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초하 Sep 16. 2023

재택근무 라이프, 카페에서 일해볼까?

10년 차 직장인의 이직 이야기

내가 이직한 회사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5일 내내 집에서 일을 한다. 코로나로 처음 재택근무를 했을 때는 마냥 즐겁기만 했었는데, 요즘에는 재택근무가 장점만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집에서 내내 일하니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분명히 있다.


오늘은 오후에 일하는 도중에 처음으로 집 근처 카페에 나가보았다. 사실 지난주에 전 직장 동료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이전 회사가 있던 곳 근처 카페에서 반나절 일을 했었는데 이게 꽤나 괜찮았었다. 장소만 살짝 바꿔봤을 뿐인데, 똑같은 일을 해도 제법 리프레쉬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긋지긋한 월요일은 죽지도 않고 또 찾아오고... 이놈의 월요병을 어떻게 고쳐야 하나 고민하다 오늘은 전주의 경험을 되살려 집 근처 카페에 나가 본 것이었다.


사진은 본문과는 상관없는 주말의 어느 날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시키고, 중앙 긴 테이블의 한 자리를 차지해서 일을 하는데 초반에는 역시나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너무 일하기 싫다는 마음만 가득할 뿐... 주말 내내 머리를 리셋시켜 뒀기 때문에, 월요일인 오늘 도대체 뭐부터 일을 해야 할지 캄캄했다. 시간이 갈수록 업무 로딩 속도가 더뎌지는 것 같다. 근데 이 무한 로딩도 회사는 허락해주지 않아서, 하나씩 오는 업무 dm과 멘션들을 챙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업무로 로그인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새 5시여서, 샌드위치도 하나 야무지게 사 먹었다.


대강 업무를 마무리하고 시계를 보니 6시가 되어있었다. 오늘 하고자 했던 최소한의 업무는 마무리한 상황이었고, 솔직히 다른 일을 더 챙기고자 한다면 충분히 더 많은 일을 끌어와서 할 수 있었지만 늘 그렇듯... 퇴근하고 싶었다. 강렬하게 더욱더! 그럼 오늘은 6시에 이만 퇴근해 볼까? 하고 컴퓨터를 살살 정리하였다.


희한하게 집에서 일을 하게 되면 6시고 7시고 개의치 않고 업무를 붙잡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퇴근을 하더라도 업무의 잔해가 내 머릿속에 진드기마냥 계속 남아서, 저녁을 먹을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샤워를 할 때도 계속 둥둥 떠다니게 된다.


근데 장소를 살짝 바꿔 카페에서 일했을 뿐인데, 6시가 지나니 이만 퇴근해야겠단 생각이 들고, 노트북 뚜껑을 닫는 순간 업무 off도 동시에 이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퇴근하고 집에 가볼까? 전 직장에서 출퇴근하던 시절, 퇴근하자마자 서둘러 집에 갔던 그 기억이 되살아났다.


퇴근하고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 기분이 좋았다. 확실히 오늘은 퇴근과 함께 업무도 off 되고 일과 내 생활에 경계가 생긴 기분이었다.


집에 와서 밥 먹고 집 근처 헬스장 나가서 운동도 야무지게 했다. 소소하게 걷기 운동만 했지만 뭔가 나 자신을 살뜰히 잘 챙긴 기분이었다. 오늘 하루 집에서 일하기 싫어 그냥 카페로 나갔을 뿐인데, 꽤나 만족스러운 하루로 지나갔다. 그간 날 그토록 괴롭혔던 월요병도 한결 수월히 보낼 수 있었다. 앞으로 월요일마다 카페에 가서 일을 해볼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카페에서 일하는 것도 미팅이 없을 때나 가능하지, 내일은 미팅만 6개가 있어서 카페는커녕 방구석에 갇혀 내리 화상 회의만 하다가 끝나게 생겼다. 그래도 미팅 하나씩 끝내다 보면 퇴근시간이 되어있겠지... 이렇게 하루살이마냥 버티고 있는 요즘이다. 하루하루 이렇게 버티다 보면 나도 점점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오늘도 고생한 나 자신! 수고했다!


올봄에 썼던 일기입니다.

사실 이 날 이후, 일하러 카페에 간 날이 한 달에 한 번 될까 말까 했던 것 같아요. 미팅도 많을뿐더러, 그간 카페까지 갈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지도 못했어요. 카페에 가는 것도, 마음이 여유로울 때나 가능한 것 같아요.


이전 06화 경력직 이직러의 나머지 공부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