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아비장에서 제일 가난하게 사는 외국인의 지출
많은 사람들이 놀라겠지만 아프리카는 비싸다. 아주 상상초월로 비싸다. 이곳에서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우리가 선진국에서 이용하는 것에 비해 질이 낮은데 가격은 더 비싸다. 그러므로 내 맘 속에서 지불하는 비용은 실제 지출하는 것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아비장에는 아프리카개발은행의 본부가 위치해 있고, 각종 여러 유엔기구가 있어 외국인들이 많은 지역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물가가 많이 오른 경향이 있는듯 하다. 그리고 모든 공산품은 해외에서 수입되니 당연히 비싸다.
그래서, 오늘은 코트디부아르의 경제수도 아비장에서 얼마나 생활비가 드는지 한 번 이야기 해보려 한다.
먼저 나는 유엔봉사단으로 이곳에 파견되었고 한달에 2,500불 정도를 받는다. 이유는 왜인지 모르지만 매달 아주 조금씩 금액이 차이가 난다. 50불 정도 더 받거나 적게 받을 때도 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다행히 의료보험과 종신보험은 모두 UNDP에서 내주고, 외교관 신분으로서 세금을 떼지 않고 이 돈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다행히 걱정처럼 그리 적은 돈은 아니다. 나는 풍족하게는 아니지만 꽤 편안하게 지내면서 저축도 하고 있다.
먼저 집세로 500불이 나간다. 침실 하나, 거실 하나, 부엌 하나, 화장실 두 개(집 내부에 하나와 외부에 별도로 하나가 있다)인 작은 아파트 이다. 가구가 없는 빈 집이고 가전제품 및 가구는 모두 내가 장만했거나, 다른 한국분들에게서 물려받았다. 초기에 가구 및 전자제품을 사는데 250만원 정도를 썼고, 유엔봉사단의 초기파견지원금으로 충당했다. 가구가 있는 집은 기본 월세가 백만원 정도에서 시작한다.
생활비로 한 달에 850불 정도를 쓴다. 이 안에는 교통비, 식비, 외식비 등을 넉넉하게 포함하는데, 외식을 많이 안하면 천 불 보다 덜 쓸 때가 많다. 참고로 외식비용이 진짜 많이 드는데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면 파스타만 달랑 하나 먹어도 기본적으로 2만원이 나온다. 디저트와 음료를 먹으면 일인당 4만원 정도 쓰게 되고, 와인 등 술 까지 마시면 8~9만원도 나온다. 교통비로 한 달에 150불 정도 쓰는데 매일 아침 저녁 출퇴근 택시비 포함이다. 회사 갈때 편도로 2천원을 쓰니 회사만 왔다 갔다 해도 하루에 4천원을 택시에 쓰는 셈이다. 어딘가 놀러가거가 추가적으로 이동을 하면 하루에 만 원은 아주 우습게 쓴다. 서울에서 살 때 교통비 한달에 12만원 정도 썼는데 더 비싼 셈이다. 주말이면 근처 해변에 놀러가 서핑을 하거나 1박을 할수 있는게 그럼 비용이 상당히 높아진다.
기타 비용으로 수도세(10$), 전기세(45$), 인터넷(50$), 휴대폰(20$), 청소메이드(80$) 등을 합쳐 한 달에 약 150~200불 정도가 나간다. 혼자 사는데다가 낮에는 거의 사무실에 있어서 전기를 많이 쓰는 편이 아닌데도 상당히 전기세가 비싸다. 일전에는 일주일 정도 프랑스에 휴가를 가서 전기세가 많이 줄었으려나 기대했는데 이상하게도 전기세는 매달처럼 동일하게 나왔다. 희안한 일이다. 집에서 쓰는 와이파이로 MTN이라는 회사를 이용하는데 50$을 내면 처음 50기가는 빠른 속도로, 그 이후에는 아주 느린속도로 무제한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근데 느려지면 진짜 속터지게 느리다. 넷플릭스는 아예 이용불가이고 유튜브 정도만 저퀄리티로 좀 끊기면서 재생된다.
