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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초하 Sep 24. 2023

이직 불안감 뽀개기 프로젝트

10년 차 직장인의 이직 불안감 퇴치법

내가 유독 취약한 것이 2개가 있다.


✔️낯선 곳에 적응하기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이직은…

이 2가지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끝판왕이었다….


내가 유독 월요일이 힘들었던 이유도 생각해 보니, 한주의 중반을 지나면 어느 정도 이 낯선 환경과 변화에 약간 적응이 되지만… 주말이 지나며 모든 게 리셋되기 때문에, 월요일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낯선 환경,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스트레스는 불안감으로 다가와서, 이직 후 3~4개월쯤 되었을 때는 유독 기분도 안 좋고 자존감도 덩달아 낮아지는 악순환을 겪었었다. 이 원인 모를 불안감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시기였다. 여느 때와 같이 이유 없는 불안감을 애써 외면하며 출근했던 평일 점심시간, 밥 먹으며 볼만한 밥 친구 유튜브를 검색하고 있던 찰나 내 피드에 우연히 한 심리학과 교수님의 불안과 관련된 영상이 추천되었다. 45분 정도 되는 굉장히 긴 영상이었는데, 제목에 홀려 재생 버튼을 눌렀고. 밥 먹는 내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완전 내 이야기잖아?! 그리고 이 영상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불안한 시대에서는
작고 만만한 걸로 쪼개서
하나씩 조지세요

불안감이 큰 사람이 “대”자 들어가는 행위를 하면 더 막막해지기 때문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대청소, 대행진, 대회의…. 대신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서 하나씩 “조지면” 내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어느 정도 완화가 된다는 메시지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직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TO DO LIST를 전혀 쓰지 않고 있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재택근무고, 모든 회의를 화상으로 하게 되면서 다이어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다이어리를 쓰는 빈도가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매일의 할 일을 작성하는 TO DO LIST도 어느 순간부터 전혀 작성하지 않고 있었다. (예전 직장에서는 다이어리를 항상 들고 다니며 TO DO LIST를 매일같이 썼었다.) 오늘 할 일을 리스트업 하지 않은 상태로 출근을 하다 보니, 출근하면 “오늘은 뭘 해야 했더라?”라며 멍-하는 시간이 많았고, 이 불확실성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 유튜브를 보자마자, 나는 그날 퇴근 후 잠들어있던 다이어리를 펴서 TO DO LIST를 작성했다. 오늘 못했던 잔업이 무엇이 있었는지 떠올리고, 내일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서 리스트업 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다꾸는 포기했다.


이렇게 다음 날 할 일을 정리하고 침대에 누우니, 알 수 없는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당장 내일 출근해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정리가 되니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경감된 것이다!


다음 날 출근하여 다이어리를 보고, TO DO LIST를 확인하며 하나씩 업무를 클리어했다. 수행한 업무는 체크와 밑줄로 지워나갔다. 아주 작은 단위로 적어둔 업무 리스트였기 때문에, 밑줄로 지워나가는 횟수도 많았다. 밑줄을 하나씩 그을 때마다 성취감도 조금씩 올라왔다. 퇴근 즈음 알 수 없는 찜찜함이 또 올라올 때, 내 다이어리를 보았다. 모든 TO DO LIST가 지워져 있었고, “난 오늘 목표로 한 일을 다 했다”라는 걸 시각적으로 확인하니 스멀스멀 올라왔던 불안감의 정도가 낮아졌다. 와 이거 효과 너무 좋은데, 나 그동안 왜 다이어리를 안 썼던 거지?!


그 후로 이틀정도 다이어리에 할 일을 정리하면서 나의 불안감을 조절할 수 있었다. TO DO LIST를 쓸 때 가장 중점으로 둔 것은 “아주 아주 작은 나노 단위로 업무 쓰기”였다. 예를 들어 5월 마케팅 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치면, “5월 마케팅 플랜 세우기”라고 큰 단위로 쓰는 게 아니라


✔️땡땡님에게 A아젠다에 대해 확인해 보기

✔️타사 레퍼런스 체크하기

✔️스킴 시뮬레이션 하기

✔️팀장님 컨펌받기


등으로 아주 세세하게 작성하였다. 그리고 이걸 클리어할 때마다 밑줄을 치며 하나씩 조졌다!


