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시간은 근처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한창 등교하는 시간이다.
학교까지 세 번의 신호등, 매번 빨간불에 걸리는 곳이 있는 데 바로 한 초등학교 앞이다.
이 동네 아이들은 대부분은 100m 내 거리에 일렬로 있는 초, 중, 고를 다니는데 첫 시작점이 이 초등학교다.
빨간불동안 내 눈은 이 초등학교를 향한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우르르 지나간다.
그런데 초등학교 정문에서 누군가에게 꾸벅꾸벅 인사를 한다.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가던 아이도
친구들과 몸장난을 하며 가던 아이들도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이도
잃어버린 돈이 있는지 땅만 보며 걷던 아이도
초등학교 정문을 지나면 하나같이 크고 작은 고개의 움직임으로 인사를 하는 사람은 바로
학교배움터지킴이분이다.
저분은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등교할 때도, 하교할 때도 정문에서 아이들을 지켜봐 줬을 것이다.
졸업한 아이들이 중, 고등학생이 되어도 여전히 아침 등굣길에서 두 손을 흔들어주신다.
내가 지금까지 본 아이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그 지킴이분에게 인사를 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내 출근길 비타민이다.
요즘 아이들은 그러하니까
요즘 아이들이기에 모른 척 지나가도
요즘 아이들이라 뭐라 하지도 않을 텐데
요즘 아이들의 인사라 더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아이들답게, 배운 대로 인사하는 모습에서 희망이 느껴진다.
내 12년 학창 시절 학교라는 곳은 참 탁했다.
차별, 폭행이라는 검정 잉크를 풀어헤친 탁한 물 같은.
어른이 되어 다시 돌아온 학교는 맑다.
학창 시절 그 검정 잉크들은 사라졌다.
지난 7월, 그 일이 있고 1년 간 학교는 감사(?)하게도 많은 관심과 염려를 받았다.
교실이 제 기능을 못하는 건 아닐까.
교사가 애들 생활교육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선생님들은 생각보다 간이 크다.
민원받을지언정, 고소당할지언정
잘못된 행동은 야단치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안하거나 못하면 남겨서 공부도 시킨다.
아이들과 우리 사이엔 우리만 아는 그런 게 있는데
아이들이 선생님께 써 주는 편지에는 의외로
"저를 가르쳐주시고, 야단쳐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 많다.
이 쪼그만 아이들도 자신들을 혼내키는 어른들의 진심을 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아서 잘하고 있고,
알아서 잘 가르치고, 잘 배우고 있다.
생각보다 교사들은 자기 반 아이들을 사랑하며
생각보다 아이들은 옳고 그름을 구별할 줄 알고 더 나은 자신이 되길 바라며 자라고 있다.
그러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자신들을 배웅해 준 어른께 꼬박꼬박 인사하는 요즘 아이들로
계속 키울 수 있게 교실을 믿어주면 좋겠다.
설령 모범 교실은 못될지라도
학습, 인성, 사회성, 규칙을 배우는 희망 교실은 쭉 지켜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