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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투왈 Oct 09. 2024

당신의 나이는 몇 살인가요?

'Mardi Mercredi'


사람에도 색깔이 있을까? 있다면 그는 어떤 색깔일까? 그린 아니면 코발트블루? 그래 아마 이 색일 거야! 그는 바닐라 스카이 같은 친구다.





모네 <아르장퇴유의 센 강> 1872

바닐라 스카이라고도 불리는 모네의 작품이다. 바닐라 스카이는 아름다운 일출의 하늘이라고도 하고 흔히 볼 순 없지만 오후 2시경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을 말한다고도 한다. 아마도 모네의 하늘색이 바닐라 스카이색이라서 이렇게 불리는 것 같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서 가끔 전화로 수다를 떤다. 30분 이상 전화수다가 되는 몇 안 되는 친구다. 지루할 새가 없다. 직압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교수인 탓도 있는 것 같다. 그는 동네 문화센터에서 일본어를 배운다. "일본어 배워두면 괜찮을 거 같아, 너도 한 번 해봐 “ "아니 난 프랑스어 배울래" "그래 그럼 내가 수강스케줄 보내줄게" "고마워" 그런데 내가 찾는 초보강의는 없었다. 몇 달을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왕초보 프랑스어' 강의를 찾았다. 전에 초보강의는 있었지만 왕초보는 이번이 처음인 듯했다. 주저 없이 등록했다.  




처음 몇 일간은 따라갈 만했다. 영어로 치면 알파벳 위주로 배웠을 때였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갑자기 어려워지고 수강생들이 차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다. 확실히 이 사람들은 결코 왕초보가 아닌 자들이다. 심지어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까지 있다. 하필 왜 이런 사람이 이 과정에 와서 듣는 것일까?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수업방식도 처음 예상과는 달랐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다. 선생님이 계속 질문을 한다. 수강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순차적으로 물어본다. 가끔 자발적인 대답을 요구하기도 한다. 오늘도 예외 없이 질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나이를 물어보는 것 같다. 앞에 있는 한 여성이 대답했다. "37살! 저랑 똑같아요!"






프랑스인 선생님은 한국말도 조금 할 줄 안다. 점차 내 차례가가 다가온다. 내 진짜 나이를 말해야 할지, 아닐지 고민했다. 김미경 TV에서 자기 실제 나이에서 15살 뺀 나이처럼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럼 몇 살이지? 하필 수업시간이 이런 걸 다 시킬게 뭐람. 허둥지둥 일단 내 나이를 찾아봤다. 다른 걸 생각할 시간도 여유가 없다. 5는 썅끄 7은 셋트다. "에투왈!" 내 이름을 부른다. "줴 썅크 셋트" 정확한 발음을 몰라 대충 얼버무렸다. 선생님 귀에 잘 안 들렸을 것이다. "다시 해 보세요." "쌍크 썅크?" 네 "줴 쌍크 쌍크" (입니다.) 내 나이는 졸지에 55세가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 이태원에 갔다. 'Mardi Mercredi', 반가운 글자가 눈에 띄었다. 마침 오늘 수업에서 배운 글자임이 확실하다. 그런데 무슨 뜻인지 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찾아봤다. Mardi는 화요일 Mercredi 수요일. 싱겁긴 화요일과 수요일이라! 이걸 불어로 써 놓으니 왠지 그럴 듯 해 보이는 이유가 뭘까? 이유야 어쨌든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였다. 검색해 보니 한국 브랜드고 해외에서도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마르디, 메커디' 브랜드 덕분에 이 글자는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은 바닐라 스카이 같이 아름답게 보였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나이를 물어보면 당황스럽다.
당신의 나이는 몇 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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