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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요정 김혜준 Jan 06. 2022

겨울 선물. 슈톨렌과 김치 그리고 커피.

얼마나 그리웠던 맛인지



7-8여 년간 크리스마스에 대략 20-25종의 슈톨렌을 기록하고 따로 35개-40개의 슈톨렌을 구매하여 회사 클라이언트와 거래업체에 연말 선물로 보내곤 한다. 250-300만 원 정도를 소비하는 셈. 이러려고 1년을 열심히 일해 돈을 번다.


전공이 프랑스 제과이다 보니 돈을 벌어 다시 이쪽 산업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꼭 지키는 편.


그와 더불어 3-4년 전부터 그 사람과 일터에 슈톨렌을 3-4 종을 추려서 보낸다. 딱 1년에 한 번 크게 챙겨서 보내는 시기이다. 그러면 항상 자기가 꼽은 슈톨렌 1,2,3위를 꼭 알려 주는데 그게 또 내게는 색다른 어워드라 매번 기대가 된다.


작년의 No.1은 뺑드 에코와 우스블랑

올해는 아로니아가 들어간 오월의 종이었다.


그가 하는 것처럼 두구두구두구 이모티를 막 써줘야 하는데-


일터가 두 곳이다 보니 이번에는 나눠서 보냈다.

꼼다와 오월의 종, 프릳츠

우스블랑, 세드라를 보냈다.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챙겨서 같이 보낼게.”라고 물으니

김이랑 김치가 너무 먹고 싶다고 단번에 대답을 하길래

바다숲에 바로 주문을 했다.

둘 다 좋아하는  브랜드라  이곳에서 조미김을 구입한다.




한국의 전통 과자(?)가 궁금하대서 제주 밀푀유인 과즐을 챙겼다.




프릳츠 슈톨렌을 대량 구매한 터라 튼튼하고 이쁜 박스를

재활용해서 보냈다. 누가 보면 내 회사인 줄.




6.3kg의 김치는 따로 보냈다.

작년에 EMS 비행기 내에서 김치 화물 사고가 있어서 받아 주지 않는단다. 사설 기관을 통해서 비용을 비행기표만큼 들어 보내고 말았다. 진짜 뭐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좀처럼 꺼내는 사람이 아닌데 단번에 김치 노래 부르며 그리워하길래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몇 년 간 핸드캐리로 좋은 김치란 김치, 화해당 간장게장 다 들고 나른 내가 잘못한 거지. 입을 배려놨으니 내가 책임져야지 뭐. 엄마 고춧가루도 챙겨 먹던 입맛이라 어쩔 수 없다.




ssg에서 눈에 들어와 산 내가 좋아하는 오란다도 한 판.




김치가 잘 도착했다.

정관스님 김치, 오월의 종 형님 처갓집 전라도 김치,

내가 먹고 너무 맛있어서 한 포기 받은 귀한 김치까지

다양하게 보냈더니 꽤나 만족하는 눈치.


진짜 12월 한 달이 내겐 5년 치 일거리가 떨어졌던 시기라

너무 힘들었는데 그 사이사이 짬을 내서 김치 모으고

시간 맞춰 보내고 어찌어찌한다고 고생을 좀 했다.




유난스레 그와 사이좋은 엄마는 융 파자마를 만들어서 따로 챙겨 주셨다. 요즘 그 사람은 코로나 시기를 잘 활용해 뒤늦게 하고 싶어 하던 대학원 공부 막바지 시기를 보내고 있다. 따로 영어로 번역해 알려주니 omma에게 늘 일본 아들이 엄마 건강을 걱정한다고 전해 주라고 한다. 나한테나 좀 더 신경 써주면 좋겠능뒈에…



이렇게 보낸 선물들이 딱 12월 23일에 도착을 했더랬다.

마침 눈이 오길래 나도 기분 좋은 선물을 한 만족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었다.



그러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12월 마지막 날에 그 사람의 손글씨와 업장에서 직접 만든 슈톨렌이 집으로 도착했다. 어찌나 내겐 귀한 선물인지. 엄청 감동했었는데.




1월 5일 아침에 집으로 또 한가득 선물이 도착했다.


“이건 또 뭐야?”라고 물으니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선물을 챙겨서 보낸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편히 즐겨 주라고.


오다닐때도 늘 자상하게 챙겨주던 사람들인데

이렇게 커피와 슈톨렌들을 챙겨 보내주다니.

고맙고 다정한 사람들.


그래서 프릳츠 식구들과 나눠 먹었다.

정말 좋아하고 그리웠던 슈톨렌이라 더더욱 내겐 새해 큰 에너지가 되어 준 선물이다. 푸글렌을 병기가 내려주면서 둘 다 이게 얼마 만에 푸글렌 커피냐며 감탄하며 즐겼다. 내가 내려 마시는 것보다는 같이 나눠 마셔야 그 의미와 소중함이 제대로 퍼져나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바쁜 병기를 괴롭혔다.




고마운데 마음만큼 잘 표현을 못한다.

기껏 이렇게 기록이라고 남겨두고 나중에 보여 줘야지 맘먹는 INFJ입니다.


얼른 얼굴 보며 만나서 인사 나누며 그동안의 안부를, 그리움을 전하고 싶구나. 올해는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손글씨의 메모와 이 소중한 선물들이 내겐 더할 나위 없는 새해 가장 든든한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너무 행복한 시작이다.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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