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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초하 Sep 11. 2023

경력직 이직러의 나머지 공부 시간

10년 차 직장인의 나머지 공부 이야기

 요즘 퇴근 후 주 1회 정도 자체적으로 나머지 업무를 하고 있다. 야근 신청은 따로 하지 않고, 내가 야근하는걸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 은밀히 하는 나머지 공부다. 예전에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학원에 남아서 나머지 공부하는 것처럼, 업무 시간에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한 업무를 퇴근 후 각 잡고 붙잡는 시간이다.


 첫 나머지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여기저기 자료도 보면서 고민하고 생각해서 만들어야 할 작업이 하나 있었는데, 도저히 업무시간에 이 일까지는 다 소화하지 못할 것 같더라. 그래서 아무도 날 방해하지 않는 심야시간에 혼자 각 잡고 시도해 봤었다. 퇴근 이후 업무하는 게 너무 짜증 나기만 했고, 다시 노트북 뚜껑을 여는 것도 너무 싫어서 스트레스만 받았는데, 그래도 대충 마무리하고 나니 꽤 마음이 홀가분했고 다음날 출근하는 것에도 부담이 한결 덜했다. (묵혀왔던 찜찜한 숙제를 해결했다는 기쁨에!)

그땐 이 나머지 공부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그 이후에도 날 괴롭히는 골치 아픈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었다. 업무시간에 소화하면 제일 베스트인데, 아직 내 능력이 부족한지 실무를 쳐내며 고민을 요하는 업무를 동시에 소화하는 게 어렵다. 그래서 한 번씩 나머지 공부를 시도했던 게, 어찌하다 보니 매주 목요일마다 고정적으로 나머지 업무를 하는 꼴이 됐다. 그래도 목요일에 나머지 공부하고, 금요일 덜 찜찜한 상태에서 출근하면 꽤나 상쾌한 상태로 주말을 맞이하게 된다. 목요일이 나머지 공부날로 지정하기 괜찮은 요일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하면서 뭔가 찜찜한 업무가 하나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아 운동하고 와서 자기 전에 한 시간만 봐보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오늘도 퇴근하고, 저녁 먹고, 짧게 운동하고, 집에 와서 평소에 일하는 책상이 아닌 바닥에 놓아둔 작은 책상에 노트북을 두고 앉아 나만의 나머지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마무리하기까지 1시간 반정도 소요되었는데, 엑셀에 작업된 나의 나머지 공부 결과물을 보니 꽤 뿌듯하다! 물론 내일 어떤 피드백을 받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일 아침 조금은 덜 찜찜한 기분으로 출근할 수 있겠지!


 당분간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나머지 공부 시간을 가질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다. 그래도 내가 회사 생활 10년 차 직장인인데, 일과시간에 업무를 다 소화하지 못해 야심한 시각에 혼자 나머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별로 들키고 싶지 않다^.^ 어서 나의 능력치가 업그레이드되어 이 나머지 공부도 빨리 졸업하면 좋겠다! 퇴근 후 업무 짜증 나지만, 나의 심리적 불안을 경감시켜 준단 측면에서는 나름 할만하다.


이직한 지 4개월 지났을 즈음 쓴 일기입니다.


이직한 지 거의 10개월 정도 된 지금,

이 나머지 공부는 졸업했습니다.


학사과정을 완벽히 밟아 졸업한 건 당연히 아니고요. 열정 부족에 의한 자체 졸업입니다 ^.^ 나머지 공부도 열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네요. 지금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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