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 눈으로 대화하던 그날의 기억

by 이혜미인

한 번은 누군가의 사역을 취재하기 위해 그가 사역하는 현장을 방문했다. 그곳은 교도소였다. 태어나서 처음, 교도소에 출입했다. 교도소 앞에서부터 좀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내가 갈 곳은 여자 교도소, 예배당이었다.


교도소에 출입하기 위해 꽤 많은 관문을 거쳐야 했다. 신분증 제출은 물론이거니와 거대한 철장 문을 몇 개를 지났는지 셀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제일 꼭대기 층에 다다랐다. 밖에서 잠겨진 자물쇠 틈새로 찬양 소리가 새어 나왔다. 영화 <하모니>가 떠올랐다.


교도소에 들어가면서 주의를 받은 게 있었다. 어떤 물품도 서로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눈빛은 예외였던 것 같다. 내가 주의를 벗어났거나.




내부는 따뜻했다. 어려 보이는 사람, 흰머리가 많아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사람, 가끔씩 들춰지는 소매 안으로 화려한 문신이 보이는 사람, 한 없이 땅만 보는 사람, 이미 눈물을 한 가득 머금고 있는 사람, 내가 뭐 잘못했나 싶게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 굉장히 많은 모습들이 내 시선에 담겼다.


그리고 눈으로 대화를 나눈 것 같은 사람이 있었다.


다양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소통하는 게 쉬운 상황은 아니었기에 나는 줄곧 설교자가 있는 단상을 바라보았고 이따금 질문하는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게 전부였다. 당일은 세례를 받는 날이었다. 세례 받을 사람들이 단상 앞에 서기 시작했고 목회자는 그들을 향해 세례를 베풀었다. 그들은 돌아 서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때였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게.


나는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전달됐는지 알 순 없지만 나는 내 마음을 눈에 담았다. 그런데 그녀가 나를 향해 보내는 눈빛은 "고마워요."가 아니었다. 대화의 형식상 "축하해요." 다음은 "고마워요."였는데 그녀가 나에게 보낸 눈빛은 "네가 뭘 알아?"였다. 순간 나는 당황했지만 나도 모르게 의아하면서도 불쾌한 마음을 눈빛에 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누그러지는 그녀의 눈빛은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 찰나의 눈빛을 받자 나는 그녀를 바라볼 수 없었다. 다 알 순 없지만 순간 그녀가 느낀 감정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화를 소리 내서 주고받을 수 없을 때 우리는 눈빛을 보낸다. 말로 전달할 수 있는 구체적인 표현을 할 순 없지만 감정선의 느낌은 충분히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은 입보다 정직하다. 그래서 유독 눈빛이 살아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대화를 나눌 때도 눈을 보며 대화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다. 여담으로, 눈으로 이야기하는 8할은 눈썹이 대신하는 듯 보인다. 눈동자는 2할이면 충분하다.




그녀는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맨 뒷좌석에 앉은 그녀를 바라보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뒤를 돌아봤을 때 자꾸 눈이 마주친 걸로 보아, 우리의 대화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에게 다가갈 수도, 말을 걸 수도 없었다. 우린 그렇게 마지막까지 멀리서 눈으로 인사했고 배웅했다. 그리고 그녀의 안녕을 빌었다.


그 기억 덕에 눈의 대화를 믿게 됐다. 눈의 힘을 알게 됐다. 말로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아도, 제스처를 사용하지 않아도, 우린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했다. 어쩌면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눈이 그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