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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금한 양파씨 Jan 17. 2020

아프리카, 그 모던함에 대하여

그리고 그 우리가 모르던 화려함

한스 로즐링의 저서 Factfulness (팩트풀니스)는 우리가 저개발 국가에 대해 얼마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개발학을 공부하고 코트디부아르에 살고 있는 나조차도 몇몇 질문에 틀려서 부끄러울 정도였으니. 팩트풀니스는 매일같이 부정적인 뉴스를 미디어에서 접하는 우리들이 얼마나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 그리고 데이터를 통해 세계가 얼마나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양실조로 뼈만 앙상한 아이들로만 기억되는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는 잘 변하지 않는 고정관념이다. "아프리카"란 곧 극빈국으로 인식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아프리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른 "shit hole"이 아니며, 앙골라, 코트디부아르, 이집트 등 여러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중소득국가로 진입했다.

* 세계은행은 중소득국가를 인구당 GNI(Gross National Income) $1,026 ~ $12,475 사이로 분류한다.


이름도 발음하기 힘든 나라, 코트디부아르에 사는 나에게 지인들은 묻는다. "거기는 아주 물가가 싸고, 사람들은 아주 순수하지?" 어느정도 사실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전혀 반대다. 코트디부아르는 물가가 비싸고 자본주의와 돈의 지배를 받고 있다. 매일같이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가게가 입주하며 집주인은 매년 집 값을 올린다. 이번에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왔는데 아비장과 비교하면 한국이 물가가 얼마나 싼지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집 값을 제외하고) 밥을 먹을 때 한 끼에 2만 5천원 이라고 하면 비싼것 같은데 이게 만 2천 세파 짜리 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싸게 느껴졌다. (물론 아비장이 모든게 비싸다고 하는 이유는 내가 "외국인"으로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 곳 코트디부아르 그리고 아프리카가 그저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얼마나 모던하고 발전된 곳인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코트디부아르 그랑베레비의 한 호텔


코트디부아르의 서쪽, 그랑베레비에 위치한 한 리조트호텔인데 1박에 약 20만원 정도이다. 리조트 내에 레스토랑, 바, 해변과 서핑을 하기 위한 여러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분위기는 동남아인데 가격은 아프리카다. 그랑베레비 뿐만 아니라 아비장에도 여러 고급호텔이 있는데 대부분 가격이 1박에 20만원 대 이다.  





아비장 Institute Francais


아비장 쁠라또에 위치한 프랑스 문화원 (Institut Francais) 에 가면 연극과 전시, 포럼 등 문화행사가 열린다. 물론 불어로 해서 완벽하게 이해는 못하지만. 또 아비장에는 Majestic 이라는 영화관이 여러군데 있어서 할리우드와 유럽 영화 뿐만 아니라 몇몇 아랍권과 아프리카 영화도 상영한다. 3D 영화관도 있다. 팝콘이랑 간식을 주어먹으면서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한국에 있는 착각이 든다.





아비장의 여러 레스토랑/바


모던한 레스토랑과 바도 엄청 많다. 먹을 거는 정말 많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레스토랑이 생겨서 그걸 도전해보러 다니는 재미도 쏠쏠한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프랑스의 식민지 였기 때문에 프랑스 식당이 많다. 프랑스에 있는 커다란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겸 베이커리인 Paul 과 Eric Kaiser가 들어와 있다. 구글맵을 보면서 구석구석 보다보면 웬만한 전 세계 먹을거리가 들어와 있다.





아비장의 흔한 마트 Casino


아비장에는 프랑스 마트 체인인 Casino가 들어와 있는데, 여느 한국 마트와 비슷하다. 과일과 채소는 현지 생산된 것들이 많고, 공산품은 대체로 프랑스 수입인 경우가 많다. 가격이 착하진 않지만 유럽에서 사봄직한 대부분의 제품을 구할 수 있다. 회원카드를 만들면 잔돈이 생길때 마다 받지 않고 카드에 저장해 놨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Macory 에 위치한 쇼핑몰 Prima


쇼핑몰도 많다. 상업지역인 Macory 와 Zone 4 지역에 Cap Sud, Prima, 까르푸와 같은 나름의 고급 쇼핑몰들이 밀집되어 있다. 주거지역인 Cocody 근처에도 아비장몰과 Cap Nord, 까르푸가 근처에 있다. 몰 안에 4D 놀이기구며 레스토랑, 요거트 아이스크림 가게, 영화관 등이 즐비하다. 스페인 패션 브랜드인 Mango가 있어서 여름와 겨울 할인을 노려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스포츠브랜드 들이 특히 세일을 많이 하는 편인데, 세일시즌이 되면 아디다스, 퓨마, 나이키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디올 2020 컬렉션에서의 수지 / 옷감 고르기


게다가 코트디부아르는 나름 서아프리카 패션의 중심지인데, "빤유"라고 부르는 옷감을 사서 재봉사에게 디자인을 맡긴다. 디올 2020 S/S 컬렉션에서 수지가 입었던 드레스가 딱! 아프리카 느낌의 드레스다. 여기서 만든 옷을 입고 다른 아프리카 국가를 가면 "이거 코트디부아르 스타일이구나!"하며 알아본다고 한다. 맘에 드는 천 구해서 옷을 만드는게 재미있어서, 한 번 익숙해지면 계속 옷을 만들게 된다. 주변 친구들은 유명 프랑스 브랜드의 옷을 재봉사에게 가져가서 그대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물론 재봉사의 실력과 운에 따라 어떨 땐 정말 멋지게 또는 희안하게 완성된다.






드쁠라또 지역에 위치한 헬스장


헬스장도 여러군데 있는데 그 중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Z Fit/Spa가 있다. 구글맵의 한 리뷰가 이르길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좋은 헬스장"인데, 그 말이 틀리지 않다. 1층에는 스파, 2층에는 근력운동시설, 3층에는 스피닝, 요가, 복싱 등 단체수업을 위한 공간이 있다. 1년 회원가격은 대략 120만원 정도라 상당히 비싼 편인데, 나는 국제기구 직원 할인을 받아서 80만원 정도에 구입했다. 덕분에 나는 일이 끝나면 바로 헬스장으로 가는- 한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건강 생활루틴"을 지키고 있다.






Zone 4 에 위치한 한식당 아리랑


한식당도 여러군데 있어서 뭐든 그리운 한식을 사먹을 수 있다.





오늘은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이 얼마나 모던한 곳인지 소개해 보았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걱정보다 훨씬 더 발전된 곳이다. 코트디부아르 뿐만 아니라 르완다, 앙골라, 보츠와나 등등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처럼 발전의 사다리를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고 있다. 적어도 아비장에서는 우리가 줄곧 유니세프 광고에서 보는 것 같은 가난한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선진국에서 누리는 대부분의 편의시설들이 존재하고, 먹을 것 놀 것도 풍족하다. 파리에서 보았던 브랜드 상점들이 여기에도 있고, 파리의 부와 재화를 소비하는 사람들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아마도, 아비장을 서아프리카의 파리라고 부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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