그래서 간단히 정리를 해보면
소득 2500 $
- 500 (집세)
- 850 (생활비)
- 150 (기타 지출)
---------------------------------
= 1000 (저축)
이렇게 나는 한달에 대략 천 불 정도가 남아서 저축을 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한달에 3백만원 받고 전세살면서 월세도 안썼지만 지금과 똑같이 백 만원 정도를 저축했다. 쇼핑으로 아주 많은 부분을 낭비했기 때문에... 물론 여기서도 나의 쇼핑은 쉽지 않음에도 별의 별 방법으로 자행되고 있는데, 한국에서 쓰는 것 보다는 확실히 적다. 여기서는 프랑스나 한국에서 온라인 쇼핑을 한 후에 아는 지인을 통해 들여오는 방법을 주로 쓴다. 또는 아비장에 스페인 패션브랜드 망고가 들어와 있어서, 망고 세일 시즌인 8월과 1월에 제법 과소비를 즐길 수 있다.
초창기 아비장에서 정착하던 때에 이것 저것 필요한 것이 많아서 정말 돈을 많이 써야 했는데,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매 달 120만원 정도를 저축하고 있고, 외식이나 레저활동을 덜 해서 생활비가 남으면 그 이상을 저축하고있다. 그래도 가능하면 너무 많이 아끼지 않고 먹고 싶은 건 먹고 살 건 사려고 하고 있다. 어쨌든 한 달 생활비가 1500 정도는 든다는 것인데, 이정도이면 한달 최저월급인 120불을 벌면서 사는 현지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물론 그들의 생활의 라이프스타일은 우리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생활비의 범주도 완전히 다르다.
요비가 "검은 시장"이라고 부르던 현지인 마켓에 가면 저렴하면서도 꽤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다. 알로꼬(튀긴 식용 바나나)와 삶은 계란에 야채 소스를 얹으면 천원 짜리 훌륭한 식사가 된다. 먹으면서도 이게 위생적으로 괜찮으려나 좀 걱정이 되지만 일단 입맛에는 잘 맞는다. 이런 시장에서도 생선튀김이나 치킨 같은 것을 먹으면 돈이 꽤 나온다. 자뚜가 한번은 손바닥 만한 생선튀김을 시켰는데 그게 4천원이라고 했다. 점심에 그래도 천 원 정도를 쓰면 아주 어렵지는 않은 사람들이다.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하나에 2백원인 구운 바나나를 점심으로 벅는다. 아예 점심을 안 먹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집 메이드인 안은 우리가 보통 부르는 "현지인 동네"에서 사는데 2~3평 정도 아주 작은 방에서 두 아이와 함께 사는데 월세가 6만원 정도라고 했다. 약간 도시 슬럼 같은 곳이라 비용이 저렴하긴 하지만 치안와 위생 문제 등으로 인해 현지인 동네에서는 외국인이 사는게 불가능한다. 코트디부아르의 한 달 최저임금이 12만원인데 그 중 절반 정도가 월세로 나간다면 이마저도 싼 집이라고는 할 수 없을 거다. 최저임금만 벌어서는 저축은 고사하고 적자 안내고 살아가기도 힘들거다.
합승택시인 워로워로를 타면 웬만한 거리를 가도 천원 이상 나올 일이 없다. 2~4백원 정도를 내고 탈 수 있는데 다만 청결함과 신속함은 미리 기대를 버려야 한다. 그나마도 합승버스인 바카를 타면 더 싸진다. 물론 그냥 택시를 타는 것 보다 시간이 더 오래걸린다. 주로 생활비를 쓰게되는 월세와 대중교통, 식비는 줄이고자하면 한없이 줄일 수 있다. 약간의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프리카, 이 곳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서의 생활비는 상당히 비싸다. 얼마전 기사에서 아프리카로 출장 온 국회의원이 식비를 많이 썼다고 비판을 받았다는데, 그럴 수 밖에 없다. 아프리카는 무진장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