. 다만 보수적 운영, 규제 부담, 안정성 요건 등이 전환 속도를 제약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금융의 전산화는 사용자 편의를 넘어 금융 비즈니스 혁신의 기반이 되었다. 과거에는 지점 기반의 대면 중심 영업이 주였지만 전산화된 데이터와 시스템은 비대면 채널, 리스크 관리, 고객 맞춤형 금융 서비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 미래 지향적인 사업 기회를 열었다. 이 흐름은 2026년에도 이어질 것이다. 향후 전산화의 핵심 과제는 모듈화된 시스템 구성, API 중심 아키텍처, 클라우드 전환 및 마이크로서비스화, 데이터 플랫폼 통합 등 여러 기술 혁신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AI의 연계가 될 것이다. 정리하면 그간의 금융 전산화는 “중앙 집중 → 분산화 → API 기반 모듈화 → 클라우드/데이터 중심화”의 흐름으로 요약된다.
▣ 비대면 채널로 본격화된 핀테크
금융의 디지털화로 인해 사용자가 얻은 최대의 가치는 바로 모바일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간편결제이다. 홈뱅킹, 인터넷 뱅킹의 시작은 2000년대부터였지만 실질적으로 사용자들이 체감하는 경험의 변화는 201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모바일에서의 핀테크 서비스는 사용자들에게 금융의 편리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의 대전환을 가져왔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는 은행 지점이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이며, 토스는 국대의 대표적인 핀테크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간편 송금 앱으로 시작해 자산관리, 보험, 신용관리 등 왠만한 금융 서비스를 모두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한 것이 토스이다.
모바일에서의 핀테크 혁신으로 인해 카드없이도 스마트폰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은행과 증권사를 가지 않아도 손 안에서 송금과 투자 그리고 각종 금융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상대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 친구에게 송금을 하고 하나의 앱에서 여러 곳의 은행 계좌와 보험 가입 내역 그리고 투자한 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흩어진 금융 서비스들을 한 곳에서 일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자주 이용하는 쿠팡,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카카오T와 같은 생활 서비스 내에서 결제를 보다 편리하고 알뜰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도 핀테크 혁신 덕분이다. 이들 앱 내에 미리 돈을 충전해두면 할인 혜택은 물론 결제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택시를 내릴 때, 음식 배달을 시킬 때 별도로 카드를 꺼내어 결제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결제하고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 영수증 관리를 편리하게 할 수 있다.
특히 기술적으로 오픈뱅킹 API 도입 덕분에 이들 핀테크사들이 은행 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는 환경이 조성됐다. 예컨대 ‘여윳돈 자동 투자’, ‘계좌 잔액 기반 소비 패턴 분석’, '내 소비에 맞는 카드 추천', '내게 적합한 보험 상품'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그렇게 모이고 개방되면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핀테크가 지향하고 있는 기술적 과제는 크게 초개인화, 실시간 결제 시스템 구축, 선결제 후지불, 소액 신용 결제 확대와 국가간 경계를 넘는 크로스보더 결제이다. 이미 오랜 기간 수집된 금융 관련 데이터 덕분에 AI 이전부터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 고객의 금융 행태를 예측하고 맞춤형 상품 추천·리스크 알림 등이 제공되고 있으며 AI 덕분에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특히 오픈뱅킹으로 인해 더욱 금융 데이터의 활용이 쉬워져 비금융 플랫폼에서 이런 데이터를 기초로 초개인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또한, 다양한 가치 거래를 필요로 하는 앱 내에서 결제가 이루어지면서 더 신속한 결제 즉 즉시결제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향후 실시간 결제 범위가 확대되어 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각 개별 앱에서의 선결제 혹은 후지불과 소액신용 결제도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한국의 BNPL(선결제 후지불) 규모는 43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유입되는 외국인이 증대되고 해외 서비스의 국내 진출도 활발해지면서 다국적 결제, 외환결제, 디지털 통화 기반 결제(스테이블 코인 포함) 역시 중요한 기술적 과제이다.
사실 이미 글로벌 송금 시장은 암호화폐 기반의 혁신이 음지를 넘어 양지로 확대되고 있다. 기존 국제 송금은 여러 중개은행을 거치는 SWIFT 망을 사용해 평균 2~5일이 소요되고 5~1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가 발생했다. 반면, 리플(XRP)이나 스텔라(XLM) 같은 송금 특화 블록체인이나 스테이블 코인 혹은 비트코인 등을 활용하면 수 분 내에 1% 미만의 수수료로 송금이 완료된다. 이는 특히 노동 인력의 해외 송금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파괴적인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덕분에 이미 국내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 같은 소상공인 밀집 상권에서는 암호화폐를 이용해 거래를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보따리 상인이 아닌 일반 외국인 관광객도 자국에서 사용하던 암호화폐 지갑 앱으로 상점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별도의 환전 절차 없이 결제가 즉시 이루어진다. 상인은 결제 대금을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KRT)으로 받거나 즉시 원화로 정산받을 수 있다. 이는 환전 수수료를 없애고 결제 과정을 단순화하여 더 많은 고객층을 유치할 기회를 제공한다. 해외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낼 때도 은행 대신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저렴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주류로 이끄는 것이 페이팔(PayPal)의 “Pay with Crypto” 서비스다. 사용자는 자신의 페이팔 계정에 보유한 암호화폐를 쇼핑 결제 시 즉시 법정화폐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판매자는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 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으며 사용자는 자산 활용의 편의성을 얻는다. 페이팔은 이를 통해 국제 신용카드 결제 대비 수수료를 최대 9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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