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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투왈 Oct 01. 2024

삶의 여백

테오에게

사람을 바보처럼 노려보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그 위에 무엇이든 그려야 한다.
많은 화가들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무한하게 비어 있는 여백을 우리 앞으로 돌려놓는다.  그것도 영원히 텅 빈 캔버스 위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그러나 삶이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확신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난관에 맞서고, 일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간단히 말해, 그는 저항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1884년 10월

고흐   

   





고흐가 보낸 편지들을 테오의 아내가 책으로 출간한 내용의 일부이다.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골라 문장을 만들어 보았다.

"텅 빈 캔버스는 여백이다.
내 삶도 비어있는 캔버스와 같다.
나는 오늘도 셀레는 맘으로 내 삶의 캔버스가 채워지길 바란다.
인생은 예술이다."

 


오늘은  어머니가 계신 요양원 가는 날이다. 면회를 마치면 아내와 같이 작은 서점이나 북카페를 찾아가곤 한다. 마치 옛날 잡지를 사면 따라오는 별책부록 같은 느낌이다.. 어떨 땐 별책 부록을 갖고 싶어서 잡지를 구입하기도 했고 막상 구입한 후에 별 신통치 않아 실망하기도 했었다.  오늘은 예전부터 찜 해 두었던 '책가옥'이라는 북카페에 가기로 했다.  어쨌거나 젊었을 땐 서로 바빠서 하지 못했던  데이트를 매주 하게 되었다.  별책 부록처럼 좋을 때도 있고 신통치 않을 때도 있지만 이젠 엊그제 만난 금슬 좋은 기호, 미경이 부부가 부럽지는 않다. 

나는 오늘도 셀레는 맘으로 내 삶의 캔버스가 채워지길 바란다.


The Painter on the Road to Tarascon

Vincent van Gogh

1888

2차 대전 독일의 공습으로 소실됨



타라스콩으로 가는 화가, 고흐의 자화상으로 불리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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