이렇게 나노 단위로 할 일쓰기에 집중하는 와중에 내 머릿속을 스치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바로 MBC 이재은 아나운서였다.


개인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심


이재은 아나운서는 MBC 아나운서국이 운영하는 유튜브 뉴스 안 하니 때부터 열심히 봤으니 그녀의 일상을 흠모? 한지도 3년 정도 된 것 같다. 뉴스데스크 앵커로 있으며 매일 공부하고 노력하는... 정말 갓생으로 유명한 아나운서였다.


근데 어느 순간 그녀의 유튜브를 안 보게 되었다. 왜냐면 그녀가 너~무 열심히 사는 게 나랑 안 맞아서, 저렇게 열심히 살 자신도 없고 저렇게 살고자 하는 니즈도 없었다. 특히 하루를 30분 단위로 쪼개 스케쥴링하며 시간을 보내고, 이를 주제로 책까지 낸 것을 보며 점점 기 빨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재은 아나운서가 쓴 에세이의 제목은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마법"이었는데, 이 책 출판 당시 서점에서 보자마자 내가 했던 말이 생생히 기억난다.


"아우 하루를 굳이 48시간으로까지 살아야 해?"

그. 런. 데...

내가 그 책을 이번에 샀다. 뒷북으로...!


작은 걸 나노단위로 쪼개서 업무정리하는 걸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30분 단위로 스케줄링을 하던 이재은 아나운서의 일상이 떠올랐다. 30분 단위로 스케줄을 세우면 더 작은 수준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바로 이재은 아나운서의 다이어리 정리 영상을 유튜브에 검색했다. 그리고 영상으로도 성에 안 차서 책까지 사서 순식간에 읽었다.


밑져야 본전!

집에 굴러다니던 노트를 꺼내서 30분 단위로 시간을 작성하고 할 일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고정된 업무를 쓰고 (회의, 점심시간 등)

✔️빈 시간에는 해야 할 일들을 채워 넣었다.


30분 안에 소화해야 하는 업무였기 때문에 저절로 작은 수준의 업무를 쓰게 되었다.


주로 나는 퇴근 후 운동 다녀와서 자기 전에 다음날 일정을 스케줄링했는데, 일단 이렇게 쓰니까 바로 얻게 된 순기능이 있었다.


1. 스케줄링만 해도 갓생 사는 느낌이 든다.

2. 내일에 대한 불안감이 덜하다. (다음날 아침 9시부터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계획이 있기 때문에)

3. 스케쥴링을 보며 업무를 하니 정신 차리고 일할 수 있다 (그전에는 무슨 정신으로 일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일하다 퇴근했고, 그래서 늘 찜찜했음)


생각보다 효과가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요즘 이 30분 단위 스케쥴링에 굉장히 재미 들린 상태다. 이재은 아나운서가 만년필 쓰길래 나도 잘 안 쓰던 라미 만년필 세척해서 새 카트리지도 끼웠다! 만년필 사각사각 소리 너무 좋아서, 스케쥴링 노트 쓰는 재미가 한층 더해졌다. 이걸 왜 여태 안 썼지?


스케쥴링에 재미들린 사람


이직 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스트레스 받는다면?

성격이 매우 예민하다면?

변화에 취약한 성격이라면?


30분 단위 스케쥴링을 추천한다. 나의 업무를 아주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서 하나씩 하나씩 조져보길!

클리어할 때마다 성취감이 들고, 갓생 사는 기분까지 느껴져서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 같은 효과도 얻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올해 4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5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저는 매일 30분 단위 스케쥴링 노트를 쓰고 있어요.


이제는 제 업무 루틴이 되어, 아침에 출근하자마나 잠깐이라도 짬 내서 스케쥴링을 작성하고 하루 업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서 스케쥴링을 작성하지 못한 날에는 하루종일 더 멍한 상태로 어리바리하게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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