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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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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이 작가 Jan 25. 2021

드디어 방 빼는 거니?

13시간의 진통

2020년 3월 7일, 너를 만나기 위한 진통이 시작되었다.



임신 37주 이후부터는 아기가 언제 나와도 되기 때문에 늘 준비를 해야 한다. 허나 난, 40주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2020년 3월 5일이 예정일이었지만, 혹시나 2월 29일 윤달에 태어나는 걸 피하기 위해 그때까진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3월이 시작되자마자 매일 짐볼을 타고, 쪼그려 앉아서 걸레질 하기와 뒷 산에 오르내리며 자연진통이 걸리기만을 바랐지만 출산 예정일이 되어도 감감무소식이다.


3월 6일 새벽 3시. 잠을 자는데 뭔가가 밑에서 쏟아지는 느낌이 들어 화장실로 달려갔다. 첫 이슬을 보았다. "이슬이 뭐야?"라는 물음에 그냥 보면 '아, 이게 이슬이구나.' 안다던데 딱 그 느낌이었다.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액체. 한 시간 뒤에 또 이슬이 비치고, 이후로 화장실에 갈 때마다 이슬이 보였다.


진통이 슬슬 시작되는 거 같기에 병원 갈 준비를 했지만, 아침이 되니 또다시 멀쩡해졌다. 가진통이었나 보다. 저녁까지도 짐볼을 타보았지만 소식도 없고 컨디션이 너무 괜찮길래 마지막 만찬으로 신랑이랑 곱창을 먹으러 갔다. 잘 미끄러져서 순풍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날 밤, 스멀스멀 또 가진통이 걸리기 시작하더니 새벽 내내 아프기 시작했다. 7~10분 주기로. 참을만해서 잠이 들려던 차에 계속되는 진통에 결국 못 참고 신랑을 흔들어 깨웠다.


오전 7시,

병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5분 주기가 될 때까지 기다려보고 아직 응급상황은 아니니 너무 아프면 9시 진료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늘 겪는 일이라 그런 건지 간호사들은 무척이나 담담했다.  


오전 8시,

진통이 5~7분 주기로 짧아졌다. 출산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우선 머리를 감고, 빵과 주스를 챙겨 먹은 후 병원으로 향했다. 출산 후 며칠간 머리를 못 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머리는 감고 가는 것이 좋고 유도분만이 시작되면 금식이므로 배도 든든히 채우고 가길 추천한다.


오전 9시,

병원에 도착 후 담당 의사가 내진을 했지만 겨우 자궁문은 2cm만 열렸을 뿐.. 이제 슬 시작할 거 같으니 입원 수속을 진행하라고 했다. 내 진통 주기는 점점 짧아졌으나, 이 진통이라는 게 참 웃기다. 5분 간격이면 4분은 괜찮고 1분은 아프고를 반복한다. 진통이 시작되면 걸음을 멈추고 배와 허리를 부여잡았고 진통이 풀리면 걷고를 반복하며 입원실로 올라갔다.



오전 10시,

가장 먼저는 옷을 갈아입고 관장을 했다. 5분을 참으라고 했지만 1분도 못 참고 화장실행. 그리고 촉진제를 투여하자 허리 통증이 미친 듯이 시작됐다. 사람마다 배 혹은 허리로 통증을 한다고 하던데 평소에도 허리가 좋지 않은 나는 허리 통증이 시작되니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태어나 처음 겪는 고통이었다. 생리통 보다 1,000배는 아팠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무통주사를 외쳤지만 아직 자궁문이 열리지 않아 안된다는 말뿐..


오후 12시, 여전히 자궁문은 3~4cm

오후 2시, 아침에 먹었던 주스랑 빵을 다 토해버렸다.

오후 2시 반, 드디어! 무통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무통 천국이다. 휴.. 이제는 참을만한 고통이다.

오후 3시, 아기가 내려오질 않아 앉은 자세로 바꿔보았다.

오후 3시 반, 자궁문은 5cm 간호사가 손으로 꼬집어가며 양막을 터뜨렸다. (무통 때문에 아프진 않았다)

오후 4시, 양수가 터지면서 뜨거운 물과 피가 콸콸 쏟아졌고 진통에 강도가 점점 심해졌다.

오후 5시, 자궁문 6cm, 두 번째 무통주사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그 이상 진행이 되질 않았다.


"간호사 왈. 오늘 저녁까지 좀 더 기다려보고
안되면 촉진제 끄고, 내일 오전에 다시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네? 뭐라고요?" 안된다. 허리 통증이 또 시작되고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생각을 하니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수술을 해야 하나 속으로 백만 번 고민하다. 그 간의 진통이 아까워 우선 더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둘째는 무조건 수술이다.' 생각하면서...


과연 나는 오늘 아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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