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모습은 언제나 변할 수 있어.
3학년 도덕 3단원 <사랑이 가득한 우리 집> 교과서
<1차시: 다양한 가족>
「다양한 가족」에 나타난 가족의 모습은 어떠한 것이 있었나요?
-다문화, 조손, 한 부모, 입양 가정
다양한 가족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공통점: 서로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
-차이점: 가족 구성원의 수가 다름
그렇다면 (엄마, 아빠, 자녀) 가족은 다양한 가족이 아닌 기본 가족인가?
그런데 보통 이 주제로 수업을 하면
기본 가족 아이들은 '음-우리 집은 저기 해당하지 않지~' 하는 뭔지 모를 우월감과 안도감이 느껴진다.
"우리 집은 A야", "응 나는 C야", "그렇구나", "우와 우리 반은 정말 다양한 가족이 많네!" 이런 분위기가 되길 기대하는 건가.
어느 학년에서도, 심지어 2학년에서도 <가족>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할 때는 절대 이런 분위기가 안된다.
애들도 다 안다.
아이들도 이 주제를 조심스러워한다.
(참 안 바뀐다. 교과서.)
한 아이가 수업 시작부터 고개를 들지 않는다.
미리 펼쳐놓은 교과서를 보고 오늘 수업 내용을 안 것 같다.
내 앞에 앉아있는 24명.
다윤이가 앉은자리는 1분단 왼쪽 두 번째.
왜인지 나도 그쪽으로 고개를 못 돌리겠다.
내 시선은 3분단을 향하지만 계속 다윤이를 보고 있다.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님께서 칠판에 판서하시며 혼자 질문하고 답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수학여행 가면 돈이 들죠? 그때 누구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까?"
"그렇죠. 가장 가난한 학생을 기준으로 수학여행을 고민해야겠죠."
'읭? 무슨.. 소리..?'
선생님께 배운 수학은 하나도 기억 안 나지만, 그 선생님의 말씀은 잊히지가 않는다.
이제. 이제는 그 의미를 알겠다.
'다윤아, 오늘은 선생님이 널 위한 수업을 할 거야.'
"얘들아, 오늘은 교과서 없이 수업할 거야. 넣어도 돼."
"얘들아, 가족 하면 떠오르는 게 뭐니?"
"엄마, 아빠, 나, 동생"
"엄마, 아빠, 누나, 나"
"형제는 달라도 아빠, 엄마는 있어야 가족이라는 생각이 드니?"
"네"/"아니요."
"아니요.라고 한 민철이는 왜 그렇게 생각해?"
"아빠 없이 엄마랑 외할머니랑 사는 친구도 봤어요."
"그렇구나. 민철아, 너는 그 친구 가족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 솔직한 네 생각이 궁금하다."
민철이는 교과서적인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이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음.. 우리 집이랑 다르다?"
"또?"
"뭔가 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머뭇거리던 민철이는 끝내 말하지 않고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민철이의 느낌, 생각이 나는 짐작되었다.
"얘들아, 선생님이 아는 두 가족 이야기를 들려줄게."
"첫 번째 친구는 '도도'라는 친구야. 이 가족은 엄마랑 아빠랑 정말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 그리고 도도를 낳았어. 그런데 도도가 커가면서 엄마, 아빠가 같은 집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을 때보다 시간을 적게 보낼 때 더 사이가 좋고 마음이 편하다는 걸 느꼈어. 그럼 어떻게 해야 돼?"
"같이 있는 시간을 줄여요!/따로 살아요."
"그래도 될까?"
"네 싸우는 것보단 낫잖아요."
다윤이가 고개를 든다.
"그래, 그게 낫겠지? 그래서 도도 엄마, 아빠는 한 집에서 같이 살지 않기로 했어. 대신 엄마, 아빠는 약속을 정했어. 도도는 평일에는 엄마랑 살고, 주말에는 아빠집에서 보내기로 했어. 도도는 주말만 되면 아빠가 도도를 데리러 와. 엄마와 아빠는 같이 점심을 먹고, 도도는 아빠집에서 하룻밤을 잔단다. 아빠랑 게임도 하고, (우와) 빵꾸똥꾸 문구점에 가서 학용품도 많이 사고, (우와) 영화도 보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도도의 엄마, 아빠는 함께 한 집에서 살지는 않지만 도도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단다."
"그리고 얘들아, 우리도 친구랑 친했다가 멀어졌다가 또 친해지기도 하잖아?"
"네"
"도도 엄마랑 아빠도 지금은 떨어져 살지만 같이 지낼 때 서로 마음이 편해진다면 다시 한 집에서 살게 될지도 몰라."
"도도 가족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가족의 모습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단다."
다윤이가 나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친구 이야기를 해줄게.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oLO48FiSnaU
(영상 중간쯤 stop)
"이 친구는 엄마랑 관계가 어때 보여?"
"사이가 좋아 보여요."
"엄마도 아이도 말을 예쁘게 해요."
"엄마가 착해 보여요."
입양 가족 이야기다.
영상을 다 본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입양?
잘은 몰라도 진짜 낳아준 부모님이 아닌 어른들이 키워주는 거 아닌가?
그런데 저렇게 행복해 보인다고?
그런데 엄마가 저렇게 다정하다고?
우리 옆 반은 이혼 가정 아이가 7명이다. 약 1/3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의 다양성은 어제, 오늘의 현상이 아님에도 10년이 지나도록 교과서에는
한 부모가정, 조손가정 등으로 [다양한 가정을 알아봅시다.]를 하며 오히려 다름을 인지 시키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급속도록 가족의 모습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가족'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느낌으로, 짐작으로 현재의 가족 상황을 알아채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에게 어떤 상황인지, 어떤 문제가 있고 그 해결책으로 이렇게 하기로 했다는 설명이 없는 듯하다.
물론 아이들이 어려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런 설명이 없으면 아이는 오해하고 상처를 받는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고, 눈치로 읽은 상황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 수업이 다윤이에게
엄마, 아빠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위안이 되었길 바라본다. 그리고 너는 고개를 숙이지 말라고 그리고 당당히 고개 들게 하고싶었다.
사실..
가족의 형태가 뭐가 중요한가.
남보기 좋은 형태 안에서 서로 싫어하고 싸우며 살면 그건 무슨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