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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공대생 Nov 11. 2019

쇼코의 미소

'쇼코의 미소' / 최은영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최은영 작가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 그 안에 들어 있는 7편의 소설들은 다정하다. 그렇다고 마냥 즐겁고 행복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정한 공감과 연대까지 이어지기 위한 씁쓸함과 아픔이 함께 들어있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 같은 소설이다. 쓰지만, 달다.


7편의 소설에서 공통으로 목격되는 요소는 이별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한 이별, 서로의 이기심에 의한 이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이별, 다양한 이별들이 들어 있다. 어떤 이별은 시간이 지나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다시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쇼코의 미소, 씬짜오, 씬짜오), 어떤 이별은 상대를 한없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어도 다시는 만날 수 없기도 하며(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먼 곳에서 온 노래), 어떤 이별은 이미 너무나 사랑하고 있던 사람과 한순간에, 자신의 잘못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인해 영원히 헤어지게 되기도 한다(미카엘라, 비밀). 작가는 이 다양한 이별들을 각각의 소설들에 각각의 방식으로 그려내며 그 속에서 퍼지는 사람과 사람 간의 공감과 유대를 표현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은 역시 '미카엘라'와 '비밀'이었다. 세월호로 인한 이별을 다루고 있는 소설. 이토록 폭력적이고 잔혹한 이별을 '미카엘라'는 한 발짝 밖에서 관조하듯, '비밀'은 이별인 줄 알지 못하는 자의 눈으로 아프게 그린다.


'미카엘라'에는 세례명 미카엘라인 딸과 그의 어머니가 나온다. 미카엘라는 어머니를, 어머니는 지난밤 말동무가 되어 준 노인의 친구를 찾으려 세월호 시위 현장을 돌아다닌다. 그곳에서 미카엘라가 자신의 어머니인 줄 알고 어깨에 손을 얹은 어머니와 꼭 닮은 여인은 세월호 사건에 희생된 학생의 어머니였고 미카엘라의 어머니는 노인의 친구가 자신의 딸과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이제 세상에 없는 미카엘라라는 아이의 할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미카엘라와 그의 어머니가 서로를 찾으며 소설이 끝난다.


소설의 주인공, 미카엘라와 그의 어머니는 세월호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 편하게, 세월호 사건은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여느 집의 모녀와 다를 바 없는 둘의 관계를 차분히 따라간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세월호 사건은 우리를 집어삼킨다. 미카엘라와 함께 세월호 시위 현장에 있는 어머니를 닮은 여인을 만나고 미카엘라의 어머니와 함께 세월호에 희생된 한 아이의 이름이 미카엘라라는 사실을 들으며. 그 순간 세월호 사건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세월호 시위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 중에는 내 어머니와 너무나 닮아 엄마라고 외치며 어깨에 손을 얹을 수밖에 없는 여인이 있을 것이다. 세월호에서 사라진 학생들, 교사들, 또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내 이름과, 내 부모님과 가족의 이름과, 내 자식들의 이름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던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 장면을 통해 세월호 사건밖에 있는 사람들을 세월호 경계 안으로 끌어와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느끼게 만든다. '미카엘라'가 말을 건넨다. 시위 현장에 서 있는 저들만이 아니야. 모두가 세월호 사건의 당사자야. 너도, 나도.


이 소설집의 소설들에서 펼쳐지는 이별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이별할 당시에는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 했던 상대에 대해 시간이 지나며, 자신이 그 시기들을 거쳐가며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이별한 상태에서 다시 만나기란 매우 힘든 법이다. 이제야 상대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했더라도 이미 이별한 상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고 다시 돌아오더라도 이별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만 더 내가 성숙했더라면, 조금만 더 상대의 입장을 생각했더라면,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하지만 그 조금의 성장을 위해서는 너무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겪었던 수많은 이별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내 미숙함으로 인해 벌어진 이별은 무엇일까. 후에 시간이 쌓이고 시야가 넓어져 상대를 공감하게 된다면, 그때 후회하게 될 이별은 어떤 이별일까. 지금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현실 위에 붕 떠서 이상과 행복만을 노래하는 소설집은 아니다.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 씁쓸함 안의 다정함을 찾아내 보여주는 소설집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 같은 소설집이다. 7개의 소설 중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최은영 작가의 다른 책, '내게 무해한 사람'도 반드시 읽어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 책은 또 어떤 맛일까. 더 달콤할지, 더 씁쓸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실망은 하지 않을 듯 하다.


소설 속 한 문장


미카엘라는 여자아이들의 흔한 세례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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