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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금한 양파씨 Aug 11. 2021

1. 플라스틱이 더 친환경적이라면

바다거북이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


불법 폐기물 더미 속 죽은 바다거북 @아비장 해변


최근 폐기물 문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중국의 쓰레기 금수 조치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통해 한국의 재활용 시스템이 얼마나 생색내기에 불과한지 드러나기도 했었죠. 재활용, 재사용을 장려하고 폐기물 발생을 방지하는 시스템으로 폐기물을 "제로"로 만들자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 (Zero Waste Movement) 등도 온라인 상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일상생활과의 접목이 용이해 이러한 운동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병보다는 재활용이 쉬운 단일소재의 유리병이나 종이류의 사용을 권고하곤 합니다.

그럼 우리 모두 플라스틱병의 사용을 줄이면 더 이상 바다가 쓰레기로 고통받지 않을까요? 비닐봉지 대신 종이 가방을 쓰면 비닐봉지에 갇혀 죽는 물고기나 해양생물도 더 이상 없을까요? 모든 플라스틱 용기를 유리병으로 대체하면, 환경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요?



비닐봉지 vs. 종이가방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비닐봉지를 예로 들어보려 합니다. 종이가방 제조에는 비닐봉지보다 4배 더 많은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한 번 종이가방을 사면 적어도 3번은 더 사용해야 비닐봉지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한 셈입니다.원재료도 문제입니다. 비닐봉지는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로 만들어지지만, 종이가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숲의 나무를 베어내야만 하죠. 제지산업은 아주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입니다. 종이 1kg 생산을 하는데 3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제조과정에 유해한 화학물질도 훨씬 많이 사용됩니다. 같은 양의 비닐봉지를 생산하는 데는 1kg의 이산화탄소만 배출되는데 말이죠. 게다가 종이가방은 비닐봉지보다 훨씬 무거워서 운송에 더 많은 화석연료가 사용됩니다. 종이가방의 특성상 재활용되는 비율도 아주 적어서 대부분 매립지에서 생을 마감하면 분해가 되며 메탄을 발생합니다. 심지어 재활용 종이더라도 비닐봉지보다 (거의 비슷하기는 해도) 더 큰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면으로 만든 에코백은 어떨까요? 에코백은 최소 131번을 사용해야 비닐봉지 한 번 쓰는 수준의 에너지로 떨어지는데요. 이는 면직물을 만드는데 워낙 많은 에너지와 화학비료가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참고자료)

Comparison of Environmental Impact of Plastic, Paper and Cloth Bags (niassembly.gov.uk)

Plastic or paper: Which bag is greener? - BBC News



플라스틱 용기 vs. 유리병

플라스틱병과 유리병 논란도 빼놓을 수 없죠. 언뜻 보면 무한대로 재활용될 수 있는 유리병이 훨씬 친환경적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무게죠. 같은 용량의 용기의 경우, 유리가 플라스틱보다 무려 40배나 더 무겁습니다. 원자재에서 중간재, 완성재가 되기까지 여러 운송과정을 거치면서 화석연료를 듬뿍 사용하게 되죠. 

물론 온실가스의 발생량의 관점을 떠나, 재활용의 관점에서 보면 유리의 재활용률이 플라스틱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자원을 재사용한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전제는 바로, "재활용이 된다면" 말입니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빈병 재활용률이 84% 정도로, 98%에 이르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참고자료)

Glass vs. Plastic – What's the more climate-friendly packaging material? - Ecochain

소주병 100원·맥주병 130원… 빈 병 반환 보증금 오르자 회수율도 2배 껑충 - 조선일보 (chosun.com)





진짜 문제는 시스템의 부재

폐기물 문제만 놓고 보면 플라스틱은 정말 대단한 악당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무조건 나쁘고, 유리는 무조건 좋다는 흑과 백의 이분법적인 관점으로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바다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연 우리가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일까요? 물론 플라스틱 사용이 여러 원인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용기를 사용하더라도 결국 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자연은 쓰레기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왜 불법 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관리의 사각지대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이들을 합법적 처리 시스템으로 유인하기 위한 동기는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잘 운영되는 국가인가 아닌가에 따라 용기 사용에 차별화를 둘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 국가에서는 유리병을, 잘 되는 국가에서는 플라스틱 병을 사용하는 것이 더 이로울 수도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워낙 낮고, 재활용 플라스틱의 질도 낮아서 문제가 되고 있죠. 최근 투명 페트병만 별도 분리하도록 정책이 변경되면서 이러한 오명도 개선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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